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접은 자율주행의 꿈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Photo by Andy Wang on Unsplash

Photo by Andy Wang on Unsplash

어떤 기술은 새벽 동트듯 갑작스레 현실을 덮치지만, 어떤 기술은 곧 될 것처럼 시끄러워도 좀체 현실이 되지 못한 채 나이를 먹는다. 자율주행도 그런 오래된 미래 중 하나다. 미 국방성이 1980년대 중반부터 밀어주던 카네기멜론대학 자율주행 프로젝트는 10년 뒤 미 대륙을 횡단한다. 1993년 고려대학교팀도 서울 도심을 17㎞나 자율주행한 적이 있다. 그 불씨를 살리지 못했다.

어느덧 21세기. 스마트폰 혁명 이후, 자기효능감에 도취한 소프트웨어 업계에 자율주행쯤은 쉬워 보였다. 2013년 일론 머스크는 비행기에 있는 ‘오토파일럿’을 차로 가져올 거라며 호언장담했다. 업계가 끓어오르자 2014년 미국자동차공업학회는 레벨 0~5의 등급을 마련했다. 2015년 머스크는 2018년까지 자율주행이 완성될 것이라고 큰소리친다.

애플이 자동차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0년 전은 그런 호시절이었다. 차는 움직이는 내 방이 될 것이라며 호사가들은 떠들었고, 애플의 당시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는 식빵처럼 생긴 핸들도 없는 자동차를 설계했다. 그런 미래가 10년 안에 족히 올 것이라는 데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4년 머스크의 완전자율주행은 이름만 FSD(완전자율주행)라며 각종 구설수와 소송에 휘말린 채 매년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웨이모나 크루즈 등 각종 센서와 통신 장비로 주렁주렁 중무장한 자율주행 택시가 시범적으로 미국 도시를 돌지만 중앙에서 감시하고 서비스해 주는 직원은 여전히 필수니, 자가용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

처음부터 레벨 5의 완벽한 자율주행을 전제로 했던 애플카. 스스로 미래를 열지도 못했고, 묻어갈 미래도 없었다. 요즈음 시판차 수준인 레벨 2로 타협한다는 풍문이 흐르더니, 아예 사업을 접어버렸다. 관련 인력만 2000명이 감원 대상이다. 최근 발매한 비전 프로의 반품 행렬과 유럽의 규제 폭풍만큼 애플로서는 쓰라린 일이다.

애플은 자율주행을 만드는 일에 꽤 가까이 갔을지도 모른다. 99%까지 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1%를 완성하는 일은 시간과 돈을 투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챗GPT야 1% 헛소리 좀 해도 웃고 넘길 수 있지만, 자율주행이 공도에서 1%의 오류를 냈다가는 사람이 죽는다. 오류를 꼼꼼히 잡아낼 수 없는 딥러닝의 한계다. 그 1%의 오류를 2년이면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믿었던 테슬라도 10년째 발목이 잡혀 있다. 지금 방식으로는 답이 없을 수도 있다. 애플은 그걸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여전히 분류상 레벨 2다. 자신들은 2+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자동차공업학회는 3이 되지 못한 건 그냥 2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는 지난해 운전 보조 시스템의 평가서를 공개했다. 순위는 포드, GM, 벤츠, BMW, 토요타 순이었다. 그 뒤 닛산과 폭스바겐 뒤에야 테슬라가 있고 현대·기아차는 10위권 밖이었다. 현대·기아차도 작년 약속한 레벨 3을 무기한 연기했다. 컨슈머 리포트가 자율주행이 아닌 ‘능동형 운전 보조’라고 명시하듯 자율주행의 꿈은 어느 회사에도 공평하게 멀리 있다. 애플카의 퇴진은 어쩌면 생각보다 더 멀리 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김국현 IT 칼럼니스트>

IT 칼럼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