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는 숙취 해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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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아내가 잔뜩 부어오른 얼굴로 돈타령을 하더니, 서둘러 나선 출근길에서 만원버스가 고장나는 통에 오늘도 지각하고 말았다. 어제 올린 결제건으로 잔뜩 벼르고 있던 부장은 '너 잘 만났다' 싶었는지 책상에 앉기 무섭게 호통을 친다. 게다가 꿀꿀한 기분 좀 풀어보려고 값비싼 점심을 시켰더니 바퀴벌레 한 마리가 느긋하게 헤엄을 친다.

이렇게 유난히 머피의 법칙에 시달리는 하루라면 푸짐하게 상추쌈을 즐겨보자. 상추를 꺾어보면 우윳빛 액즙이 나오는데 여기에 락투세린과 락투신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진통과 최면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기분이 우울하거나 화가 치밀어오를 때, 또 마음이 상해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거나 불면증으로 괴로울 때는 상추로 생즙을 내어 마시면 효과가 더욱 좋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바짝 긴장해서 일하고 공부해야 하는 사람들은 피하는 식품이기도 하다.

담 결려 쑤실 땐 환부에 붙이면 좋아

상추는 숙취 해소제

유럽과 서아시아가 원산지인 상추는 그 재배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다. 기원전 4,500년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 그려져 있으며 기원전 6세기에는 페르시아 왕의 식탁에 올랐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을 거쳐 전래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중국 문헌에 따르면 고려의 상추가 질이 좋다는 기록이 전한다.

〈동의보감〉에 '와거'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있는 상추는 무엇보다 피를 맑고 깨끗하게 해주는 정혈작용이 뛰어나다. 또한 해독작용도 훌륭해서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에겐 더할 수 없이 좋은 숙취해소제이다. 술 마신 다음날 속이 더부룩하고 머리가 띵하다면 상추 생즙을 시원하게 내어 마셔보자. 즙을 낼 때 당근이나 샐러리 같은 다른 야채를 섞어 넣으면 마시는 느낌이 훨씬 좋다.

상추는 여성들의 피부미용에도 적극 추천할 만한 식품이다. 비타민A를 비롯해 비타민B1, 칼슘, 철분, 히토신이나 리신 같은 필수아미노산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어 빈혈 예방에 효과적이다. 특히 변비 증상과 함께 여드름이 심해 고민하는 여성이라면 상추만큼 좋은 식품도 없다. 변비란 빠져나가야 할 찌꺼기가 잘 배출되지 않으면서 몸 속에 독소가 쌓이는 것으로, 이렇게 독소가 쌓이면 탁기(濁氣)가 상체 쪽으로 역류하면서 여드름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때는 체내 독소를 풀어주고 피를 맑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혈작용과 해독작용을 겸비한 상추는 섬유질도 풍부해 더없이 좋은 치료제인 셈이다.

값싸고 구하기 쉬우면서 건강효과까지 만점인 상추, 오늘 저녁 밥상엔 구수한 우렁된장찌개를 곁들여 한상 가득 상추를 올려보자.

[한의사-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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