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부문 탈탄소화 예상보다 빨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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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 철강 앞장’ 스웨덴 기업

마틴 페이 SSAB 최고기술책임자 인터뷰

북유럽 철강기업 SSAB의 마틴 페이 최고기술책임자(CTO) / SSAB 제공

북유럽 철강기업 SSAB의 마틴 페이 최고기술책임자(CTO) / SSAB 제공

우리는 여전히 철기시대를 살고 있다. 자동차와 선박, 고층건물과 다리, 가스·수도관, 가전제품 등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품과 인프라는 대부분 철에 기대고 있다. 철은 산소와 쉽게 결합해 적철광(Fe₂O₃), 자철광(Fe₃O₄)과 같은 산화물로 존재한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내는 환원과정을 거쳐야 순수한 철을 얻을 수 있다.

인류는 지금까지 환원제로 석탄을 사용했다. 철광석과 석탄을 ‘고로’라고 불리는 큰 용광로에 넣어 1500°C 이상의 고온에서 녹이면, 일산화탄소(CO)가 발생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반응(Fe₂O₃+3CO→2Fe+3CO₂)이 일어난다. 철을 얻는 대가로 이산화탄소 발생을 피할 수 없었다.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7%가 철을 만들면서 나온다.

수천 년간 변함없던 이 제조법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철강 분야 탈탄소 해법으로 ‘수소환원제철’이 등장하면서다. 석탄 대신 수소(H₂)를 쓰면 환원과정(Fe₂O₃+3H₂→2Fe+3H₂O)을 통해 철과 함께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을 얻는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이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리되고, 여기서 나온 수소를 다시 수소환원공법에 투입할 수 있다. 철강 제조에서 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탄소배출량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녹색 철강의 선두주자는 북유럽의 철강기업 SSAB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철 스크랩을 재생에너지와 바이오가스를 사용하는 전기로에 녹여 만든 넷제로 철강 ‘사브 제로(SSAB Zero)’를 선보였다. 2026년에는 수소환원제철공법인 하이브리트(HYBRIT)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화석연료 없이 만든 철강(SSAB Fossil-free)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일반 철강의 탄소배출량은 강철 1㎏당 2㎏인데 반해 사브 제로는 0.05㎏ 미만이고, SSAB Fossil-free는 배출량이 없다.

지난 10월 11일 SSAB의 마틴 페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넷제로 철강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 등으로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이 초기 예상보다 빨라지리라고 내다봤다. SSAB의 경우 기존 고로의 전환 완료 시점을 2045년에서 2030년으로 크게 앞당겼다. 그러면서 철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쓰이는 만큼 철강 분야의 탈탄소는 다른 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SAB와 유럽 최대 철광석 생산업체 LKAB, 유럽 최대 에너지 기업 바텐팔(Vattenfall)이 힘을 합쳐 2016년 조인트벤처인 ‘HYBRIT’를 결성했다.

“SSAB의 연간 제강 생산 능력은 900만t(생산량 기준 세계 50위·시총 기준 15위)이다. 스웨덴, 핀란드에서는 주로 스웨덴 북쪽의 철광석 광산에서 공급되는 철광석을 원료로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재활용 스크랩을 주원료로 2개의 전기로에서 후판을 만드는 제철소들을 운영한다. 고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약 40년 전 LKAB와 함께 철광석을 분쇄해 직경 10~12㎜의 둥근 알갱이 상태인 ‘철광석 펠릿’을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1982년 이후 100% 펠릿 가동으로 전환해 석탄 사용을 줄일 수 있었고,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이용하지 않아도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배출량을 유지했다. 고로 기술을 매우 잘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SAB는 여전히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회사다. 현재 우리의 생산 설비에서 스웨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 핀란드의 경우 7%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파리협정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 스웨덴은 파리협정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국가 목표를 설정했다. 우리에게는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신기술 개발이 중요했다. 유럽연합의 탄소배출권 가격도 분명히 상승할 것이라 예상했다. 세 번째 요소로, 스웨덴은 이미 완전히 탈탄소화된 전력망을 구축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였다. 스웨덴 북부는 수력발전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고, 안정적인 원자력 발전이 있고, 풍력발전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 목표는 석탄 수입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그린수소)와 화석연료 없이 만든 전기라는 두 기반 위에서 오늘날처럼 고품질의 철강을 만드는 것이다. HYBRIT 이니셔티브의 기본 구상인데, SSAB 혼자서는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깨달았다. 그래서 LKAB, 바텐팔과 힘을 합쳤고, 기술 개발 임무를 맡은 합작 회사(HYBRIT)도 만들었다. 영리한 결정이었다. 파일럿 규모에서 기술의 유효성을 입증했고, 이제 상용화 단계로 움직이고 있다.”

