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인텔, 소프트웨어로 난국 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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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와 메모리의 회로가 그려지는 실리콘웨이퍼의 모습 / Photo by Laura Ockel on Unsplash

CPU와 메모리의 회로가 그려지는 실리콘웨이퍼의 모습 / Photo by Laura Ockel on Unsplash

물가인상 속도보다 컴퓨터의 성능향상 속도가 느려지는 기이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IT에 의한 사회변화 속도가 정신없기에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컴퓨터는 예전처럼 해가 다르게 빨라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의 집적도는 격년으로 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기능 부전에 빠진 덕이다. 사실 그렇게 계속 두 배가 된다면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테니 결국은 끝이 있을 수밖에 없는 법칙처럼 보인다. 그러나 1965년 이야기된 이래 반세기를 이어올 수 있었다는 건 컴퓨터 혁명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기세였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더 이상 두 배를 해내지 못하게 된 이유는 (두 배가 아니라 1.5배라든지 격년이 아니라 매년이라든지 업황에 따라 여러 변종이 있긴 했다) 물리적 한계가 만든 벽에 기술 발전이 부딪혀 있기 때문이다. 나노미터 공정 경쟁이 있었고, 이 수치를 내림으로써 무어의 법칙을 지키려 애썼지만 더는 작아질 수 없는 한계가 작동했다. 미세 공정화에는 마력이 있다. 바로 전력 소모와 열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자가 이동하는 거리가 짧아지고 촘촘하게 틈을 많이 만들 수 있기에 같은 공간에서도 표면적이 넓어진다. 속도가 빨라지면서도 열이 덜 나는 비결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 공정 미세화의 나노미터 수치를 팍팍 내릴 수 없게 된 세계에 접어들었다. 성능을 올리면 필연적으로 열이 발생하고 열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PC처럼 수랭이라도 돌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폰처럼 그럴 수 없는 제품도 많다.

그렇지만 성장세를 멈춘 IT는 시장도, 소비자도, 주주도 용납하지 않는다. 10배, 100배, 1000배를 이야기해야 하는 시장. 최근 엔비디아는 CEO 젠슨 황(Jensen Huang)의 이름을 딴 ‘황의 법칙’을 다시 밀기 시작했다. CPU보다 GPU가 훨씬 더 빠르게 발전이 일어난다는 주장인데,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GPU의 AI 추론 성능은 1000배 증가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공정 미세화 추이는 그러나 겨우 28나노에서 5나노에 이르렀으니 이걸로 1000배를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신 그 비결은 엔비디아 칩 자체가 아닌 인공지능과 같은 소프트웨어 일반의 발전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사용자의 더 효율적인 알고리즘이 성장세가 느려진 반도체를 부여잡고 끌어 올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드웨어의 한계를 소프트웨어의 무한함으로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이 서사 구조는 무어의 법칙에 좌절한 반도체 업계에 희망을 준 듯하다. 인텔은 10월에 14세대 코어 데스크톱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그런데 아키텍처(컴퓨터 시스템 전체의 설계방식)도, 공정도 13세대와 대동소이하다. 대신 애플리케이션 성능 최적화(APO)라는 기능을 새롭게 도입한다. APO는 AI 및 최적화 기술을 활용해 특정 게임들 각각에 맞게 CPU의 동작을 조정해 성능을 향상시켜 보자는 것.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반도체를 쥐어짜도 그 한계가 보이는 지금,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난국을 타개하려는 업계의 모습에는 배울 점이 있다. 모든 물리적 상황이 답보하고 있어도 함께할 수 있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괜찮다는 점. 궁하면 통하는 법이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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