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당과 조국 전 장관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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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이준석 신당과 조국 전 장관의 선택

“Segui il tuo corso et lascia dir les genti.” 조국 전 장관이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경구입니다. 유명한 문구죠. 카를 마르크스가 <자본론> 1판 서문 맨 말미에 적어놓은 말입니다. “네 갈 길을 가라, 남들이 뭐라 하든” 정도의 뜻입니다. 이 경구는 단테의 <신곡> ‘연옥편’에 나오는 “Vien retro a me, e lascia dir le genti(나를 따르라, 남들이 뭐라 하든)”는 말을 비튼 것이었죠.

정치권 신당을 커버스토리로 다루기로 하면서 주간경향 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사전 취재를 해보니 정치권 주변의 ‘전문가’들이 의외로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준석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죠.

신당과 관련 원래의 키워드는 ‘이준석’과 ‘조국’이었습니다. 이준석 신당 못지않게 야권에서는 조국 신당 논의를 두고 설왕설래가 벌어졌습니다. 조국 전 장관이 11월 6일 인터넷방송인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첫 출연해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회복”을 언급하면서부터입니다. 조 전 장관은 나흘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방송 발언에 대한 일종의 ‘해명성 글’에서 “장관도, 교수도 아닌 주권자 시민으로서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주권자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여럿입니다. 정권을 규탄하는 거리 시위에 나설 수도 있고, SNS를 통한 의견 개진이나 온·오프 집단행동의 주도나 참여, 그리고 각종 선거에서 투표권 행사도 포함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주권자 시민이 할 수 있는 일 중에는 피선거권 행사, 다시 말해 선거 출마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준석 못지않게 조국의 선택을 두고도 말이 엇갈렸습니다. 신당 기사를 쓰면서 이준석과 조국 각각 코멘트를 다 받아뒀지만, 기사는 이준석 신당에 포커스를 맞춰 썼습니다. 조국 신당에 관한 한, 아직 가시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처음에 인용한 단테를 비튼 마르크스의 경구는 조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말이지만 이준석의 현재 행보와 더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준석 신당 논란이 기존에 각축전을 벌이던 신당 논의를 블랙홀처럼 다 빨아들인 형국입니다. 지금의 분위기가 그가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힌 12월 말까지 이어질까요. 참고로 ‘이준석 신당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정치평론가들 쪽은 아직도 그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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