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를 불평하는 눈송이 세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꼰대들은 우리를 눈송이라고 부른다

해나 주얼 지음·이지원 옮김·뿌리와이파리·2만2000원

[신간]혐오를 불평하는 눈송이 세대

한국에서 청년세대를 일컫는 용어가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게 ‘MZ세대’다. 이런 세대 구분을 두고 단순히 태어난 시점을 기준 삼아 개인을 하나의 집단에 가둬놓고 평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많다. ‘눈송이’는 영미권에서 청년을 일컫는 ‘멸칭’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비디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는 ‘눈송이 세대’를 분석하면서 세대론의 문제를 풀어간다. 주류 기득권은 눈송이 세대를 ‘강인하고 참을성 많은 기성세대와 달리 나약하고 예민하고 불평 많은 철부지 세대’로 정의한다. 저자는 묻는다. “왜 예민하고 불평하면 안 되는가?”

저자는 눈송이의 어원을 찾아 용어에 숨은 기득권의 문화와 정치 이데올로기를 폭로한다. 눈송이란 용어는 백인우월주의와 반페미니즘을 표방하는 대안 우파 진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러나 중도·진보주의자들도 눈송이를 혐오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극우의 인터넷 밀실에서 나온 혐오 표현이 암암리에 대중의 의식 속에 깊이 파고든 것이라고 분석한다.

기득권 입장에선 눈송이는 고착화한 계급 권력과 인종 권력, 경제 권력 등의 관계를 ‘위협’한다. 그래서 이들을 악마화한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이에 맞서 저자는 눈송이를 ‘현대 삶을 구조화하는 위계질서와 강한 불평등에 도전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저자는 “하! 거봐, 당신이 얼마나 예민한지!”라는 말에 이렇게 대응하라고 말한다.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종주의자, 편견 덩어리, 동성애 혐오자, (…) 헛되이 발버둥 치는 옹졸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잔인한 사람이기보다는 차라리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고 싶다.”

■전쟁 이후의 세계

박노자 지음·한겨레출판·2만원

[신간]혐오를 불평하는 눈송이 세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2년이 됐다. 전쟁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이 여럿 벌어지고 있다. 저자는 ‘이런 전쟁들이 세계 질서를 어떻게 바꿀지, 한국은 이런 세계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라는 질문에 답한다. 소련 출신인 저자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일련의 전쟁을 다원 패권 시대로 이행을 알리는 징후로 해석한다. 아울러 한국이 취해야 할 입장과 노선도 제시한다. 전쟁의 시대를 전쟁 없이 헤쳐나가려면 ‘한반도 평화’를 중심에 둔 외교·안보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념과 현실

정태헌 지음·역사비평사·2만8000원

[신간]혐오를 불평하는 눈송이 세대

한국사를 통해 세계사를 읽고, 세계사 속에서 한국사를 바라본다. 저자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제국주의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 그에 대응해 민주주의와 평화를 추구한 근대 한국’이다. 개항 이후 해방 때까지 진행된 이 과정을 탐색하는 것은 한국사를 넘어 평화 지향적 세계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창비·1만5000원

[신간]혐오를 불평하는 눈송이 세대

3월에 공개될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원작 소설이다. 출간 13년 만에 최근 정서에 맞게 일부 표현을 다듬은 리마스터판이다. 혈혈단신으로 벨기에에 밀입국한 탈북인 ‘로기완’의 행적을 추적하며 타인에 대한 공감과 애정을 그렸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신간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