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Ⅰ

협력적 자주국방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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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과 9-11테러 사태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이 반테러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차원에서 새롭게 재정립되고 있다. 미국의 전략 변화에 따른 해외주둔 미군의 구조전환과 재배치(GPR)가 이뤄지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주한미군 재배치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전격적인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 결정으로 주한미군의 구조조정과 재배치가 빨라질 전망이다. 미국의 세계 전략에 따른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계획이 이라크전쟁의 수렁에 빠진 미국의 주한미군 차출로 가속도가 붙게 됐다. 

인계철선 상실 북한이 되레 불안

미국의 주한미군 재배치 및 3,700여 명의 이라크전 투입 결정을 계기로 우리 사회 일부에서 한-미동맹 약화와 안보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해서 한국 사회 보수진영에서는 미군의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이 상실되는 데 따른 안보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편 북한 당국은 미군의 후방배치를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등 대북 무력 사용의 자율성을 높이는 조치로 인식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특집Ⅰ]협력적 자주국방으로 가자

냉전 시대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 억지와 공산세력의 남진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탈냉전과 함께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 억지에서 동북아 '세력균형자(power balance)', '안정자(stabilizer)' 역할로 점차 성격이 바뀌어가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이러한 역할 변화에 따라 반미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장기 주둔을 위해서 용산기지와 제2사단을 오산, 평택으로 이전하여 '신속배치군'으로 재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은 주일미군과 함께 북한 문제, 대만 문제, 그리고 중국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신속배치군으로서 동북아지역에서의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재편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본다면 주한미군 병력 일부 차출과 감군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주한미군의 존재 여부에 크게 영향받지 않을 정도의 자주국방을 서둘러야 한다. 국제협력을 통해서 북한의 핵-미사일-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만 막는다면, 남-북한간 국력 격차 등을 고려한 한국군의 독자적인 대북 억지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이라크 차출 등으로 변화된 안보환경에 대한 일부의 불안감은 현대전의 전략개념 변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서 풀어야 할 것이다. 첨단과학무기의 발달과 함께 군사력 평가에서 병력의 수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교통-통신 수단의 발달로 지상군의 주둔지 개념도 바뀌고 있다. 따라서 군사력의 평가 기준은 병력의 수와 주둔지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첨단화와 신속배치 여부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국 안보는 한-미군사동맹에 주로 의존해왔다. 앞으로는 미국과 함께 '협력적 자주국방'을 실현하면서 미국에 대한 군사의존도를 줄여야 할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과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미 남과 북은 6-15공동선언을 통해서 화해협력, 공존공영의 틀을 마련했다. 군사 문제를 미국과 풀려는 북한의 전통적 자세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 국방장관급회담이 한 차례 이뤄졌고, 오는 5월 26일에는 남북장성급회담이 금강산에서 열린다. 남과 북은 군사당국간 회담을 정례화해서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나아가 군축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이 길이 한반도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신축적이고 포괄적 안보관 가져야

북핵 해결이란 숙제를 안고 출범한 참여정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평화-번영정책의 가속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개막, 그리고 한-미관계의 재조정 등 전향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어려운 과제는 남북화해를 진전시키면서 한-미동맹관계 등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양립하기 어려운 남북협력('민족공조')과 국제협력('국제공조')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이다.

[특집Ⅰ]협력적 자주국방으로 가자

미국은 반테러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차원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대북 강경 압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전통적인 한-미공조와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의 남북화해-협력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따라서 참여정부는 남북화해의 진전에 따른 민족공동번영 문제와 한-미동맹관계 강화 문제 사이의 조화점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참여정부는 '냉전적 안보관'을 극복하고 '포괄안보관'에 따라 우리의 안보전략을 새롭게 정립하고 안보에 대한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가목표는 안보와 평화통일이다. 참여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밝힌 대로 '강한 군대, 튼튼한 안보'를 유지하고 나아가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안보를 국가경영의 최우선적 과제로 추진하여 국익을 확실히 지켜야 한다. 참여정부는 대선 공약대로 강력한 국가안보태세를 확립하여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고 한반도 평화를 유지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미 안보협력체제를 공고히 하고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완비해야 한다. 또한 신축적이고 포괄적인 안보협력과 자주적 군사외교를 강화하여 유리한 안보환경을 조성하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북핵 문제, 대만 문제, 중국의 대국화, 일본의 재무장 등으로 동북아 역내국가들 사이의 군비경쟁이 치열하다. 시대착오적인 군비경쟁을 지속하면서 갈등할 경우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은 이룰 수 없다. 따라서 불안정한 동북아지역 질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다자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동북아지역에서 안보와 경제협력체제를 만들려면, 북-미-북-일 적대관계 해소, 중국과 일본의 갈등 해소 등 과거 청산과 함께 미국을 포함하는 동북아 역내 국가들의 집단안보체제 구축, 그리고 경제적 이익의 조화점을 찾아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통합을 지향해나가야 할 것이다.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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