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찍으면 바로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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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되려면 과거엔 우선 연예기획자의 눈에 들어야 했다. 운좋게 길거리에서 캐스팅된 경우가 아니라면 막무가내로 연예기획사의 문을 두드리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그렇다면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네티즌이 여론을 주도하면서 스타 탄생에도 네티즌의 입김이 막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네티즌의 눈에 들면 연예계 진출이 보다 가까워진다. 최근 부는 '얼짱신드롬'이 그 단적인 결과다. 얼짱은 미소년-미소녀를 가리키는 '얼굴짱'의 준말로 수년 전부터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통용돼오던 일종의 은어이다. 그러나 최근엔 세대를 넘어 용어 자체가 일반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5대얼짱' 회원 수 무려 30만 명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한 사진을 통해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얼짱'들이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각광받는 스타로 속속 발돋음하면서 얼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등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생긴 '얼짱' 팬카페만 해도 수천 개. 이 중 가장 유명한 얼짱 연합카페인 '5대얼짱(cafe.daum.net /5i)'은 회원 수가 무려 30만 명에 달한다. 이 사이트는 네티즌의 추천과 신청을 통해 접수를 받고, 네티즌의 추첨을 통해 5명의 5대 얼짱을 선정한다. 지난해 2월 개설된 이 카페를 통해 '1기 얼짱'으로 인정받은 스타가 박한별이다. 

네티즌이 찍으면 바로 스타

[여우계단]을 제작한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박한별이라는 친구가 사이버상에서 유명한 얼짱이라는 소문을 듣고 그 아이를 찾아오라고 했다"며 "만나보니 네티즌이 열광한 대로 건강미 넘치는 아이여서 전격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4일 막을 내린 SBS 주말드라마 [백수탈출]에 출연했고 현재 KBS 2TV [자유선언 토요대작전]의 '장미의 전쟁 파트II'에 등장하는 남상미, 그리고 KBS 2TV [보디가드]에 출연 중인 현빈도 박한별의 바통을 이어받은 얼짱 출신이다. 남상미가 한양대 앞 롯데리아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그를 본 한 한양대생이 학교 게시판에 그의 외모를 칭찬하는 글을 띄웠고 그후 입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그로 인해 매스컴에도 오르내리게 됐고 다음카페에 자생적인 카페가 생긴 뒤 박한별과 함께 1기 5대 얼짱으로 등극했다. 남상미의 매니저인 열음엔터테인먼트의 김양래씨는 "인터넷을 통해 또래에게 외모를 검증받은 연기자답게 오프라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장미의 전쟁'에 출연한 지 2주 만에 팬카페에 가입한 회원 수가 1만7천 명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처럼 얼짱이 두각을 나타내자 각 연예기획사의 매니저도 네티즌이 뽑은 얼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역시 1기 5대 얼짱으로 실엔터테인먼트와 최근 전속 계약한 상명여고 2학년 이주연양도 여러 연예기획사의 끈질긴 캐스팅 섭외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엔터테인먼트에는 탤런트 김현수-김성수 등이 소속돼 있다.

실엔터테인먼트의 양현승 팀장은 "얼짱 사이트에 올라 있는 이주연의 사진을 보고 직접 만나본 뒤 캐스팅했다"며 "외모나 분위기가 연예인으로 손색이 없다는 판단 아래 계약했다"고 말했다. 이주연은 현재 소속사에서 진행하는 연기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5대 얼짱으로 인정받았던 구혜선도 얼마 전 CF를 통해 출사표를 던졌다.

네티즌이 찍으면 바로 스타

인터넷의 얼짱이 연예계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연예인을 꿈꾸는 이들이 자신의 사진을 앞다투어 사이버상에 올리는 일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얼굴 사진뿐 아니라 전신 사진을 올려놓기도 한다. 그 중 상당수가 자신이 최대한 예뻐 보이도록 카메라 각도를 조절하거나 조명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인정받은 얼짱 중 80~90%가 실제로는 전혀 연기자감이 되지 못한다는 현장 매니저의 푸념도 그래서 나온다. 정다빈-김소연 등이 소속된 엔터스타의 금익현 팀장은 "인터넷 얼짱 사이트에서 유난히 팬클럽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한 아이를 직접 만났으나 사진과 달리 실제 인물은 조금 예쁜 수준이었다"며 "외모뿐 아니라 여러 가지 면에서 캐스팅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빈 손으로 돌아와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나영-양동근 등이 소속된 스타J의 정명범 대표도 "신인 발굴을 위해 얼짱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부작용이 많다"며 "얼굴만 예쁘다고 연예계에 입문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연기 등 실력이 먼저 밑받침되어야 함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네티즌의 스타 제조 위력은 앞으로 더욱 확장될 것이다. 실제로 연기 분야뿐만 아니라 지금은 가수도 인터넷을 통해 탄생하고 있다. 서후와 도은영이 그 첫 주자다. 네티즌의 열광적 지지로 탄생했으며 팬카페도 각각 10여 개에 이르는 이들은 하이스튜디오넷(histudio.net/stardegi/ m_service/list.jsp)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이스튜디오넷은 종합엔터테인먼트사인 (주)퍼스트엠이 '하이스튜디오'라는 일종의 노래방 자판기 시설에서 이용자들이 부른 노래와 동영상 파일을 저장한 사이트이다. 퍼스트엠은 이 시설을 서울 종로구와 노원구, 경기 수원 등 전국 20곳에 설치했다.

이 사이트에 오른 동영상을 통해 네티즌은 참가자의 노래 실력을 평가한다. 퍼스트엠의 최성민 팀장은 "두 사람은 네티즌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유망주로 올 10월 공동으로 데뷔 앨범을 낼 계획이며 SK텔레콤을 통한 모바일 서비스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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