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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밖으로 걸어나온 통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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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클럽 대항전으로 축구팬을 들뜨게 했던 2003 피스컵 코리아 축구대회 개막식에서 눈에 익은 한 인물이 개막선언을 했다.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였다. 통일교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한 문 총재의 이날 개막선언은 통일교의 새로운 행보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문화-예술-스포츠를

통해 평화활동을 펼친다는 통일교의 대전환을 선언한 셈이다.

피스컵 개최에 앞서 통일교는 올해 쌍용으로부터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를 인수했고, '천주평화통일가정당'(이하 가정당)이라는 정당을 창당했다. 10월에는 낚시 월드컵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평화낚시대회를 여수에서 개최한다.

통일중공업-일성건설-일신석재-(주)일화 등 주로 기업활동에 치중해온 통일교는 올해를 계기로 문화-예술-스포츠를 통한 활동을 전면에 내세웠다.

10월 세계평화낚시대회 개최

[사회]종교 밖으로 걸어나온 통일교

피스컵은 세계적인 규모로 벌어지는 클럽 대항전인 만큼 축구팬의 눈길을 집중시켰다.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2년마다 계속 열리며 2회까지 한국에서 개최한다. 3회 대회부터는 전세계를 돌면서 열릴 예정이다. 대회 개최의 수익금은 제3세계의 유소년 축구 발전에 쓰인다.

피스컵이라는 명칭이 상징하는 것처럼 이 대회는 평화를 표방하고 있다. 국가대항전인 월드컵대회는 선수가 조국의 명예를 걸고 뛰는 대회인 만큼 투쟁적이다. 반면 클럽 대항전은 축구가 가진 본래의 묘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 격렬하지도 않으며, 축구 경기가 지닌 화합의 의미를 그대로 드러내준다는 것이다.

통일교가 지향하는 평화 추구는 가정당 창당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민교육정당의 기치를 내세운 가정당은 3월 10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가졌다. 전국 227개 지구당의 창당도 모두 이뤄져 전국정당의 모습을 갖췄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정치단체의 성격을 띠지만 가정당은 다른 정당과는 차별성을 갖고 있는 독특한 정당이다. '무리 당'(黨)이라는 한자를 쓰지 않고 '집 당'(堂)이란 한자를 쓴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후보도 내지 않는 순수한 교육정당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과 정치인에게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정당일 뿐이다. 가정당 곽정환 총재는 6월 16일 1차 당원 교육에서 "참가정 교육을 통해 도덕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며 당의 비정치적 이념을 뚜렷하게 제시했다.

종교가 정당의 형태를 갖춘 것은 한국에서는 생소하다. 하지만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미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독일의 독일기독교민주연합(CDU)와 기독교사회당(CSU), 일본의 공명당이 대표적이다.

"문화-스포츠 활동으로 평화 전파"

용평리조트 인수도 통일교의 새로운 변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평창을 '한국의 알프스'로 만들려는 야심만만한 계획이 시작됐다. 레저산업에 뛰어든 통일교는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에도 나섰다. 세계 곳곳에 있는 통일교 조직을 이용, 민간 주도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에 나선 것이다. 통일그룹 황선조 회장은 "북한 장웅 IOC 위원이 평창 유치를 지지하고 나선 것도 우리 쪽의 힘이 컸다"고 자부했다. 그동안 남북교류를 통해 쌓은 통일교의 신뢰 구축이 민간외교를 통해 나타났다는 것이다. 

[사회]종교 밖으로 걸어나온 통일교

황선조 통일그룹 회장은 "이런 문화적인 활동이 하루아침에 금방 이뤄진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선화예고-리틀엔젤스-유니버설발레단-일화천마축구단 등 문화-스포츠 단체를 설립한 것이 문화운동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스포츠 단체를 통해 '평화'의 이념을 널리 전파한다는 것이 통일교의 전략이다. 

통일교의 활발한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 통일교와 각을 세우고 있는 기독교계는 통일교의 최근 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7월 21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만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길자연 대표회장은 통일교가 가정당을 만들어 정치에 진출하는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기총은 또 특정 종교단체의 행사라는 이유로 피스컵대회 불참 및 반대운동을 펼쳤다.

황선조 통일그룹 회장 인터뷰

[사회]종교 밖으로 걸어나온 통일교

"21C는 문화의 세기, 더불어 사는 세기입니다. 어떻게 평화의 세기를 맞을 것인가, 문화-스포츠-예술활동의 교류를 통해서 장벽을 없애는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축구팬이 가장 많은데 피스컵대회도 이런 평화의 의미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피스컵대회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처음에는 염려했으나 예상 외로 좋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터넷에 지지 메시지가 많이 올라오고, TV 시청률도 굉장히 높았습니다. 한국의 축구팬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많은 메시지를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올해 문화-스포츠활동에 두드러지게 나선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것은 사업이 아닙니다. 경제적인 목적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그러나 그것은 차선입니다. 우선적인 목적은 기업을 평화의 도구로 만드는 것입니다. 용평리조트 인수와 가정당 창당, 피스컵대회 개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가정당을 만든 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가정당은 선거에 나가지 않습니다. 우리가 정치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치인을 만들기 위한 서포터스 역할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순수한 국민교육정당이죠. 지역정치와 보-혁 구도, 이념을 뛰어넘어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도록 시도하겠습니다."

정당 조직이 종교 조직과 혼재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비판도 있습니다.

"가정당은 통일교회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거기에 통일교인만 참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창당 자금도 통일교회가 대는 것도 아닙니다. 정상적으로 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후원회 가운데 통일교와 관련된 인사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통일교인이 많다는 것뿐입니다. 종단이 정당을 만들었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다만 종교인이 만들었다는 것은 이야기가 됩니다." 

기독교계에서 피스컵대회 개최와 용평리조트 인수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중세 시대에서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철없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우리가 사회의 악이라고 하면, 전체 사회의 공익을 파괴하고 있다고 하면 기독교의 행동은 충분히 명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이미 사회적 공인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비판은 사회 공익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자기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데 대한 비판입니다. 전근대적인 비판이죠. 기독교에서 그런 공익적인 일을 한다면, 그리고 우리를 필요로하다면 경제적으로 도울 수도 있습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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