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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박세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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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최경주-박세리의 힘

1960년대 재학 중이던 대학교 대표로 영국에 간 경험이 있다. 그때 '코리아'라고 필자를 소개했을 때 돌아오는 질문은 "대체 당신 나라가 어디 있는가"란 반문이었다. 자존심을 다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최근 영국-프랑스-아일랜드 등을 여행하며 여러 계층의 사람과 만났다. 새삼 놀란 것은 우리나라의 위상이 30여 년 전과 비교해볼 때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들은 '대한민국'을 경제적 성취나 국제 사회에서 갖는 지위로서가 아닌 '스포츠 강국'의 이미지로 떠올리고 있었다. 축구-탁구-유도-골프 등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에 대해 오히려 우리보다 더 많이 알고 있었다. 필자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지라 그럴 때마다 어깨가 으쓱해진다.

유럽의 경우 지금까지 골프는 영국-아일랜드를 제외하곤 비인기 종목이었으나 최근 들어 새로운 인기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TV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는 골프 경기를 시청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됐다.

각종 사교모임이나 회의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세리 박, 그레이스 박, K. J. 최' 등의 이름을 대며 한국과 우리나라 선수를 추켜올리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그 뒤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항상 따른다. '도대체 한국은 왜 그렇게 스포츠에 강한가' '한국에는 골프장이 몇 개나 있는가' '특히 여자선수가 강한데 그 비결은 뭔가'.

2001년 여자 브리티시오픈에서 박세리 선수와 김미현 선수가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유럽 골프 팬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크게 각인시킨 계기로 작용한 듯싶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22일 최경주 선수가 유럽골프투어(EPGA) 린데(Linde) 독일 마스터스 우승컵을 차지하자 대한민국은 스포츠 강국이자 골퍼의 산실이라는 영예를 다시 한 번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 다음날 독일 신문에는 최경주 선수의 우승 장면과 함께 우리나라의 지도와 한국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보도됐다.

유럽 어느 대사관의 외교관은 "한국 정부가 10년간 해야 할 유럽에서의 한국 홍보 업무를 박세리-최경주 두 선수가 앞당겨 주었다"며 프로골퍼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처럼 세계적인 프로골퍼의 우승은 본인에게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커다란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민간 외교관'을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민간단체가 세계적 스포츠 스타를 탄생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골프를 사치스러운 운동이라고 무조건 매도할 것만도 아닌 셈이다.

김맹녕〈대한항공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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