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만 화려한 초록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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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새벽 배송이 왔다. 국민의힘은 다른 정당보다 부지런히 기후공약을 마련해 미래 택배 1호, 2호라는 라벨을 붙여 야심만만하게 배송했다. 기대에 찬 마음으로 풀어보니, 아뿔싸. 겉은 화려한 초록색 포장지인데, 뭔가 의심쩍은 것이 담겼네. 이런 것을 그린워싱이라고 하나.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기후위기대응기금 규모 두 배(2027년 5조원) 조성’은 국민의힘의 대표 기후공약이다. 재원은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을 확대해 확보하겠다고 했다. 5조원은 한국 GDP(약 2000조원)의 0.25% 정도에 불과해 턱없이 부족하나, 그나마도 지켜질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2024년 기후대응기금이 지난해 예산보다 약 1조원 삭감됐으며, 이유는 주로 배출권 예상 수입이 큰 폭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작년 3월 정부가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는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거의 없다. 더군다나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산업 부문 감축률만 14.5%에서 11.4%로 유일하게 낮췄다. 그동안 이러한 정책을 지지해온 국민의힘이 총선 이후 180도 변모해 그나마 줄어든 기후대응기금을 5조원까지 확대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확충한 재원을 기후산업 육성, 기술개발 등에 중점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기후대응기금은 단순히 산업 전환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지역경제 전환,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전환으로 피해를 받는 노동자·지역에 대한 일자리 전환·창출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기후대응기금을 대폭 삭감하며, 특히 공공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지원사업을 축소했다. 산업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공공자금 투여가 없으면 전환이 어려운 취약한 영역이 있다. 그런데 공공인프라 조성 및 정의로운 전환에 사용돼야 할 기금을 줄이면, 그만큼의 충격은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고스란히 부담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확대한 기금의 사용처에서 이 부분을 공공연하게 배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다른 정당보다 부지런히 기후공약을 마련해 미래 택배 1호, 2호라는 라벨을 붙여 야심만만하게 배송했다. 기대에 찬 마음으로 풀어보니, 아뿔싸. 겉은 화려한 초록색 포장지인데, 뭔가 의심쩍은 것이 담겼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적으로 확충해 글로벌 산업경쟁력을 지켜내겠다는 정책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윤석열 정부의 애초 공약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조화로운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던 윤석열 정부는 2024년 원전 지원 예산을 전년보다 1498% 늘리고,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을 43% 삭감했다. 이미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본 재탕 공약일 뿐 아니라 애당초 변동성 전원인 태양광과 경직성 전원인 원전은 성격상 조화롭기 어렵다.

그 외에도 줄어들고 있는 전기차 지원금, 시행일까지 어기며 후퇴하고 있는 플라스틱 정책 등을 앞으로 강력하게 시행하겠다는 국민의힘의 약속을 믿을 수 있을까? 선거 앞에 기후위기대응 전도사가 된 국민의힘은 먼저 현 정부에 동조해온 그간의 행보에 대한 해명과 기후환경정책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전시킬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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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