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파트 2-감독이 팬심으로 만든 우주 활극의 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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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분을 끌고 가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력이 빛난다. 빌뇌브 감독은 10대 시절부터 원작 소설의 팬임을 밝혔다. ‘이번엔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팬심이 영화 곳곳에서 묻어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아마도 주목하지 않은 사람은 ‘왜 이리 호들갑일까’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사전에 영화를 본 외국 평론가들의 극찬 러시, 심지어 유튜브 타임라인도 이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 시리즈의 최신 정보를 앞다퉈 소개하고 있다(유튜브 타임라인은 정확히는 <듄>을 검색해본 기자의 경험을 반영한 결과이겠지만).

한국이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무덤이라는 이야기도 이젠 시효를 다한 듯싶다. 유튜브에서 3차에 걸친 <듄: 파트 2> 예고편을 프레임 단위로 쪼개 ‘썰’을 풀고 있는 영상을 보면 놀랍다. 언제부터 국내에 <듄> 팬층이 이렇게 두터웠던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관한 관심이 시들해지자 전부 이쪽으로 옮겨온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원작 소설 영화화에 실패했던 까닭

프랭크 허버트의 <듄>(1965)은 사실 그 이후에 나온 대다수의 스페이스 오페라영화-대표적으로 <스타워즈> 시리즈-의 모티브를 제공해주는 소설이었다. 그러나 정작 원류에 해당하는 <듄> 시리즈를 제대로 스크린으로 옮기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로 생각됐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가 영화화에 도전했다가 좌절했거나-H. R. 기거가 참여해 만든 <듄>의 설정자료집은 나중에 <스타워즈> 시리즈나 <에이리언> 시리즈에 영감을 줬다-1984년 처음 장편영화로 만들어진 <듄>의 편집권을 뺏긴 데이비드 린치가 영화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것을 거부한 일 등은 유명한 이야기다. 인터넷에서 풀버전으로 볼 수 있는 1984년작 확장판 감독명은 데이비드 린치가 아닌 ‘무명씨’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알란 스미시(alan smithee)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어쨌든 영화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영화의 주인공은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폴 아트레이더스(티모테 샬라메 분)다. 황제 샤담 4세의 명령으로 황량한 모래 행성 아라키스로 파견되는 아트레이더스 가문의 장자다. 아라키스는 원래 하코넨 가문이 지배하고 있었으나, 황제는 아트레이더스 가문을 제거하고자 하코넨 측에 자신의 직할부대인 사다우카를 보내 하룻밤 사이 아트레이더스 가문을 몰살시킨다. 살아남은 폴과 폴의 어머니 제시카(레베카 퍼거슨 분)는 모래폭풍을 뚫고 아라키스 사막부족 프레멘족을 찾아간다. 폴 모자를 자기 집단에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는 자미스와 폴이 결투를 벌이고, 폴은 이 결투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다. 여기까지가 전편의 이야기다. 파트 2는 그다음부터 바로 이어진다. 1편도 상영시간이 꽤 길었는데, <듄> 전체 시리즈에서 핵심인 폴이 자신의 이름(무앗딥)을 얻기 전까지만 나온다. 전사로서 ‘무앗딥’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은 이번에 개봉하는 <듄: 파트 2>에서다.

영화는 “스파이스를 지배하는 자, 우주를 지배한다”는 문구를 제시하면서 시작한다. 스파이스는 전 우주에서 이 변방의 아라키스 행성에서만 나는 물질로 공간을 접는 우주 항행에도 사용되지만, 예지력과 같은 정신개발에도 사용된다(게다가 수명도 수백 년으로 늘어난다). 아라키스의 사막부족인 프레멘의 눈은 흰자위까지 포함해 파란색인데, 이것 역시 공기 중에 만연하는 스파이스 덕분이다. 하코넨이나 아트레이더스가 이 행성에서 하는 것이 이 귀한 자원인 스파이스 채취업이다. 원래 행성 거주자들이었던 프레멘족은 ‘착취’에 맞서 저항하고. 잇단 게릴라전에서 승리하면서 폴은 프레멘족의 리더로 떠오른다.

