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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것이 뭐 별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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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밤 장성 백양사의 고불총림 방장 서옹 스님은 좌탈입망(앉아서 참선한 채로 입적)했다. 아무런 미련없이 죽음을 맞은 선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다음날 아침 찍은 스님의 사진은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불교계에서 좌탈입망은 종종 있어 왔지만 사진으로 남긴 것은 근세 고승인 한암 스님이 오대산 상원사에서 좌탈입망한 후 두번째이다.

[종교]죽는 것이 뭐 별일입니까?

중국 선불교에서 좌탈입망은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 선종의 3조인 승찬 스님은 뜰을 거닐다 나뭇가지를 잡은 채 입적했다. 한국 불교에서는 보조국사 지눌 스님 이외에도 경산-한암-경봉-만암-성철 스님 등 근세 고승들이 좌탈입망했다. 서옹 스님은 스승인 만암 스님처럼 좌탈해 스승에 이어 똑같은 모습으로 열반한 셈이다. 최근에는 지난 11월 22일 태고종 종정 덕암 스님이 앉아서 입적했다.

동국대 정각원장 법산 스님은 "앉아서 입적한 좌탈과 서서 입적한 입망의 뜻을 함께 담고 있는 좌탈입망은 선사들이 죽음이 삶과 다르지 않다는 생사일여(生死一如)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좌탈입망이 '수행의 높은 경지'로 일컬어지고 있는 데에는 고통스러운 죽음의 순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데 있다.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좌탈입망하기 위해서는 스님 자신이 죽음의 순간을 미리 알고 있는 예지력과 아무런 동요 없이 죽음을 삶의 하나로 받아들이려는 수행력을 겸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죽음의 순간 아는 예지력 겸비해야

성철 스님은 입적하는 날 시자(곁에서 모시는 제자)에게 "이제 가야겠다"고 말했다. 당시 스님의 근처에는 상좌들이 없었다. 시자는 "스님, 지금은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한나절이 지나 상좌들이 모이자, 성철 스님은 "이제 가야겠다. 앉혀다오"라고 말한 후 좌탈했다.

서옹 스님도 입적 당일 새벽에 시자인 호산 스님에게 "오늘 열반에 들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평소처럼 건강한 모습에 시자 스님은 이 말을 믿지 않았다. 저녁 9시 40분쯤 스님은 낮에 만난 강주(전문대학의 하나인 강원의 학장) 혜권 스님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혜권 스님이 방에 들어서면서 문고리에 걸린 풍경에서 '딸랑' 소리가 나는 순간, 1시간 동안 가부좌를 틀고 있던 서옹 스님은 앉은 채로 입적했다. 금강 스님은 "그때까지 말도 또렷하시고 건강하셔서 입적할 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종교]죽는 것이 뭐 별일입니까?

"신통하게 보이지만 불가에선 일상"

좌탈입망이 워낙 신비롭게 여겨지는 만큼 이를 믿지 않는 사람도 있다. 죽음 후에 가부좌 자세를 만들지 않았느냐는 의심도 있다. 한 장례전문가는 "사람이 죽은 후 그런 자세를 만들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교계에서는 "시신은 곧바로 굳어버리기 때문에 다리를 가부좌 자세로 만들 수 없다"며 "좌탈하지 않는 한 그런 자세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선방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은 신문에 보도될 만큼의 큰 스님이 아니더라도 일반 스님의 경우도 참선 도중 입적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좌탈입망 자체를 크게 거론하는 데 대해서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불교 교리가 신비 자체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불교계 일부에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스님은 좌탈입망에 대해 "세간의 관심은 이해하지만 그런 것을 자꾸 드러내는 것도 그리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교계에서는 대부분 좌탈을 높은 수행의 경지로 추앙하고 있다. 법산 스님은 좌탈한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예를 들었다. 지눌 스님의 비문에서는 지눌 스님이 입적 당시 "이제 가야겠다. 물을 것을 물어라"라고 말한 뒤 앉아서 입적했다고 씌어 있다. 법산 스님은 "지눌 스님의 〈수심결〉에 보면 신통력이란 사람들이 모르고 그냥 신비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적혀 있다"고 말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신통력을 보이는 것은 마술이지만, 남을 유익하게 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신통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산 스님은 좌탈입망에 대해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신통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 스님의 입장에서는 신통한 게 아니고 그냥 일상에 불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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