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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위 혈투’ 강경파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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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최문순·장세환·전병헌 VS 여당 진성호·강승규·한선교

7월15일  민주당 의원들이 농성중인 국회 문방위 회의실 앞에서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이 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7월15일 민주당 의원들이 농성중인 국회 문방위 회의실 앞에서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이 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매일같이 폭풍전야다. 미디어법 통과 때문에 잠시라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있다. 7월16일 문방위 앞에서는 상임위 회의실로 들어가는 입구를 민주당 의원들이 막고 있고 주위에는 보좌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따로 모여 대책회의를 했다.

문방위에서는 지난 해 연말부터 몇 차례 이런 광경이 연출됐기 때문에 농성은 이미 익숙한 ‘생활’이 됐다. 상임위원회 회의실이 ‘전쟁터’라면 회의실 입구는 민주당의 ‘진지’, 위원장실은 한나라당의 ‘진지’인 셈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실을 봉쇄하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위원장실에 모였다.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7월16일 “한나라당이 상임위에서 미디어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한나라당측 한 인사는 “아직 어떻게 할지 정해지진 않았지만 며칠이 고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미디어법안의 불똥은 국회 본회의장으로 옮겨 붙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7월15일부터 농성에 들어갔다. 문방위 회의실도 마찬가지로 농성장이 돼 있었다. 모두가 미디어법 때문이다.

‘20 대 8’ 싸움 민주당이 선방
문방위 회의실 봉쇄는 지난 해 연말, 2월 국회, 6월 국회에 걸쳐 세 차례 있었다. 야당인 민주당은 1월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에서 농성에 이어 6월 농성까지 했다. 문방위 야당 의원은 지난 해 연말부터 거의 농성을 생활화하다시피 했다. 전병헌 의원은 “농성에 이골이 날 법한데 할수록 점점 힘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문방위 이야기를 하면 혀를 내두른다. 이쯤되면 민주당 의원의 문방위는 몸이 고달픈 ‘3D 상임위’라고 할 수 있다.

전 의원은 “민주당이 20 대 8로 이만큼 이끌어 온 것만으로도 선방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미디어 악법을 막기 위해 1년여 동안 노력해왔다는 것이다. 전 의원이 표현한 ‘20 대 8’에는 선진과 창조의 모임, 친박연대 등의 의원 4명이 포함돼 있다. 상임위원장(고흥길 의원)까지 한나라당 의원이어서 민주당은 소수 정예로 버틴 셈이다.

한나라당 쪽에서 강경파로 지목하는 인사는 최문순·장세환·이종걸 의원이다. 이들은 농성에 적극적이다. 세 의원은 모두 ‘국민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속해 있다. ‘국민 모임’은 민주당 내 개혁성향 의원들의 모임이다. 이들 강경파 중 이종걸 의원은 김부겸 전 교과위원장이 사임하면서 신임 교과위원장으로 옮겨갔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세 의원도 강경하지만 간사인 전병헌 의원도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만 속으로는 미디어법안 처리 반대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강경파”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 쪽 관계자는 미디어법과 관련해 강경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조선일보 3인방’으로 지목했다. 조선일보 출신 의원인 진성호·이효재·최구식 의원을 말한다. 간사인 전병헌 의원의 답변은 조금 달랐다. 전 의원은 “진성호·강승규·한선교 의원 등이 미디어법 통과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들 의원보다 더 강경한 쪽은 정부·여당 쪽“이라고 지목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에 대해 전 의원은 “생각보다 강경하지 않다”며 “오히려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에 어쩔 수 없이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방위는 18대 국회 시작부터 전쟁터였다고 할 수 있다. YTN·KBS사태 등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뉴스의 초점이 됐고, 진보 문화계 인사에 대한 사퇴압력 등으로 야당은 문화관광부를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과 야당은 사사건건 설전을 벌였고, 야당 의원들은 고흥길 상임위원장과도 신경전을 벌였다. 때문에 상임위원회 자체에서 여·야 의원간 신뢰도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전 의원은 “고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인품은 있으나 야당 의원의 발언을 제대로 듣지 않는 등 상임위를 원만하게 이끌어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 2월 미디어법안을 단독 상정했다. 이후 여·야간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전 의원은 “18대 국회 초기의 여·야간 갈등도 미디어법안 통과를 앞둔 전초전의 성격을 띠었다”며 “1년 내내 문방위가 조용하지 못했던 것은 결국 미디어법안 때문이었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으로 새 국면
여당 쪽에서는 문방위 갈등을 다른 각도로 해석했다. 고 위원장 측 인사는 “여당은 미디어법안을 통과시키자는 것이고 야당은 미디어법안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타협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며 야당을 비판했다. 무작정 미디어법안을 막거나 미루는데 민주당이 주력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기본적인 입장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미디어법안을 둘러싼 문방위 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방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박 전 대표는 7월15일 ‘미디어법안 합의 처리’ ‘매체 합산 시장점유율 30% 제한’이란 안을 제시했다. 문방위는 여러 상임위 중 친박 성향 의원이 유독 많은 특징을 갖고 있다. 이경재·이정현·성윤환·최구식·한선교·허원제·홍사덕 의원(한나라당) 외에 친박연대의 김을동 의원이 문방위에 속해 있다. 민주당이 표현한 ‘20대 8’에서 20명의 여당 성향 의원에 8명의 친박 성향 의원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거의 절반에 가깝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문방위 한나라당 의원들 간에 미디어법안과 관련해서 이견은 없다”면서 “미디어법안의 진면모를 제대로 알기 때문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친박계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 국회의원 개개인의 의정활동에 지침을 준 적을 한 번도 없다”면서 “문방위에 친박 의원들이 많지만 각자가 판단을 내리는 것이고 박 전 대표는 개인의 입장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제안에 대해 이 의원은 “여러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은 후 생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안은) 대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시장점유율을 추산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신문·방송 뿐만 아니라 인터넷 등의 여러 매체에서 객관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추산할 방법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디어법안 통과는 이미 문방위를 떠나 양당 원내대표의 손으로, 또 양당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정현 의원은 미디어법안 통과를 둘러싼 문방위내 공방에 대해 “민주당은 얼마 전까지 대안을 전혀 내놓지 않았고 겨우 내놓은 대안도 미흡했다”며 “이렇게 민주당이 건건이 대결구도로 간 것은 민주당 내부의 사정도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이 의원은 “미디어법안 통과를 둘러싼 파행은 집권 여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 “다수당인 여당이 무엇보다 절차와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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