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서울 팔자 560년으로 내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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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는 곤란해 세상만사가 다 때가 있다. 봄에 피는 수수꽃다리는 가을에 피지 않으며 가을에 피는 들국화 역시 봄에는 피지 않는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가장 쉬운 답은 바로 '세상만사가 다 때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들국화가 때를 모르고 봄에 피면 '철부지'라고 한다. 그러나 마치 태어나서는 안 될 어떤 '정권'과도 같이 '철부지의 상황'이 벌어지는 데에는 또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래서 세상일이란 참 묘하다고 한다.

지구상에 있는 인간을 비롯한 만물이 지구권의 영향만 받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우주로부터 오는 전자파나 알지 못하는 어떤 힘, 기를 함께 받고 있다.

인간이나 지상의 만물은 보수적인 자기생존의 법칙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도 외부로부터 오는 이런 기의 변화에 둔감할 수가 없다. 오늘날 시대의 화두인 '개혁'이나 '진보' 혹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도 알고 보면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역시 '철부지 현상'도 비슷한 결과다.

서울 지기 560년으로 쇠락 굳이 풍수지리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이런 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풍수지리라는 것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땅의 형태나 그것이 지닌 기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독자에게 알리고 싶어서다.

풍수지리라는 학문에는 하늘과 땅, 인간 이른바 천-지-인 삼재가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해석하고 그 미래 혹은 과거를 읽어내는 힘이 담겨 있다. 이를 이해하지 않으면 흔히 '미신'의 일부로 치부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서울이 조선왕조의 수도가 된 것은 600여 년 전이다. 청와대 뒤 북악산에서 내려온 지기가 경복궁에 명당을 만들고 그 명당이 한 나라의 수도로서 기능을 발휘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시간을 계산해낼 수 있는가. 분명 사람의 사주를 보듯이 산(땅)의 사주를 알면 그 시간을 찾아낼 수 있다. 전문 풍수사들은 그 시간을 560년이라고 산출한다.

이성계가 새 왕조를 세우고 계룡산을 1차 천도지로 삼았다가 곧 한양으로 바꾼 것이 태조 3년 1394년이다. 이로부터 560년 뒤가 1955년이다. 1994년 서울시가 정도 600년 기념행사를 치렀지만 이는 조선왕조와 그 뒤를 이은 대한민국의 수도였던 기간을 합한 것이다.

강남개발과 국회 이전 일제 36년과 대한민국 건국 이후 1955년까지를 조선왕조의 연장선으로 보느냐 하는 것은 수도와는 별개의 문제다. 서울이 한 나라의 수도로서 존재하게 하는 지기가 끝나는 1955년 이후 서울은 그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변화를 스스로 맞이한 셈이다.

1960년대 초 격변의 시기를 지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 사대문 안 서울의 상권이 한강 이남, 강남으로 서서히 옮겨가고 국회의사당도 여의도로 쫓겨나게(?) 된다. 이후 1970년대 중반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충청권에 행정수도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불행하게도 때가 아니었는지 그것은 박정희의 퇴장과 함께 물밑으로 숨어버렸다. 그로부터 다시 20년이 지나 이제 본격적으로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국정지표의 하나로 등장했다.

속시원하게 말하면 새 행정수도가 어디라고 말하고 그곳의 지기, 풍수를 논하는 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다. 그러나 미리 말해버리면 정부가 '아니다' 할 것이고 또 '맞다'면 그 파장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래서 '천기누설은 금기'라는 방패 뒤로 숨는 것이 글쟁이의 묘수 아니겠는가.

다만 이 글에서는 전래의 풍수학에서 말하는 수도의 조건을 오늘날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를 언급해 택지 선정에 조언을 하는 정도로 끝내고자 한다.

[긴급진단]서울 팔자 560년으로 내리막

신라의 수도 경주나 고구려의 평양성, 고려의 개경, 조선의 한양이 대개 이 원칙을 따르고 있다. 그런 점에서 행정수도 역시 이런 조건을 구비한 곳이면 더없이 좋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충청권에서 이런 지세를 찾기는 매우 힘들다. 그렇다 해도 앞으로 20년간 지배하는 천기가 팔백(八白) 토 기운임을 고려하면 행정수도의 주산(主山)은 동북방인 간방(艮方)에 자리한 곳을 찾아야 한다. 이 경우 자연히 앞은 서남방인 곤방(坤方:여성, 어머니를 상징)이 된다. 특히 동북방의 주산을 권하는 것은 한반도가 간방에 위치하고 간방에서 새로운 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동쪽에서 흘러오는 강을 찾아야 이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보자. 배산임수의 원칙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자칫 배산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여 반드시 뒤에 큰 산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풍수학에서 산은 평지보다 한 치만 높아도 산이다. 배산의 원리는 뒤가 앞보다는 높아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탈권위적이고 민주적인 정부가 되려면 주위 산세가 엇비슷해야 한다. 그런 곳은 지형 역시 원을 그리게 되어 있다.

그 다음, 가능하면 동쪽에서 흘러와 서쪽으로 굽이굽이 흘러가는 강이나 내가 있어야 한다. 동방은 생기를 공급하는 곳이다. 환경론자가 아니어도 생기는 이제 우리의 생명선이 되었다.

지기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작은 구릉들이 수도를 감싸 안아야 한다. 구릉이 많으면 자연히 사신사(四神砂)가 형성되고 방호선도 구축된다.

다음은 지반이 견고해야 하고 복개지나 매립지, 화산지대도 안 된다.

그 밖의 조건은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말한 복거총론으로 대신한다. 다행히 1970년대 작성된 행정수도 선택의 10대 입지기준이 지금도 남아 있어 유효하다. 부언할 필요 없이 10대 기준은 위에서 언급한 풍수 지리적 원리와 현대 도시계획을 접합한 것이다. 

〈정감록〉 이후 아직도 많은 사람이 계룡산 신도안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3군사령부, 계룡대가 들어가 있다. 미련은 버려야 한다.

땅은 저마다 '임자'가 있다. 다시 말해 스스로 쓰임새를 알아 그에 맞는 일을 불러들인다. 자연 앞에 우리가 겸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마지막 사족을 달면, 행정수도를 정치적 논리로 풀어서는 절대 안 된다. 위치도 국토의 거중(居中) 자리, 결정도 거중의 원리를 따라야 한다.

최영주[언론인-풍수지리연구가] sinmu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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