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서울천도 시한폭탄 째깍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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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서울천도 시한폭탄 째깍째깍

4·15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충청지역(전체 24석-대전 6, 충남 10, 충북 8석)에서 압승했다. 대전과 충북에서 전승하고 충남에서 5석을 얻었다. 전국적으로 몰아닥친 `‘탄핵 역풍’과 지역 최대 현안인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이 시너지 작용을 했다는 게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일단 신행정수도 건설은 탄력을 받고 있다. 우선 열린우리당 출신 지역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대전지역 당선자 6명은 4월 16일 합동기자회견에서 “신행정수도 건설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충남지역 당선자들은 아예 신행정수도 이전을 지원할 협의체인 ‘(가칭)충청권 의원 모임’을 구성, 신행정수도 이전에 팔을 걷어붙였다. 문석호 의원(서산·태안)은 “이 모임은 행정기관 이외에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헌법기관(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선거관리위원 등) 이전을 위해서 여론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권 당선자들 발빠른 움직임

반면 ‘서울의 공동화(空洞化)’를 이유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서 알 수 있듯이 신행정수도 건설은 정략적 차원의 공약이었다”고 말하고 “4·15총선 결과에 따라 국민의견 수렴절차을 보완하는 대체입법을 추진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말했다. 일차적으로 국회 차원에서 신행정수도 건설 저지운동이 난항에 부딪혔음을 인정한다는 얘기다.

[긴급진단]서울천도 시한폭탄 째깍째깍

17대 총선과 때를 맞춘 4월 17일 정부의 ‘신행정수도특별법’과 세부시행 규칙을 담은 시행령이 공식 발효됐다. 정부는 금명간 대통령 직속으로 30명의 `‘행정수도이전추진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추진위원은 행정수도 이전 유관부처 장관 13명을 당연직으로 하고 17명의 민간위원을 선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신행정수도특별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전계획 수립 ▲건설 기본계획 수립 ▲입지선정 ▲도시계획에 대한 국제현상 공모 등 올해 계획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춘희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은 “신행정수도특별법이 국회에서 초당적으로 통과됐고 4월 17일부터 시행된 상황이기 때문에 신행정수도 건설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행정수도 건설추진단 박상규 개발계획국장은 “신행정수도가 건설되면 수도권의 과밀, 지방의 과소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권력의 공간적 이동 근본처방”

국토연구원, 한국개발원 등으로 구성된 ‘신행정수도연구단’이 신행정수도 기본구상 및 입지선정 기준 시안을 마련했다. 신행정수도의 인구는 50만 명, 규모는 2천3백만 평(시가지 1천8백만 평, 녹지벨트 5백만 평)의 중소도시로 조성한다는 게 이 시안의 골자다. 국가 재정 11조2천억원 등 총 45조6천억원의 건설비용이 투입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신행정수도추진기획단은 신행정수도가 건설되는 2030년까지 수도권 인구는 51만3천 명이 감소하고, 충청권 인구는 65만1천 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충청권 인구 증가분의 5분의 4는 수도권에서, 나머지 5분의 1은 비수도권에서 유입된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신행정수도건설과 함께 공공기관의 지방분산이 함께 시행되는 경우 수도권 인구는 1백70만 명이 감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긴급진단]서울천도 시한폭탄 째깍째깍

이런 낙관적인 전망은 수도권과 신행정수도가 통합되는 현상(연담화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대전제가 따른다.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연담화 현상으로 오히려 수도권 과밀현상 이 촉진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토의 11.8%에 불과한 서울 주변에 인구의 47.2%, 제조업체 수의 56.4%, 예금대출 66.0%가  집중돼 있고 청(廳)단위 이상 중앙행정기관의 72.7%, 정부투자·출자기관의 85.0%, 정부 출연기관의 69.8%, 100대 기업 본사의 91.0%, 기업 부설 연구소 및 벤처기업의 71.2%가 몰려있는 게 현실이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계획학과)는 “행정수도를 건설하면 수도권 과밀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것은 가정법적 논리”라고 말했다. 그는 “경부고속철도로 광명에서 천안까지 23분, 대전까지는 4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면서 “수도권과 충청권이 통합·연담화된 ‘수청권(수도권+충청권)’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1명의 인구분산을 위해 1억원(50만 명 수용하는 행정수도 건설에 45조원이 소요됨)이 드는 행정수도를 건설할 것이 아니라 그 재원을 지방분권에 투입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논리다.

