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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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마음 열기

이제는 정말 단 한 사람의 협력자도 없었다. 하나님한테도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기차를 탔다. 돈이 없어 기차에서 검표원에게 끌어내려졌다. 배가 고프다는 감각도 잊은 채 역을 빠져나와 무작정 걸었다. 어디선가 밥 냄새가 났다. 배가 고파왔다. 할아버지 한 분이 식사 준비를 하고 계셨다. '할아버지 밥 좀 주세요.' 할아버지가 내 행색을 보더니 '젊은 사람이 이렇게 살면 쓰나? 청량리에 가봐. 거기 최일도라는 목사가 자네 같은 사람에게 공짜로 밥을 나눠준대. 거기서 밥 얻어 먹고 제대로 살아봐.'"

'밥퍼목사'로 잘 알려진 최일도 목사가 최근 〈마음 열기〉를 펴내고 다일공동체를 운영하며 겪었던 아픈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 책에서 그는 "나눔의 삶은 얼핏 보면 매우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이면은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작은 정성과 사랑을 보태준 '천사'처럼 아름다운 사람도 있지만 섬기는 마음으로 도움을 주면 오히려 안하무인으로 자신보다 힘없는 이들을 위협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진심으로 잘해보려는 첫 마음까지 어지럽히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게다가 좋은 일을 하면 할수록 매일매일 마음의 반성과 기도가 필요한 사건 또한 수없이 생긴다고 한다.

한 예가 하삼룡(하나님의 자녀가 된 삼룡이 아저씨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씨. 그는 청량리 일대의 수수께끼 같은 존재다. 그의 나이-본명-출신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벙어리였지만 남의 말은 알아들을 수 있다. 14년 전 최 목사는 그에게 처음으로 손수레를 사줬다. 공동체 식구들의 쌈짓돈까지 털어서 사준 것이다. 처음에는 진일 마른일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공짜로 먹고 공짜로 자는 삶에 익숙해지고 동정을 구하는 일이 습관이 되면서 그의 태도는 돌변했다. 저자는 이 사람을 보면서 '아비가 자식을 불쌍히 여기듯' 하지 않으면 더 이상 만날 수 없고 교제할 수 없는 사람임을 느끼곤 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나타난 하삼룡씨를 보면서 저자는 그를 반기지 못하는 또 하나의 자신을 보고 고민했다.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지 탄식이 절로 나왔다. 절망이었다.

그가 이러한 절망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마음'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2002년 10월 4일 이후. 기독교 최초의 무료 자선병원인 다일천사병원을 연 후다. 그가 청량리에서 노숙자나 무의탁 노인에게 밥을 퍼주던 시절, 그의 가장 큰 관심은 한 끼 밥이었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아 더 큰 병을 키워가는 사람을 들쳐업고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내달리던 때도 있었다. 그때 가장 큰 관심은 버려진 사람의 몸을 낫게 하는 것이었다. 그 시절 무수히 홀대당하면서 세운 결심이 무료병원 건립이었다. 하지만 막상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무료병원을 운영하게 된 이후 겉으로 나타나는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더 큰 문제임을 절감하게 됐다.

그래서 최 목사가 시도한 것이 '마음 열기'였다. 마음을 열고 마음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까지도 직시하고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후에야 진심으로 자신을 긍정하고 마음을 지킬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쳐 자신을 사랑할 줄 알면 그때서야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자각이 생긴다. 영성의 수련 단계다.

도시의 뒷골목에서 듣는 험한 소리, 가난한 사람의 한숨 소리, 무의탁 노인의 푸념과 탄식.... 이들을 돕기 위해 왔다면서도 영성의 수련 단계를 거치지 않은 사람은 몸만 오지 마음은 오지 않는다. 이들은 하는 행동은 습관적으로 기도문만 암송한다. 그는 "그들을 깨우치는 방법이 성경 시편 32편을 통해 나를 고백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중앙M&B. 9,500원.

황인원 기자 hi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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