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한다, 고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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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주간경향은 ‘기억’에 주목했다. 추상적이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여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주제였다. 그러나 대형 참사에서 기억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무게와 의미를 지닌다고 봤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실제 취재 과정에서도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 이들과 함께하는 사회활동가들은 “진실과 기억의 힘이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기억해야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나아가 제대로 된 원인을 파악해야 적절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수 있다. 기억은 우리가 참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동력인 것이다.

이들은 그래서 참사를 지우거나 왜곡하려는 움직임에 맞서 ‘기억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참사 현장에 조성된 기억공간인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유가족과 생존자 및 지역 주민 등의 목소리를 기록한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창비) 발간은 기억 투쟁의 일환이다.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일대를 가득 채웠던 십수만장의 추모 메시지와 꽃·술 등의 추모 물품을 보존하는 활동도 마찬가지다.

기억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진상규명의 길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여전히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외친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온몸에 힘이 빠졌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후 8년이 흘렀지만 변하지 않은 세상 앞에서 느꼈을 무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게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당은 특별법 제정에 반대한다. 특별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정부가 특별법 내용을 제대로 이행할지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10월 29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개최된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윤 대통령은 불참했다. 대신 재난안전의 주무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과 함께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물론 유가족은 없는 자리였다. 이 장면 또한 또렷이 ‘기억’될 것이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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