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전남 화순 야사리 느티나무 - 400년 된 나무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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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56)전남 화순 야사리 느티나무 - 400년 된 나무의 가을

전남 화순은 무등산을 사이에 두고 광주광역시와 이웃해 있다. 무등산은 단풍으로도 이름이 높은 곳. 화순의 국도를 따라 무등산의 북쪽을 향해 차를 몰고 있었다. 멀리 학교 운동장 안쪽에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그냥 지나치면 아쉬울 것 같았다. 아무리 바빠도 잠시 들러서 구경하자 마음먹었다. 그 결정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어쩐지, 기념물 제235호. 이름은 ‘화순 야사리 느티나무’. 야사리라는 작고 아름다운 마을의 자랑거리였다. 몸체가 하나인 줄 알았더니 2그루란다. 높이만 25m, 둘레가 최대 5.3m에 달한다. 수령은 약 370~400년. 세간의 풍파를 오래 견디고 살아남은 이의 풍채가 당당하다. 나무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윽하고 아름답다. 머리 위로 곱게 단풍이 들어서 더 멋스럽다. 물론 새순이 막 돋아나는 계절에는 다른 느낌으로 존재감을 뽐낼 테지. 이 마을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이 나무는 계절을 온전하게 온몸으로 보여준다. 시선을 확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원래는 마을의 당제를 지내는 당산나무였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하며 아껴준 덕분에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생명이란 무릇 그렇다. 관심을 받고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거센 고난을 이겨내는 것. 그렇게 올해를 보낸 결실이 이 마을의 가을 풍경으로 완성된 듯하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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