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 life

증시 옵션과 로또는 닮은꼴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올해 최대 히트상품에 로또는 빠지지 않는다. 이 히트상품인 로또가 복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 더 정확하게는 선물옵션 시장에도 있다. 바로 옵션로또다. 이는 통상적으로 1계약에 1,000원짜리의 옵션을 말한다.

옵션이란 선택권이란 뜻이지만 옵션 시장에선 대상물을 사전에 정한 가격(행사가격)으로 지정된 날짜(만기일)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대상물이 코스피200인 것을 '주가지수옵션'이라고 부른다. 코스피200은 증권거래소 상장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200개사의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다.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콜옵션', 팔 수 있는 권리를 '풋옵션'이라고 부른다. 즉 옵션거래는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프리미엄)를 매매하는 것이다.

IMF, 9-11테러 직후 대박 터져

[Economy @ life]증시 옵션과 로또는 닮은꼴

옵션로또의 기원을 굳이 따지자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말이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주식시장이 급반등에 들어간 시점이다. 1998년 12월 3일 코스피200의 콜옵션의 행사가격은 1,000원이었다. 그러나 7일 만에 55만원으로 무려 550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은 28% 상승에 그쳤다.

다시 옵션로또에 주목하게 된 것은 2001년 9-11 테러 때다. 2001년 9월 12일 주식시장이 하한가로 추락하면서 1,000원 하던 풋옵션(주가지수를 팔 권리) 행사가격 50만5천원까지 올랐다. 505배 상승한 것이다. 이는 잃어버린 셈치고 1천만원을 투자했다면 50억5천만원이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1998년이나 2001년은 1,000원짜리 옵션로또에 그치지 않고 옵션열풍이 불어닥치기도 했다.

많은 투자자가 옵션을 복권에 비유한다. 사실 양자는 닮은 구석이 있다. 옵션 매수의 경우 일정한 프리미엄만 지급하면 추가 리스크가 없다. 최소의 거래단가도 1,000원이다. 내가격(행사해서 이득이 나는 가격)이 되면(당첨되면) 수익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비록 로또의 최고 당첨액수와 비교할 경우 옵션의 수익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 해도 옵션로또는 로또와 달리 자신의 예상과 의지로 골라잡을 수 있다는 점과 당첨 확률이 로또보다 훨씬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점이 낮은 수익률을 상쇄한다.

가격 변동폭 만기 근접할수록 커져

이런 이유로 2001년에는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들이 증권사 객장에 들려 몇천원짜리 옵션을 매수하고 가는 풍경이 공공연하게 목격됐다고 대우증권 심상범 연구위원은 말했다. 대투증권 지승훈 차장은 "옵션은 매우 역동적이어서 재미가 있다"면서 "옵션을 하다보면 돈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국내 옵션 시장의 거래량 기준 투자자별 매매비중을 보면 IMF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76.7%, 2001년에는 72.2%의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올해부터 옵션계좌 개설을 위한 기본예탁금이 5백만원에서 1천5백만원으로 인상되자 매매비중이 떨어지기 시작해 최근에는 54.9%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선물옵션 만기일(매달 두번째 목요일)을 전후해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의 투기매매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옵션가격의 변동폭이 만기일이 인접해지면서 커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만기가 20일 남았을 경우 일정한 시장 충격에 옵션가격이 10% 반응했다면 만기가 불과 1일 남았을 때 똑같은 시장 충격을 주게 될 경우 10%보다 훨씬 큰 반응을 나타낸다. 이때 변동성(대박)을 노린 투기매매도 크게 증가한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위원은 "2000년 이후 평균적으로 옵션만기일 이전에는 1천8백억원이 유입됐고 만기일 이후에는 1천6백80억원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만기일 전에 대박을 노리고 계좌에 입금됐다가 만기 후 바로 빠져나간 투기자금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옵션투자는 제로섬게임이다. 매수자의 손실은 곧 매도자의 이익이 된다. 매도자는 주로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다. 이들은 만기일이면 대박의 꿈에 부푼 매수자들의 돈을 쓸어담느라 여념이 없다. 증권 관계자들은 옵션로또의 성공 확률이 극히 낮다며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테러와 같은 이변이 없는 한 수익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천대중 선임연구원은 "주가가 예상되는 방향으로 돌변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이런 기대를 역이용하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들이 있다는 것을 개인투자자들은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박 확률 1% 미만

옵션은 권리를 사고파는 거래이다. 따라서 옵션가격은 기본적으로 주식이나 선물가격처럼 상한가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하루 중 가격의 등락폭에 제한이 없다. 또 옵션을 매매한다는 것은 주식이나 선물처럼 특정 자산을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자산을 매매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과 선물보다는 가격변동폭이 크게 나타난다. 즉 '모 아니면 도'일 수가 있다.

그렇다면 대박이 날 확률은 얼마일까. 대박의 기본조건은 코스피200의 급변동이다. 최소 ±8% 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1997년부터 이 정도의 변동은 1% 미만에 그친다. 1년 중 많아야 3~4번 정도라는 얘기다. 만약 욕심을 크게 줄여 10배 정도만 바란다고 하면 5%대까지 상승한다. 그러나 수백 배짜리 대박을 얻지 못하는 이상, 지속적으로 옵션을 매수하는 것은 평균적으로 남는 장사가 아니다. 과거에 옵션 매수 쪽에 대박이 터져 막대한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가나 외국인들이 옵션 매도를 고집하는 이유는 매도가 더 기댓값이 높기 때문이다. 옵션 매도가 수익률에서 우월하다는 얘기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


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