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강원 강릉 BTS 버스정류장 - 새날을 기다리는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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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60)강원 강릉 BTS 버스정류장 - 새날을 기다리는 정류장

어딜 둘러봐도 온통 힘들다는 소리만 들리는 겨울이다. 불어오는 칼바람에 볼마저 부서질 듯 얼어버리는 계절의 복판을 지난다. 촬영 일정에 가족을 대동하고 다녀오는 길에 딸이 말했다. “아빠 이 근처에 BTS 버스정류장이 있대.” 평소 같으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그곳인데 귀가 쫑긋했다. 오랜만에 여행을 나온 딸을 위해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 향호해변으로 운전대를 틀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 앞에 버스정류장 하나가 덩그러니 놓였다. 이곳이 BTS의 앨범 재킷을 찍었던 정류장이란다. 원래 세트를 지어서 찍고 허물었는데, BTS의 빌보드 음반차트 1위를 기념해 다시 만들어 놓았단다.

줄이 늘어선 솔밭과는 달리 정류장은 인적이 드물었다. 사람들의 배려가 만든 풍경이다. 그 와중에도 눈부시게 파란 바다와 덩그러니 놓인 정류장이 묘한 대비를 이뤘다. 버스가 오지 않는 저 정류장이 사람들에게 웃음을 찾아주는 풍경도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BTS의 흔적을 찾아온 이곳에서 행복을 발견한다면, 이곳은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정류장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어느새 하늘이 오렌지빛으로 물들어 왔다. BTS ‘봄날’의 가사처럼, “추운 겨울 끝을 지나 다시 봄날이 올 때까지 꽃피울 때까지” 우리 모두 조금 더 그 자리를 지켜주길. 모두가 힘을 내길,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정류장에서 응원의 마음을 모두에게 전해본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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