막대한 건설비용 조달 불가능

이에 대해 최병선 신행정수도연구단장(경원대 교수)은 “시간거리의 개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치관”이라면서 “수도권 집중의 원인은 권력의 집중이므로 신행정수도는 권력의 공간적 이동을 낳는 근본 처방”이라고 주장했다.

박상규 국장도 “과거 김영삼·김대중 정권 때 지방분권을 위해 수천 건이 넘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에 이전하고 재정지원을 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대전 종합청사 이전효과를 예로 들면서 수도이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전발전연구원 문경원 선임연구원의 ‘정부대전청사 이전 효과분석’이라는 논문을 예로 들어 “현재 대전정부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4,000여 명 가운데 수도권 거주자를 보면 5년 전 정부대전청사 건축 전에는 65.8%였으나 현재는 0.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다른 문제는 재원충당이다. 신행정도시건설연구단은 45조원이 넘는 건설비용을 예상했다. 연구단은 과천 종합청사 등 정부청사 매각대금(2조8천억원)과 일부 시설을 민간자본으로 건설할 경우 정부의 재정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규 국장은 “정부의 지출예산은 11조원 남짓에 불과하고 20여 년간에 걸쳐 투자되는 것이어서 정부의 부담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명박 시장은 이에 대해 “수도이전은 서울의 공동화를 초래해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반통일적 사고의 산물”이라며 “기존 시가지를 단순 정비해 행정기관과 국회를 이전하는 데만 10조원 이상이 소요되고 각종 인프라를 갖추려면 1백20조원 이상이 든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또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농어촌 지원 1백19조원, 공적자금 상환에 1백56조원, 미군기지 이전에 수십조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재원조달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온영태 경희대 교수(건축학)도 “직접적인 효과보다 수도권의 교통비용 감소, 환경개선 등 간접적 효과를 더 강조하는 것은 정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행정수도 후보지가 선정된 이후 충청권의 향배도 관심거리다. 

수도이전을 놓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충청권의 지역이기주의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정부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자칫 세 대결 양상으로까지 이어질 태세다.

염홍철 대전시장·심대평 충남지사·이원종 충북지사 등 3개 시·도 지사는 모임을 갖고 “소지역주의에 의한 유치경쟁을 자제하고 신행정수도 입지가 충청권 어디로 결정되더라도 수용키로” 합의하는 등 충청권 내 갈등의 사전차단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한나라당 출신인 이 지사는 총선 후 지역 출신 열린우리당 의원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방분권 대전운동본부는 4월 15일 열린우리당 과반수 확보를 예고한 공중파 방송의 출구조사 보도 직후 “17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분권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를 환영한다”며 “특히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일부 지역의 반발과 논란이 이번 선거 후 재론의 여지없이 종식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신행정수도 건설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섰다. 행정수도이전을 지지하는 단체는 ‘행정수도이전 범국민연대’ ‘신행정수도 범충북도민협의회’ 등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수도 왜 이전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긴급진단]서울천도 시한폭탄 째깍째깍

이토록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부동산 가격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은행이 지난 4월 22일 실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대전·충청 지역 아파트값 역시 10·29대책 이전보다 최고 5% 이상 뛰어올랐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된 충남 예산·홍성 일대 땅값은 최근 두 달 사이 갑절이나 올랐지만  매물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게 지역 내 부동산업자의 말이다. 전국적으로 정부의 10·29대책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충청 지역의 상승폭은 전국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지난해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같은 조사에서 대전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무려 30.2%나 올라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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