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빛낼 한·일 야구스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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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고우석·야마모토·마쓰이 등 아시아 야구 명성 세계로 넓히는 한 해 전망

미국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가 지난해 12월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가 지난해 12월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일 선수를 좀더 많이 볼 수 있게 됐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스타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고 미국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KBO리그에서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26)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샌프란시스코와 계약기간 6년 총액 1억1300만달러(약1467억원)에 계약했다.

이 계약으로 이정후는 코리안 메이저리거들 몸값의 역사를 새로 썼다.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최대 규모 계약이라는 업적을 이뤘다. 앞서 최대 규모는 류현진이 2013년 LA 다저스와 6년간 3600만달러(연평균 600만달러)에 계약한 금액이었다. 한국인 빅리거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시야를 넓혀도 이정후는 역대 총액 2위가 된다. 추신수(현 SSG)는 2014년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달러에 계약했다. 연평균 금액은 당시 추신수가 1857만달러로, 1883만달러의 이정후가 더 높다.

이정후와 ‘매제’ 고우석 나란히 미국행

이정후는 2024년 새해를 맞이한 1월 1일 ‘2024시즌 30개 구단의 (희망찬) 예측 한 가지’라는 기사를 통해 MLB닷컴의 메인에 언급됐다. 심지어 이정후는 메인 사진 중 가장 한가운데 배치돼 있다. 그를 향한 샌프란시스코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정후는 새 홈구장이 될 오라클파크가 자신과 잘 맞는다고 자신한다.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라고 한 이정후는 “좌우 중간을 갈라서 칠 수 있기 때문에 장점을 살리면 나에게 잘 맞는 구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이미 특급스타로 대우하고 있다. 반려견 ‘까오’까지 SNS에 집중 조명되기도 했다. LA 다저스에 둥지를 튼 오타니 쇼헤이의 반려견이 관심을 모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정후는 “구단에서 ‘반려견의 날’ 같은 게 있다고 하더라. 나도 반려견이 있다고 하니까 소개해줬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역시 같은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진출에 성공한 선수가 있다. 일본프로야구(NPB)를 평정한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6)가 오타니와 같은 팀인 LA 다저스에 둥지를 틀었다.

계약 규모도 엄청났다. 12년간 3억2500만달러(약 4288억원)를 받기로 했다. 3억2500만달러는 우완 게릭 콜이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며 받은 9년 3억2400만달러를 100만달러 경신한 역대 투수 최대 보장액이다.

일본 무대 평정 야마모토, 오타니와 한솥밥

야마모토는 이른바 일본 무대를 평정했다. 2017년 오릭스에 입단한 뒤 올해까지 퍼시픽리그에서 3년 연속 투수 3관왕, 3년 내리 최우수선수 및 3년 연속 일본판 사이영상인 사와무라상을 휩쓸었다. 일본 통산 7년간 70승 29패, 32홀드, 평균자책 1.82, 삼진 992개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성적은 49승 16패, 평균자책 1.44, 삼진 580개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수확했다.

지난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경기 7.1이닝, 1승, 평균자책 2.45를 기록하며 일본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당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WBC를 마친 후 정규시즌에서도 활약을 이어가면서 미국 무대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야마모토 영입을 위한 여러 팀의 구애가 있었다. 뉴욕 메츠, 뉴욕 양키스,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이 경쟁을 펼쳤다. 특히 양키스는 3억500만달러를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에런 분 양키스 감독이 야마모토를 만나 등번호 18번이 적힌 핀스트라이프 유니폼까지 건넸다고 한다. 스티븐 코언 메츠 구단주는 야마모토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그의 마음을 사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친 바 있다. 오타니를 차지했던 다저스가 야마모토까지 품에 안으면서 단숨에 월드시리즈 제패라는 목표까지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됐다.

다저스는 야마모토를 새 시즌 1선발로 쓸 예정이다. 투타 겸업을 하는 오타니가 팔꿈치 수술 여파로 한 시즌 동안은 타자로만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는 만큼 야마모토는 다저스에서 엄청난 대우를 받는다. AP통신이 입수한 야마모토의 계약 조건에 따르면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물론 정규직 통역과 개인 트레이너, 물리치료사를 대동할 수 있다. 또한 원정 경기 호텔 스위트룸과 1년에 5차례 왕복 비행기 티켓을 받는다. 대신 다저스는 야마모토가 계약기간 내 팔꿈치를 수술하면 옵트 아웃(기존 계약을 깨고 다시 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하는 것)을 걸어두며 안전장치를 뒀다.

이밖에 한국과 일본에서는 미국에 진출한 선수가 다수 나왔다. 이정후의 여동생과 화촉을 밝혀 가족 사이가 된 LG 고우석(26)도 포스팅 기한 막바지에 계약을 성사했다. 김하성이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 입단 제의를 받았고 소속팀인 LG의 허가가 떨어졌다. 고우석의 협상 기한은 한국시간으로 1월 4일 오전 7시였는데 고우석은 3일 미국으로 떠났다.

샌디에이고는 이정후의 소속팀인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MLB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해 있다. 따라서 오는 3월 20~21일 이틀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정규시즌 개막시리즈에서 한국팬을 만나게 됐다. 샌디에이고에는 김하성이 있다. 김하성과 고우석이 함께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일본 최고의 마무리였던 마쓰이 유키(29) 역시 샌디에이고에 속해 있다. 마쓰이도 다음 시즌부터 미국에서 활약할 선수 중 하나로 꼽힌다. 2014년부터 라쿠텐에서 뛰었던 마쓰이는 통산 501경기에서 659.2이닝을 소화하며 236세이브, 평균자책 2.40을 기록했다.

2023시즌에는 59경기에서 39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 1.57을 기록했다. 시즌을 마친 뒤 해외 FA 권리를 행사하며 미국 진출을 꾀했다. 이런 마쓰이를 샌디에이고가 영입하며 5년 총액 2800만달러(약 364억8000만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샌디에이고는 한국의 마무리 고우석과 일본의 마무리 마쓰이를 모두 보유하게 돼 고민이었던 ‘뒷문’을 두텁게 하는 효과를 얻었다.

이정후, 고우석, 야마모토, 마쓰이 등 스타급 한·일 선수들이 미국 무대에 합류하게 되면서 메이저리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한·일 야구팬들은 물론 아시아 야구팬들이 모두 한·일 야구 선수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아시아 선수들이 쌓아둔 명성을 발판으로 아시아 야구가 세계에 더 널리 이름을 알리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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