감독이 원작의 ‘찐팬’이라 가능했던 것들

사실 프레멘족 사이에는 자신들을 구원하고 모래 행성을 푸른 행성으로 바꿀 ‘리산 알 가입’, ‘퀴사츠 헤더락’이라는 초인(超人)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이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프레멘족이 이 전설을 믿는 것은 아니었다. 주로 아라키스 남부의 신심이 깊은 프레멘족만 믿고, 북부의 신세대 프레멘족은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전편부터 폴의 예지몽에 등장했던 챠니(젠데이아 분) 역시 그냥 헛소리로 치부하고 믿질 않았다. 정말 폴은 프레멘족의 구원자일까. 예지몽대로 그는 하코넨과 황제를 제압하고 새 황제로 등극해 전 우주가 휘말려 들어가는 종교전쟁을 벌이게 되는 걸까.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프랭크 허버트 원작 <듄> 1권의 이야기는 대충 이번 편으로 마무리된다. 꽤 긴 상영시간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력이 빛난다. 10대 시절부터 원작 소설의 팬임을 밝힌 감독이 ‘이번엔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작정한 듯 영화 곳곳에 팬심이 묻어난다. 아쉬운 것은 원작 소설에서도 그렇고, 데이비드 린치의 극화에서도 인상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폴의 여동생 알리아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알리아를 임신한 어머니 제시카가 뱃속에서 각성한 알리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등장하는데, 전편에서 그러듯 예지몽 속에 나온 알리아는 이미 자란 성년의 모습으로만 스쳐 가듯 모습을 보인다. 넷플릭스 시리즈 <퀸스 갬빗>(2020), <라스트 나잇 인 소호>(2021) 등을 통해 대세 배우가 된 안야 테일러 조이가 앞으로 만들어질 <듄> 시리즈의 후속작에서 알리아 역을 맡을 모양이다. 극장에서 볼 계획이라면 적어도 시리즈의 전편 <듄: 파트 1>(2021)은 복습하고 가길 추천한다.

제목: 듄: 파트 2(Dune: Part Two)

제작연도: 2024

제작국: 미국, 캐나다

상영시간: 166분

장르: 액션, 모험, 드라마, SF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티모테 샬라메, 젠데이아 콜먼, 레베카 퍼거슨, 조슈 브롤린, 오스틴 버틀러, 플로렌스 퓨, 데이브 바티스타, 크리스토퍼 월켄, 스티븐 헨더슨, 레아 세이두, 스텔란 스카스가드, 샬롯 램플렝, 하비에르 바르뎀

개봉: 2024년 2월 28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황당한 급마무리 1984년판 <듄>의 엔딩

/경향자료

/경향자료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소설을 보면 전체 이야기는 황제의 딸인 이를란 공주가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쓰인 것처럼 돼 있다. 말하자면 거대한 우주 이야기의 화자는 이를란 공주다. 국내에서 <사구>라는 제목으로 개봉하고 비디오로 출시된 1984년판 <듄>(사진)도 시작 장면에 이를란 공주가 내레이터로 등장한다. 인터넷 등에서 볼 수 있는 확장판에서 이를란 공주의 이 회상 장면은 삭제돼 있다.

드니 빌뇌브 감독판 <듄> 시리즈의 화자는 챠니다. 폴이 사랑하는 사람은 챠니지만, 폴은 새 황제에 오르기 위해서 이를란 공주와 정략결혼을 한다(이 정략결혼을 제안한 사람은 정무 판단이 빠른 이를란 공주다).

사실 위 리뷰에서도 지면 분량상 많은 이야기를 생략했는데 이 방대한 이야기를 보통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인 장편영화에 꾸겨 넣기는 무리다. 영화화를 시도했던 조도로프스키도 원래 구상한 것은 16시간짜리 상영판이어서 결국 갈등 끝에 잘렸다. 우여곡절 끝에 메가폰을 잡은 데이비드 린치도 5~6시간짜리 버전을 염두에 뒀다고 하는데, 소문만 무성한 그 5~6시간짜리 감독판은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긴 이야기를 압축하다 보니 1984년판은 뒤로 갈수록 산으로 간다. 가장 악명이 높은 대목은 초인으로 각성한 폴이 황제의 칼을 들고 맞선 페이드 로타(데이비드 린치 버전에는 가수 스팅이, 이번 드니 빌뇌브 판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 일대기 영화 <엘비스>(2022)의 주인공 오스틴 버틀러가 이 사이코패스 악당 역을 맡는다)와 대결 후 아라키스 행성에 내린 적이 없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를 내리게 한다는 장면이다.

이렇게 되면 전 우주에서 유일하게 ‘스파이스’를 생산하는 아라키스 사막의 모래벌레들이 몰살 당할 텐데? 원작에도 없는 설정인데 후속작을 염두에 두지 않고 우주를 지배할 초인의 등장으로 마무리하려다 보니 둔 패착이다.

영화 개봉 후 아동용 장난감까지 나와 인기리에 판매되었지만, 역시 원작에는 없는 ‘무앗딥’ 폴과 프레멘족이 사용하는 ‘사운드건’(84년 판 영화에서 이들은 “이이잇 쏴”, “무아아~딥!”이라고 외치면 광선이 나가는 신무기(!)를 동원해 우주최강 사다우카 부대를 무찌른다)도 데이비드 린치 아니랄까봐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을 뽐내고 있다. 다행히도(?) 이번 드니 빌뇌브판 <듄> 시리즈에서는 그런 무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원작 소설은 이를란 공주를 배필로 맞이하겠다는 폴의 선언을 두고 챠니에게 어머니 제시카가 “첩의 이름을 달고 있는 우리를 역사가들은 아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될 것”이라고 위로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1984년 작 대안 편집판 클립을 보면 데이비드 린치도 이 장면을 찍어두긴 했던 모양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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