오늘 우리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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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오늘 우리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난다

경향신문 여행섹션 '길'에 소개된 우리나라 비경을 담은 책 〈오늘 우리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난다〉의 서문이다.

그렇다. 우리 땅은 이런 곳이다. 사람들이 욕심을 비우기 위해, 삶의 각박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홀연히 길을 떠나면 어디선가 불쑥 한 번도 보지 못한 절경이 고개를 내민다. 아, 그때의 감동을 어찌 말로 표현하랴. 그 자연 속으로 내내 빠져들어 물이 되고 싶고, 나무가 되고 싶고, 바위가 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도 잠깐. 절경의 짜릿함을 만끽하고 도시로 돌아오면 또다시 욕심이 채워지고 서로의 각박함에 혀를 내두르며 헐뜯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또 허허로움을 찾으러 산야로 들어간다. 뜻하지 않는 비경을 기대하며. 하지만 비경이 언제나 나타나지는 않는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어야만 가능하다. 자연은 자신을 갈구하는 사람에게만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비경을 보기란 그래서 어렵다. 이 책이 바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위한 책이다. 전국의 비경 51곳을 담아놓고,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자세히 소개한다.

그 하나를 보자. 인천 옹진군 영흥명 선재도. 이 섬은 지도상에 콩알만한 크기로 표시돼 있을 정도로 작다. 면적 2㎢, 해안선을 따라 모두 합쳐야 12㎞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물이 빠지면 섬보다 너른 갯벌이 펼쳐진다. 그 장관은 보지 않으면 상상이 불가능하다. 여기에다 저녁이 되면 떨어지는 해가 눈물이 날만큼 아름답다. 섬사람들은 단단한 갯벌길로 경운기를 타고 들어가 정치망에 걸린 물고기를 잡고 바지락을 캔다. 농어-숭어-낙지-우럭-노래미 등 철마다 다른 물고기가 잡힌다. 제부도와 영흥도에 가려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 

이 책은 국토 남쪽부터 비무장지대가 막아선 강원 양구 파로호 오지마을까지 온 땅을 샅샅이 훑었다. '아무도 모르는' 여행지가 4~5군데 더 들어 있다. 그것만 봐도 책값은 충분히 한다. 더불어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의 가슴을 적실 아름다운 사진과 물 흐르는 듯한 글솜씨도 일품이다.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경향신문 발행, 12,000원.

황인원 기자 hi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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