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 국립중앙도서관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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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얼마 전 서울 반포동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정기 이용자로 등록하려면 처음 한 번은 반드시 방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곳에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전시물도 있다고 해서 첫째 아이와 함께 찾았습니다. 문화재를 가상현실(VR) 기기로 만날 수 있고, 수십 년 전 컴퓨터와 타자기를 비롯한 기록·저장 매체도 전시돼 있어 볼 만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도서관에 아이와 함께 들어갈 순 없었습니다. 안내하는 분이 여긴 16세 이상만 출입 가능하고, 아이들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규정이 그랬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정보 이용·조사·연구 등을 목적으로 만 16세 이상인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데, 다만 학생증·청소년증 등 본인확인이 가능한 신분증이 있다면 청소년 자료 이용 신청서를 쓰고 출입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초등학생은 제외입니다.

아이는 약간 실망한 듯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립중앙도서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서관이고, 모든 책은 이곳에 수집된다며 한껏 기대감을 키워놔서일 것입니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제 불찰이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다른 도서관과는 다른 역할과 기능이 있다고 알고 있지만 이렇게 ‘노키즈존’처럼 운영해야 할 정도인지는 몰랐습니다. 사실 중·고등학생도 신청서를 쓰고 출입한다면 번거로움에 올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잖아도 갈수록 유튜브나 틱톡, 게임 같은 영상물에 빠져 사는데, 아이들이 책과 친근해지게 하려면 도서관이 좀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아이들이 도서관에 가기 싫어한다면, 답답하고, 재미없다고 느껴서일 듯합니다. 크게까지는 아니라도, 소곤소곤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는 허용되는 품이 넓은 도서관이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면 아동·청소년을 비롯해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문화 공간으로 바뀌면 좋겠습니다. 인제 기적의도서관과 의정부음악도서관, 의정부미술도서관, 전주시 책기둥도서관과 연화정도서관 등 많은 특색있는 도서관이 그런 답답하고, 고루한 이미지를 바꾸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은 2022년 9월부터 공석입니다. 최초로 민간인 전문가(서혜란 관장)가 임기를 마친 후 3차례 공모를 했지만, 여전히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도서관 분야 전문가로 인품을 겸비한 이가 임명되고, 취임 후 기자간담회를 연다면 물어보고 싶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 계속 이렇게 이용자를 제한해 운영하는 게 최선일까요.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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