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는 망가진 HW를 구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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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언론에 대서특필되진 않지만, 차주들의 원성이 끓고 있는 전기차 이슈가 있다. “전원 공급 장치 점검! 안전한 곳에 정차하십시오”라는 메시지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서 뜨고 있다. 다행인 건 문제가 발생해도 차를 움직일 약간의 시간은 있다고 한다. 이 ‘ICCU(통합충전제어장치) 이슈’는 이미 17만 대째 리콜로 비화했는데, 리콜을 받아도 재현된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자동차 리콜이란 보통은 불량부품을 개선품으로 교체하는 것. 그러나 부품이 점점 전자화되면서 리콜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대신하기도 하는데, 이번 리콜도 그러한 방식이다. 소비자는 이런 식으로 개선이 가능한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의심스럽기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컴퓨터가 멋대로 리부팅한다고 하자. 하드웨어 부품의 고장 신호일 수 있다. 하지만 그 하드웨어를 움직이거나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즉 ‘펌웨어나 드라이버’의 하자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다행인 경우다. 그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해결되니까. 수정을 넘어 개선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처럼 소프트웨어는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1차 방어선이 된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그랬다. 1990년 발사에 성공했지만 전송된 사진은 희미했다. 망원경의 주 거울이 잘못 깎여 선명하게 초점을 맞추지 못함을 곧 깨달았다. 하지만 우주에 떠 있는 그 큰 거울을 맞교환할 수는 없는 일. 대신 왜곡된 이미지를 상쇄할 정교한 알고리즘을 개발해 그 모듈만 덧붙였다. 물론 이걸 끼우러 1993년에 다시 날아가야만 했지만,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의 오류는 잡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론 머스크의 뉴럴 링크는 뇌가 컴퓨터와 직접 통신하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회사다. 4개월 전 인체에 첫 칩을 이식했고, 결과는 성공적. 사지 마비의 첫 고객은 이제 생각만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게임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뇌 속에 이식된 전선이 수축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그렇다고 매번 두개골을 열어 재수술할 수는 없었다. 왜곡된 신호를 교정할 정교한 알고리즘을 개발해 칩을 업데이트했다. 소프트웨어는 이번에도 위기에 빠진 하드웨어를 구원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가 망한 하드웨어를 언제나 구하지는 못한다. 20여 년 전 인텔 초창기 펜티엄은 소수점 아래 네 자리 이하에서 아주 가끔 계산 오류가 발생했다. 컴퓨터가 계산 오류라니. 하지만 인텔은 이 결함이 그리 심각하지 않아 대부분 사용자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무마할 소프트웨어 ‘패치’는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영향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사용자에게는 프로세서를 교체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이것이 역풍이 된다. 업계와 소비자는 분노했고, 결국 다 물어주기로 하면서 세계 최초의 칩 리콜 사태는 5억달러의 손실과 함께 막을 내린다. 소프트웨어로 때우려는 의도가 손해 보기 싫어서라는 점이 너무 티 났던 탓이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결함을 효과적으로 우회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 심지어 더 좋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원인을 충분히 고칠 수 있는 일도 증상을 덮는 일로 끝내보려는 유혹으로도 이끈다. ‘펑’ 소리와 함께 도로 위에서 망가진다는 ICCU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국현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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