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 넘어 정교한 시스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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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낙수효과’ 넘어 정교한 시스템을

이르면 올 연말 의대 정원 확대 규모가 정해진다. 일각에서는 의사 수가 늘어나면 ‘낙수효과’로 필수의료 및 지역의 부족한 의사 수도 채워질 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이미 시장화된 의료 현실에서 ‘공공성’에 대한 고민 없는 증원은 ‘쏠림’현상만 더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한국사회에서 ‘의료 공공성’은 희미해진 지 오래다. 공공병원 비율은 5.1%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시장의 논리에 따라 ‘적자’, ‘비효율’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수도권에 병상이 집중되는 병상 불균형도 가속화되고 있다. 민간의료보험인 실손보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비급여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았지만, 의대 증원을 계기로 시장 논리에 왜곡된 의료계 시스템 전반에 관한 체계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목소리로 표출돼왔다. 이번 의대 증원 추진을 앞두고도 의견이 쏟아져 나온다. ‘지역’을 기준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의견도 있고, 지역에 특화된 의료인력 배출을 위해 공공의대를 설립하거나 지역의사제를 추진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의료비 급증과 쏠림현상의 원인인 실손보험, 현재 의료 행위 지급방식인 행위별 수가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정부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시스템 개편을 통해 망가진 의료체계를 바꿀 수 있을까.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여론은 우호적이다.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대란’ 등 의료인력 부족 및 쏠림으로 인한 안타까운 사건이 이어지면서 의료 문제에 대한 여론의 관심과 정책 변화에 대한 요구 수준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료 취약지역과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할 의사를 충원하기 위한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82.7%에 달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두고 총선용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런 여론에 제대로 응답하기 위해서는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를 넘어선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이 왜곡된 의료 시스템을 바꾸고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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