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인권위 상임위원의 ‘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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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이 정제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2023년 11월 8일. 인권위 국정감사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 김용원 상임위원이 한 말입니다. 마지 못한 사과입니다. 이날 오전 여러 운영위 위원이 김 위원의 ‘막말’ 문제를 지적해도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국회 운영위 위원인 윤영덕 위원의 끈질긴 사과 요구에 꺼낸 말이었습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11월 8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윤재옥 위원장이 증인선서 절차를 문제 삼자 다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앞줄 맨 우측이 김용원 상임위원이고 그 옆이 이충상 상임위원이다. /박민규 선임기자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11월 8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윤재옥 위원장이 증인선서 절차를 문제 삼자 다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앞줄 맨 우측이 김용원 상임위원이고 그 옆이 이충상 상임위원이다. /박민규 선임기자

지난주 기자는 ‘인권위의 추락’ 기사를 썼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 정부에서 임명된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들로 인적 구성이 바뀌면서 ‘인권위의 보수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보수화된 인권위를 대표하는 현병철 인권위원장 시절 인권위로의 ‘회귀’ 내지는 ‘시즌 2’가 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10월 국회가 지명한 이충상 상임위원, 그리고 올해 2월 대통령이 지명한 김용원 상임위원으로 상임위원이 교체된 뒤의 풍경입니다. 특이한 것은 두 상임위원이 싸우는 대상이 박진 사무총장을 위시한 인권위 사무처 직원들이라는 점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전해 듣기로는 이들 두 상임위원의 막말·협박에 스트레스를 받은 사무처 직원들의 휴직이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용인 기자

정용인 기자

기자는 지난 10월 30일 열린 인권위 전원위원회를 취재했습니다. 회의가 열리기 전, 방청신청한 인권단체 사람들이 침해구제1소위 파행과 운영규칙 개악을 시도하는 김용원 상임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를 복도에서 외쳤습니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들의 시위가 회의 방해를 시도하는 불법시위라며 집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하면 적법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주장을 한다. 자기네 입맛에 맞지 않으면 물러나야 하는가”라는 것이 그의 논리였습니다. 김 위원에게 “집시법은 옥외집회를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으니 입을 닫았습니다.

이충상 위원은 전화 통화를 거부하고 문자나 카톡으로만 취재를 요구했습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박진 총장의 청탁으로 나에게 질문하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주간경향의 취재가 ‘박진 총장 및 그 추종자인 인권위 직원들의 청탁 취재’인 근거로 “전원위 이틀 뒤에서야 뜬금없이 연락했으니 인권위 직원들에게 연락을 먼저 하지 않았을 것이고, 인권위 직원들이 주로 일간지 기자들에게 공격을 부탁하다 안 되니까 주간지 담당 정 기자에게 연락해 공격적 취재를 청탁한 것일 것이며, 인권위 직원들과 기자님 사이의 전화·문자·카톡을 조사하면 하청취재인 것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주장이기도 하지만, 무슨 권리로 직원들이나 외부인인 기자의 휴대전화를 뒤질 수 있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다 차치하고서라도 인권위의 진정·조사 대상인 ‘반인권적 직장내 갑질’ 행위를 다름 아닌 인권위 상임위원이 할 수도 있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인권위 상임위원의 ‘자질’을 따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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