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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장 밑에 약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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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새해 들어 여의도 정가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얘기다. 정치 개혁 바람으로 거물 정치인의 정계은퇴 선언이 줄을 잇고, 영-호남 지역의 맹주로 군림했던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포기가 정치 신인에게는 금배지를 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얘기다. 현역의원의 기득권 포기에 따른 반대급부가 꾸준히 표밭을 다져온 정치신인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존 정치인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은 데다 '이번에 바꿔보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번 총선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현역 정치인의 정계은퇴 선언이 줄을 이었다. 또 일부 중진 정치인들은 지역구를 포기하는 일도 적지 않다. 결국 퇴진한 중진의 공백에 정치 신인들이 대거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바꿔보자' 분위기 편승

한 수도권 지역 초선의원은 "현역 정치인의 정계은퇴가 봇물을 이루면서 정치 신인들의 4-15총선 출마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면서 "특히 이번 총선이 보좌진 등 정치 신인들에게는 금배지를 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보좌관생활을 10여 년 정도 한 보좌관들은 출마를 선언하지 않으면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다.

[정치]맹장 밑에 약졸없다

이번 총선 출마 예정 보좌관 중에는 유력 정치인 밑에서 정치를 배운 사람이 많다.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으로 민주당에 공천신청서를 낸 신현구 희망정치포럼 공동대표는 열린우리당 정동채 의원을 상대로 분구가 예상되는 광주 서구에 출마할 계획이다. 특히 광주 서구는 민주당 공천신청자가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 등 8명에 달할 정도로 과열양상을 보이는 지역이다.   

또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3선을 지낸 경기 광명을에는 보좌관 출신인 정성운 전 경기도 서울사무소 소장이 출사표를 냈다. 정 전 소장은 손 지사의 분신으로 광명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치 신인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정 전 소장은 "지역정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준비된 정치인이 이제는 필요한 때"라면서 "보좌관이 원내에 진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전문지식 겸비한 인재도 많아

또 박찬종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인 조해진 한나라당 부대변인도 경남 밀양-창녕 지역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냈다. 조 부대변인은 지난 1992년 박 전 의원의 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한 후 대통령 선거와 서울시장 선거를 도왔다. 그 후 1989년부터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캠프에 합류, 2002년 대선까지 이 전 총재의 보좌역을 지냈다. 이 지역은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버티고 있다.

민주당 한광옥 의원 보좌관을 지낸 박병영 동작교육문화포럼 이사장도 서울 동작 갑구에 출마할 예정이다. 이 지역에는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이 수성 의지를 다지고 있고 최영수 동작지역발전포럼 회장을 비롯해 전병헌 전 청와대 국정상활실장, 지창수 전 서울시 의원 등이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보좌관 출신인 한나라당 신동철씨와 김선동씨는 각각 대구 남구와 서울 도봉에서 한판대결을 선언하고 지역을 누비고 있다. 신씨는 신 전 국회부의장 비서실 정무 총괄비서관을 비롯해 이회창 대통령 후보 전략기획 보좌역과 강재섭 당대표후보 언론특보 등을 역임했다. 또 김씨는 신 전 국회부의장 비서관과 전 이회창 대통령후보 전략기획 보좌역을 역임했다.

서석재 전 의원을 보좌했던 박재호 전 청와대 정무2비서관은 열린우리당으로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의 아성인 부산 남구에 도전장을 냈다.

서울 강서 을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김철근 국회정책연구위원과 서울 금천에서 몸을 풀고 있는 윤상철 금천구 생활정치연구회장, 이상 2명은 민주당 박상천 전 대표의 총애를 받는 보좌관 출신이다.

임채정 의원 보좌관 출신인 장준영씨와 열린우리당 이부영 상임중앙위원 보좌관 출신인 장준영 보좌관은 분구가 예상되는 서울 노원 을에 출사표를 냈다. 

또 강창성 의원 보좌관을 지낸 김승건 연세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도 목요상 의원 지역구인 경기 동두천시에 출마할 예정이며 한광옥 의원 보좌진을 지낸 윤호중 코리아 거버너스포럼 이사장은 열린우리당으로 경기 구리시에 출사표를 냈다. 

전문지식을 갖춘 박사급 고학력 보좌진도 적지 않다. 정대철 의원에 이어 김성호 의원을 보좌했던 서용석 보좌관은 서울대 정치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다가 국회에 진출한 경우로 고향인 충남 아산시에서 표밭갈이에 들어갔고, 대구 달서갑을 노리고 있는 박영규 전 보좌관(이규택 의원)은 서울대 대학원 출신으로 현재 계명대 정치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호열 중앙선관위 선거관리실장은 "이번 총선은 유례없이 높은 경쟁률이 예상된다"면서 신인 당선율도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5대와 16대 총선 때도 초선의원 비율이 각각 45%, 40%로 다른 때보다 높았는데, 17대 총선은 이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박관용 국회의장을 비롯해 유시민-오경훈 의원과 김대중-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의 계보 의원 등 10여 명의 보좌관 출신 의원이 있다.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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