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스트: 믿는 자 - 반세기 만에 이어진 오컬트의 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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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리퀄 또는 레거시퀄이라고 일컬어지는, 기존에 속편들 대신 원전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속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좀더 풍성하게 즐기기 위해서라면 맨 처음 만들어진 <엑소시스트> 한 편만 봐도 무방하다.

제목 엑소시스트: 믿는 자(The Exorcist: Believer)

제작연도 2023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11분

장르 공포

감독 데이빗 고든 그린

출연 레슬리 오덤 주니어, 앤 도드, 엘렌 버스틴, 리디야 주잇, 올리비아 오닐

개봉 2023년 10월 18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유니버설 픽쳐스

유니버설 픽쳐스

<엑소시스트>는 1973년 공개됐다. 일종의 사회현상을 동반한 막대한 흥행은 물론이고,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 후보로 지명돼 각색상과 음향상 2개 부문을 수상하고, 오스카 역사상 최초로 작품상 후보로 오른 공포영화로 기록됐다.

이후 악마 들렸던 소녀 리건의 후일담을 그린 <엑소시스트 2>(1977), 구마 의식에 참여했던 카라스 신부의 후일담을 그린 <엑소시스트 3>(1990)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나 새삼스럽게도 원전의 이전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이 만들어진다. 여기엔 다소 기구한 사연이 있다. 1편에서 구마 의식의 주축이 되는 노신부 메린의 젊은 시절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은 애초 폴 슈레이더 감독이 감독을 맡아 제작했다. 완성된 영화에 만족하지 못한 제작사는 그를 해임하고 레니 할린을 새 감독으로 영입해 재촬영 및 재편집을 거친 후 <엑소시스트: 더 비기닝>(Exorcist: The Beginning)이란 제목으로 2004년 개봉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폴 슈레이더 감독은 언론 등을 통한 지속적인 탄원 끝에 결국 영화제를 통해 자신의 초기 버전을 공개했고, 2005년 5월에는 소규모로 개봉도 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국내에는 <엑소시스트 5: 오리지널 프리퀄>(Dominion: Prequel to the Exorcist)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2016년에는 동명의 TV 시리즈로도 만들어져 2개 시즌으로 공개됐다.

리퀄 전문을 용인한 감독의 안일한 과신

이번에 공개된 <엑소시스트: 믿는 자>는 소위 리퀄(requel) 또는 레거시퀄(legacyquel)이라 일컬어지는 속편이다. 기존에 속편들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원전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속편을 일컫는다. 따라서 이 작품을 좀더 풍성하게 즐기고 싶다면 맨 처음 만들어진 <엑소시스트>(1973) 한 편만 봐도 무방하다.

연출을 맡은 데이빗 고든 그린은 소소한 드라마와 막장 코미디로 내공을 쌓은 인물이다. 바로 앞서 연출했던 작품은 슬래셔 영화(혐오스러운 연쇄 살인 장면이 가득한 공포영화의 하위장르)의 고전인 <할로윈>(1978)의 두 번째 리부트 시도였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공교롭게도 이 새로운 <할로윈> 속편 역시 앞서 혼란스럽게 10편이나 이어진 속편을 깡그리 무시한 채 원전의 새로운 후일담을 펼친 리퀄이었다는 점이다.

고든 그린 감독의 새로운 <할로윈>은 그럭저럭 호의적인 평가를 끌어내며 3부작으로 이어져 나름 유종의 미를 거뒀다. 또한 감독의 인지도를 격상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렇다 보니 뒤이어 바로 손을 댄 <엑소시스트>의 리퀄 기획을 바라보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리 신선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우려와 더 큰 기대를 하게 된다는 양가적 감정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경외를 넘어서지 못한 현대적 각색

딱히 장의 구분은 없지만 2시간가량의 영화는 약 1시간 경과를 기준으로 2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초반은 소녀 안젤라(리디야 주잇 분)를 둘러싼 과거의 가족사와 실종사건 그리고 악령에 빙의되는 과정을 그린다. 후반은 드디어 인장과도 같은 주제곡인 ‘마이크 올드필드의 튜블러 벨즈(Tubular Bells)’ 변주와 함께 원전 <엑소시스트>에서 귀신 들린 소녀 리건의 엄마였던 크리스 맥닐(엘렌 버스틴 분)이 노년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본격적인 악령 퇴치의 악전고투를 펼친다. 원작 영화가 취했던 구조의 답습이다. 이 밖에도 요소요소에서 수시로 원전에 대한 경외를 드러내지만, 그 이상의 성취나 가치까지는 잘 모르겠다. 원전의 중요 출연진을 출연시킨 것도 그런 포석 중 하나다.

필자가 개봉 전 공개된 정보를 보며 가장 의아했던 것은 명색이 리퀄을 선언하며 크리스로 분했던 노년의 엘렌 버스틴 여사까지 카메라 앞에 다시 세운 영화인데, 정작 실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리건을 연기한 린다 블레어의 이름이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10월 4일부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시작으로 순차적 공개가 진행 중인 지금은 일부 사이트의 정보가 수정됐다). 영화가 대단원을 향하는 순간까지 ‘설마’하는 의심을 버리지 못했는데…. 과연 영화는 어떤 선택을 했을지 이 부분만큼은 독자가 직접 확인하는 게 낫겠다.

저주받은 영화로도 최고?

blog.darkmoon.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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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영화’로 언급되는 작품들이 있다. 특히 악령이나 악마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일수록 이런 전설(?)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인큐버스>(1966), <악마의 씨>(1968), <오멘>(1976), <폴터가이스트>(1982)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내용은 대부분 유사하다. 영화에 참여했던 관계자나 지인들과 관련된 미심쩍고 불행한 후일담이 주를 이룬다. 이중에서도 <엑소시스트>는 최고로 통한다. 제작 당시부터 관계자들 주변에서 끊임없는 사고와 죽음이 이어졌다는 소문이 계속됐다.

결국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은 ‘내 모습을 영화에 묘사하면 수십명이 죽을 것’이라는 악령의 경고를 무시한 채 촬영을 강행한 탓이라 생각했고, 문제의 장면을 자진 삭제한 후 개봉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일명 ‘스파이더 워크(Spider Walk)’로 알려진 계단 신(Scene)이다. 하지만 실상은 촬영본에 극명하게 드러난 특수효과용 와이어를 당시 기술로는 지울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장면을 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이 장면은 27년이 지나서야 재개봉한 2000년 감독판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정된 후 또 다른 삭제 장면인 ‘십자가 자위’ 신과 함께 복원돼 공개됐다.

이 영화와 관련된 괴담들은 대부분 왜곡되거나 부풀려진 것으로 판명됐지만, 출연 배우가 살인마가 됐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다. 영화 속 병원 장면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폴 베이트슨은 실제 뉴욕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방사선사였는데, 1977년 살해된 영화평론가 에디슨 베릴의 범인으로 체포돼 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1975년과 1977년 사이에 벌어진 최소 6건의 동성애자 살인사건 용의자로도 그를 지목했지만, 이는 증거 불충분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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