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과 노동 분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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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피겨(Figure) 01이 서 있다. / figure.ai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Figure) 01이 서 있다. / figure.ai

마침내 거대언어모델(LLM)과 인간형 로봇이 결합했다. 예상했던 바다. 시기만 당겨졌을 뿐이다. 피겨(Figure) 01, 테슬라 옵티머스는 그 출발점에 서 있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에도 수많은 로봇 기업이 이 결합체를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피겨 01은 오픈AI의 생성 AI, 챗GPT 변형 모델이 융합돼 더 관심을 끌고 있다. 협업한 지 2주 만에 전혀 다른 수준의 인간형 로봇이 탄생해서다.

챗GPT가 녹아든 피겨 01은 인간의 언어를 음성으로 이해하고, 멀티모달 AI에 의해 환경과 사물도 어렵지 않게 가려낸다. 보고,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추론하고 결정하는 지능은 배가 됐다. 기존 로봇공학이 쉽게 풀지 못했던 한계와 숙제들이 거대언어모델을 만나면서 순차적으로 해결되는 흐름이다. 아직은 인식과 행위 사이의 시차가 존재하긴 하지만, 머지않은 시간 내에 극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프로젝트 그루트’는 화룡점정이다. 고도의 생성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로봇과 그루트를 연결하면 자체 학습은 물론 로봇의 작동까지 지원해준다. 로봇과 외부 환경을 연결하는 상호작용 인터페이스이자 미디어라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로봇을 그루트를 통해 AI 로봇으로 변신시켜주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담겨 있다.

AI 로봇이 가장 먼저 겨냥하는 공간은 공장이다. 인간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인간과 로봇 간 격리가 불가피했던 인간-기계 공장 내 배치의 조건들은 변화할 조짐을 보인다. 그루트로 연결된 AI 로봇의 등장으로 동일 작업장 안에서 인간과 기계의 협업은 더는 어렵지 않게 됐다. 공장 내 노동의 경직적 분업 구조가 협업적 분업 구조로 변모할 경우 새로운 형태의 분업 구조 설계가 불가피해진다. AI 로봇이 등장한 지금이 그 분기점이다. 새로운 인간-기계 분업 구조는 인간의 재능을 존중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공장 내에서 AI 로봇이 잘할 수 있는 작업은 로봇이 담당하고, 인간이 잘할 수 있는 작업 공정은 인간이 맡는 구조를 다시 그려야 한다.

AI 로봇은 도구다. 역사 이래 도구는 인간의 생산력을 확장하고 고된 노동과 그것의 강도로부터 여유를 되찾아줬다. 도구는 그래서 인간의 생산력 향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하지만 이러한 도구가 자동화한 기계가 되면서 지배의 기술로 바뀌게 된다. 인간의 노동은 기계의 작업에 종속되고 기계의 통제를 받아야만 했다. 따라서 인간 스스로 AI 로봇에 기계의 위상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

인간이 기술을 진화시키는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람을 위한 과도하며 위험한 노동을 줄이고 여가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AI 로봇의 등장은 그런 잠재성을 내재하고 있다. 핵심은 관계의 제도적 설계다. 인간과 한층 진보한 AI 로봇이 공장 안에서 어떤 관계로 재배치되느냐에 따라 인류가 그려왔던 이상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가 판가름 난다. <튜링스 맨>을 쓴 제이 데이비드 볼터는 ‘종합적 지성’이라는 말로 둘의 관계 설정을 제안한 바 있다. ‘협업적 지성’을 위한 인간-AI 로봇의 관계맺기가 생산력 측면에서도 최상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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