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폰지’라는 신흥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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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최근 유튜브상에서는 ‘미래 폰지’ 혹은 ‘성공 포르노’를 둘러싼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사업가 ‘자청’을 향한 비판이 크게 대두하고 있다. 자청은 2020년경 세간에 등장해 자신처럼 엄청난 자산가가 되려면 어떻게 행동하고 사고해야 하는지 설파하는 활동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엄청난 이익을 거둔 불로소득 자본가다. 그 스스로 “오타쿠 흙수저에서 월 1억원 자동 수익을 실현한 무자본 연쇄창업마”를 자처하고 있으니 ‘불로소득’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건 분명해 보인다.

자청은 자신의 성공 공식을 ‘역행자 7단계’로 설명한다. 자의식을 해체하고,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는 등의 방식을 통해 정체성을 만들고, 경험이나 평판에 대한 오작동과 편향을 극복하라는 등 자기만의 개똥철학이 가득하다. 이런 방식을 통해 자신이 좋은 기억과 경험을 갖게 됐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문제는 이것을 교리화하고, 신자유주의적인 자기계발 이데올로기와 뒤섞은 후, 자기 매출의 상품으로 삼는다는 점에 있다. 설상가상 그는 책을 읽을 때 비판적으로 읽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아마 책 판매엔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이런 이들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진 데는 ‘따라 했지만 시간만 흘렀다’는 평가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개인적 성공에 어찌 ‘묘수’가 있겠는가. 특히 자영업자 혹은 프리랜서의 성공이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노력 없이 이뤄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우연과 운도 따라줘야 가능하다. 그러니 스마트스토어, 소셜미디어 마케팅, 퍼스널브랜딩 등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유행하거나 통용됐던 특수한 방법론을 들며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떠드는 이야기의 절반은 거짓이다. 아무리 똑같이 따라 한다고 한들 시장은 변화하고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혹은 프리랜서의 성공에 어찌 ‘묘수’가 있겠는가.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떠드는 이야기의 절반은 거짓말이다. 자산을 부풀려 자수성가에 대한 믿음을 무형의 상품으로 가공·판매하는 ‘미래 폰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이런 ‘성공 포르노’가 거짓말에 기반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실제로 떠드는 만큼의 자산을 형성한 상태가 아님에도 ‘블러핑’에 기반해 자수성가에 대한 믿음을 무형의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이를 ‘미래 폰지’라고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한 노동자가 수십억원대 자산가로 거듭나는 일은 기적에 가깝다. 이를 모두가 따라 한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그렇게 될까? 그렇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낸 ‘우리나라 중산층의 현주소와 정책과제’에 따르면, 실제 한국사회에서 계층 이동성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기대 역시 줄고 있는데, “노력한다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을 묻는 말에 “매우 높다” 또는 “비교적 높다”고 답한 비율은 2011년 28.8%에서 2019년 23%로 감소했다.

우리 사회는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처우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삶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미래 폰지라는 신흥종교의 신도가 되는 것이 아니다. 가령 몇 년 동안 퇴근조차 없이 열심히 일했는데 갑자기 사측이 권고사직을 한다? 일하는 사람의 진짜 자존심은 같은 처지로 내몰린 동료들을 만나 서로를 단단히 묶고, 체념하지 말자고 뜻을 모을 때 세울 수 있다. 각자도생 사회에서 모두를 위한 ‘경제적 자유’가 가당키나 할까? 설령 혼자 자산가가 된다고 행복해질까? 사회 자체를 바꿔야 한다. 역사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단결을 통한 권리 신장에 베팅을 거는 것만큼 보증된 길은 없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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