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저출생대응기획부로 아기 울음소리 늘어날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갖고 “저출생·고령화에 대비하는 기획 부처인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갖고 “저출생·고령화에 대비하는 기획 부처인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국의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72명을 기록했고, 올해는 0.68명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1.58명이다. 1명에도 못 미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2만9970명으로 역대 최저인데, 2013년의 43만6455명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반으로 줄었다.

윤석열 정부는 심각한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책심의 권한만 갖고 있고 독자적으로 정책을 의결하고 집행하는 기능은 없다. 정부는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직하고, 교육·노동·복지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정책을 만들겠다고 한다. 저출생대응기획부로 출산율 반등은 가능할까.

저출생이 어떤 사회 구조적 특성과 맞물려 유발됐는지, 사회·경제적 메커니즘부터 살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추구해야 할 출산율 수준을 어디에 둬야 할지에 대한 고려가 가능해진다. 한국의 저출생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누적된 결과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지역 간 격차 심화 등 사회 구조적 개선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

■ 출산율, 살 만한 국가인지 보여주는 성적표

우선 저출생은 삶에 대한 태도 변화에 기인한다. 개인주의적이고 다원주의적인 사회발전과 함께 자녀를 키우면서 누리는 삶의 기쁨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상대적인 가치부여 비중이 자연스럽게 커졌다. 특히 여성들의 삶에 대한 태도 변화가 뚜렷하다. 가정과 배우자와 자녀보다 개인으로서 그리고 직업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큰 가치를 부여한다.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 관점에서는 국가나 사회를 중심으로 어느 수준의 출산율이 경제성장과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지양해야 한다. 어떤 개인도 국가 차원에서 생각하지 않고 국가를 위해 살지 않는다. 사회의 요구가 반영되고 들어설 공간이 없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사회는 이를 수용하면서 제도를 맞춰 나가야 한다.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도 있다.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초저출산율은 과거와 현재, 한국인 자신과 국가에 대한 미래관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이 경험하는 초저출산율은 사회 양극화 및 사회적 압력이 결혼과 자녀 출산에 대한 의욕을 심각하게 저하시킨 결과이기도 하다. 과연 이 나라는 살 만한 나라인가. 아이들을 낳는다면 그들의 삶은 어떠할까? 불평등과 기후위기, 교육환경, 지역 불균형을 포함한 사회 문제들과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저출생은 그 나라가 살 만한 나라인지에 대한 종합 성적표인 셈이다. 개인이 아이를 낳을 것인가를 결정할 때는 거의 모든 것을 고려한다. 어떤 한 분야에도 문제가 있으면 출산을 피하게 된다. OECD에서 출산율이 최저라는 것은 한국에서의 현재와 미래 삶의 질에 대한 평가가 최악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결국 저출생 대응 정책은 사람들이 살 만한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하고, 이것을 긴 기간 동안 일관성 있게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 국민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국가의 의무인데, 그렇다고 ‘자유평등부’라는 정부 부처를 만들지는 않는다. 국가의 모든 부서가 이를 위해 기능을 분담하고 있어서다.

결국 저출생은 국민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다. 저출생대응부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저출생 대책이라는 이름의 전시적 행정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 사람들이 나서서 좀더 살 만한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출생대응부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심사숙고해 제안한 제도적 개선안을 행정부처 장관들과 협의하면서 대통령이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제도적 개선 사항은 일 가정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보육의 어려움과 양육 등이 승진누락의 사유가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들이 그런 것이다. 일하는 모든 이에게 직장과 가까운 곳에 보육 시설이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사회에 제공하는 사회 인프라로서 보육시설을 가장 우선순위에 둬야 할 것이다.

■ 대기업 위주 정책 저출생의 주요 원인

직장의 배려도 필요하다. 기업은 장시간 근로 관행을 정부와 협의하면서 제도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 초과근무도 매우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일 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정부는 기업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안도 필요한 경우 받아들이고 기업이 수용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기업의 이해와 근로자, 시민들의 이해가 조화를 이루는 나라에서도 기업 활동은 충분히 가능하고 성공적일 수 있다.

주거 여건 개선도 풀어야 할 숙제다.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아이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주거공간의 마련은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는 일자리와 문화, 의료 등 생활 여건이 좋지 않다. 수도권에서 경제적으로 감당 가능한 주거지가 부족한 현실은 지역 균형 발전 없이는 저출생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그칠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지방 이전이 필요하다. 전기와 물 공급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수도권 유치가 어려움에도 용인에 반도체 단지를 실현시키고 싶어하는 정부의 대기업 위주 정책이 바로 저출생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안적이고 장기적인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을 통해 지방에 청년층이 원하는 정주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저출생이 초래할 사회적 여파에 대비도 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의 노동인구 감소 문제는 인공지능(AI) 시대 도래와 함께 대응이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 분야에서 학령인구 감소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적 자원 수요에 맞춰 교육체계 구조에 큰 변화가 요구될 것이다. 국방영역에서도 인력 감소에 따른 군 체계의 질적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

김유찬의 실용재정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