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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파병을 결정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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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뉴스]터키가 파병을 결정한 까닭

터키의 파병 이유는 국익 때문이다. 심각한 외환 위기에 처한 터키는 미국으로부터 파병에 대한 대가로 금융지원을 받기로 되어 있다.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9월 22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알리 바바칸 터키 경제장관과의 회담을 갖고 터키에게 1년 반 동안 85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터키가 이라크에서 미국에 협조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미국은 전쟁 직전인 지난 3월에도 미군의 작전 수행을 위해 터키 영토를 사용하려다 터키 의회가 이를 부결시키자 국제통화기금(IMF)을 압박해 1백60억달러의 원조프로그램을 무기 연기시켰다. 터키 의회는 이에 굴복해 한 달 뒤 미군의 터키 영공 통과를 허용했다.

모술 지역 막대한 원유 자원 눈독?

터키의 경제는 그야말로 파산 직전의 상황이다. 외채는 1천억달러가 넘고 이 중 대부분이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여서 모라토리움(국가채무 지불유예)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8월 현재 24.9%에 달하는 살인적 물가상승률은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터키가 1만 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보내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85억달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유혹임에 틀림없다.

터키는 또 이번 파병을 계기로 이라크 주변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이라크 북부에 주둔하고 있는 쿠르드반군 세력(KADEK)을 소탕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5,000여 명의 무장 반군은 미국에서도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있어 터키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다. 또한 터키는 전쟁 직전 미군의 영토 사용을 거부한 일로 경색된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파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회가 파병을 결정한 이후 터키에서는 연일 파병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파병에 대한 터키 국내 여론도 매우 좋지 않아 전체의 60% 이상이 모슬렘 형제국인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오스만터키제국이 이라크를 400년간 통치했던 역사적 배경 때문에 이라크 내에서도 터키의 파병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특히 많은 이라크 사람은 터키가 과거 자신들의 수중에 있었던 북부 모술 지역에 대한 집착이 남아 있다고 믿고 있다. 터키가 이 지역을 장악하려는 이유는 이곳의 막대한 원유 자원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터키 정부의 파병 결정은 가뭄 끝에 만난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미 국무부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터키 의회의 파병 결정 직후 "터키는 이라크 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국의 유엔 이라크 결의안이 통과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은 유엔의 결정과 무관하게 파병을 결정한 터키의 사례가 파병을 망설이고 있는 한국과 파키스탄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신모〈국제부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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