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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속으로... 나,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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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과거 속으로... 나, 돌아갈래"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 오후 3시 무렵. 20~30년 전 아동들에게 인기를 끈 동요와 다양한 만화주제곡이 정겹게 흘러나오고 있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 모처럼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나선 젊은 부부부터 50~60대 중장년까지 관람층도 다양하다. 이들은 광복 이후 각종 생활유물을 통해 우리네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추억으로' 전(8월 15일~9월 14일)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다.

전시관을 둘러보는 이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한결같이 엷은 미소가 번져간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과 함께 전시를 보러 왔다는 이화영씨(42-서울 광장동)는 "옛날 생각이 많이 나 감회가 새롭다"고 탄성을 질렀다. 초등학생 남매 자녀를 동반한 회사원 김승숙씨(34-서울 서초동)는 "이번 여름에 휴가를 못간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섰다"며 "요즘 심적으로 피로와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는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전시를 보니 마음이 후련해졌다"고 말했다. 옛 친구와 함께 왔다는 정승해씨(63-서울 한남동)도 "젊은 시절 생각이 난다"며 "새삼 세월이 참 빨리 흐른다 걸 깨닫는 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옛날 생각나 마음 푸근해요"

[문화]"과거 속으로... 나, 돌아갈래"

각 전시장은 생-삶-락-꿈이라는 큰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 '생'은 시각 자료를 중심으로 연대별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시사 포스터-시사 게시물-인쇄 자료를 중심으로 그 시절을 조명하고 있다. 1965년 7월 25일자 〈경향신문〉에는 '이승만 박사 영면(永眠)'이라는 제목으로 이승만 박사의 사망 소식이 1면 톱으로 실려 있고, 1965년 6월 23일자 1면 톱기사는 '한일협정 마침내 조인'이다. 1970년대 서울을 비롯한 도시는 물론 산골 오지의 마을마다 아침저녁으로 울려 퍼진 '새마을운동', 1960년대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한 '분식의 날'과 70년대의 '혼-분식 운동', 1969년 8월 무릎 위 30㎝초미니를 입고 걷던 여성이 25일간 구류처분을 받은 얘기 등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삶'에서는 생활 유물과 학교 관련 자료들이, '락'에서는 과거 우리네 삶의 위안이 되었던 음악-영화-극-만화-애니메이션이 총망라돼 있다. '꿈'은 미래의 모습을 담은 공간으로 아마추어 수집가를 소개하는 자리다.

[문화]"과거 속으로... 나, 돌아갈래"

'미니 입었다 25일간 구류'도 소개

[문화]"과거 속으로... 나, 돌아갈래"

추억의 영화 터널에서는 지난 영화의 변천 과정을 영화포스터를 따라가며 보여주고, 만화관에서는 만화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와 함께 만화가게가 재현돼 있다. 또 1890년대 폴링 우든 카메라, 1800년대 대형 우든 카메라, 1890~1910년대 카메라, 1920년대 폴링 포켓 카메라 등 각종 카메라와 스페셜 토이 재봉틀, 사자 발 문양 재봉틀, 꽃무늬형 재봉틀 등 1800년대의 다양한 재봉틀도 한눈에 볼 수 있다.

대구에서 덕수궁과 경복궁을 관광하려고 상경했다가 이곳을 찾았다는 이중호(30)-김명균씨(31) 부부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파는 추억 마케팅'이 이처럼 성황을 이루는 배경을 "항상 바쁘게 움직이며 여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이 지금보다는 훨씬 순박하고 순수했던 코흘리개 시절로 잠시나마 되돌아가면서 마음의 안식을 찾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김병후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현재의 삶이 고달프고 쓸쓸할수록 이같은 추억 마케팅이 성공을 거둔다"며 "현재의 상황이 힘들면 부모의 따뜻한 보호를 받고 자라던 과거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추억 상품 자체가 보는 이에겐 고향이자 뿌리이자 어머니의 품을 느끼게 한다는 설명이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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