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경매도 못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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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매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최근 국가가 실시한 경매에 참가, '낭패'를 본 김도갑씨의 푸념이다. 김씨가 구입한 경매품은 사파이어였지만 김씨 손에 들어온 것은 사파이어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탄자나이트였다. 김씨가 경매에 참여한 것은 2003년 10월 20일. 이날 경매에는 사파이어 등 54건의 품목이 나왔다.

"탄자나이트와 구별 못하다니..."

국가기관 경매도 못믿어!

보석 판매상인 김씨는 낙찰받은 사파이어를 팔기 위해 다시 한 번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경매 물건이 탄자나이트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그는 11월 10일 주무부서인 인천공항세관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ㅎ감정원을 찾아 재감정을 의뢰했다. ㅎ감정원의 김모씨는 오감(誤鑑) 사실을 인정, 그와 함께 감정을 실시했던 ㄱ감정원의 조모씨와 함께 문제의 탄자나이트를 감정가인 8백25만원에 되사갔다.

사파이어와 탄자나이트는 색깔 등이 비슷해 전문감정을 통해서만 차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보석감정사에게 사파이어와 탄자나이트의 구별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국가기술자격 보석감정사 시험대상에도 포함돼 있어 굴절률 등 간단한 조사만 한다면 충분히 구별할 수 있다.

오감에 대해 ㅎ감정원의 김모 원장은 "자만심 때문"이라며 "오감정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감정가를 주고 탄자나이트를 사갔다"고 밝혔다. 세관에서 감정을 의뢰할 때 사파이어라고 했기 때문에 당연히 사파이어인 줄 알고 천연석인지 인공석인지의 여부만 감별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탄자나이트를 감별한 감정원은 수년 동안 세관의 보석감정일을 해왔다. 김모씨가 밝힌 대로 '자만'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세관측은 '보석감정원은 많지만 적은 돈을 받고 영종도까지 와서 감정을 하려고 들지 않는다"며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계속 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가공인자격증을 취득한 이의 모임인 '한국보석감정사협회'의 이상언 감정분과위원장은 "지금까지 세관측이 다른 감정원에 감정을 의뢰한 적이 있는냐"며 "노동부 산하의 우리 협회에도 공문을 한 번도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감정기관 재선정 문제에 대해 인천공항 관계자는 "감정을 했던 두 기관에 주의를 줬고, 앞으로는 다른 기관을 선정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또다른 인천세관 관계자는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이 장기간 감정을 해온 것에 문제가 없다"며 "이번에 발생한 문제는 다른 곳에 의뢰한다고 하더라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언 위원장은 "한국보석감정사협회에 위탁하면 국가공인보석감정사 여러 명이 감정을 하기 때문에 세 번, 네 번 확실한 검증을 거칠 수 있다"며 "감정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재용 기자 politika9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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