-스웨덴에서의 생산을 고집한 이유는.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오랜 제철 역사를 가진 국가 중 하나다. 우리 생산 현장 중 하나는 145년 전인 1878년부터 철강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웨덴은 유럽에서 제조업이 매우 발전한 국가라 공급업체와 서비스, 엔지니어링 역량, 운영 역량뿐만 아니라 고객층까지 모든 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다. 우리가 철강 생산을 중단하면 가치사슬의 일부는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다. 우리는 제조 기반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포스코도 수소환원제철 공법인 ‘HyREX’를 개발하고 있다. 2026년 시험설비 준공, 2030년 상용화 기술 개발 완료 계획인데, 수년의 차이가 존재한다.

SSAB가 화석연료 없이 만든 철강(SSAB Fossil-free) 막대 / SSAB 제공

SSAB가 화석연료 없이 만든 철강(SSAB Fossil-free) 막대 / SSAB 제공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계 전체가 가능한 한 빨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가지 접근 방식은 기존 용광로를 유지하고 그 위에 CCS를 더하는 것이다. 다른 접근은 수소환원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생산 기술을 사용하는 새 시설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SSAB는 매우 포괄적인 분석을 수행했고, 적어도 현재 고로 기술에 CCS를 추가하는 것보다는 기술을 변경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철강업체는 스스로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철강사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밸류체인에서의 협력 기업을 발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탈탄소 철강의 가격은 일반 철강보다 비싸다. 수요처 찾기가 어렵진 않나.

“HYBRIT의 시험 프로젝트에 투자를 결정하기 전 사전타당성 조사를 했다. 유럽의 탄소배출권 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가정하고 HYBRIT 기술로 넘어갈 경우와 현재 기술로 계속 생산할 때를 비교한 결과, HYBRIT 기술 경로가 20~30% 정도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고객들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전환을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2018년 초의 예상인데 지금은 많은 변수가 바뀌었다. 배출권 가격이 훨씬 더 비싸졌고, 석탄을 비롯한 에너지 가격도 많이 올랐다. 시험 시설에서 소량으로 제품을 만들어왔는데 고객들은 이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를 매우 열망하고 있었다. 전환이 가능하려면 고객이 프리미엄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지금까지 받은 반응은 처음 생각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우리는 ‘그린스틸’이라고 부르지 않는데, (탄소배출량을 조금 줄여놓고 친환경이라고 선전하는) 그린워싱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들이 ‘무화석 철강’인 우리 제품에 프리미엄을 인정할지 우려가 컸는데, 수요의 신호가 분명히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미 2021년 볼보그룹에 첫 번째 제품을 납품한 후 2년이 흘렀다. HYBRIT 기술을 상용단계로 확장하려면 아직 몇 년이 더 필요한데, 고객들은 기다리기를 원하지 않았다. 따라서 재생 전기만을 사용해 재활용 스크랩으로 사브 제로를 생산했다. 1t당 300유로(약 43만원)의 프리미엄이 붙는데도 고객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이는 2022년 1월 SSAB 이사회가 전환 계획을 가속화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였다. 기존에는 고로를 2045년 이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었는데 이제 우리의 계획은 10년 이내, 2030년쯤 전환을 완료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탈탄소 철강과 일반 철강의 품질은 차이가 없는가, 생산량은 어느 정도 예상하는가.

“볼보, 메르세데스 벤츠와 같은 고객들은 현재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소량의 무화석 강철을 테스트했고 품질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품질 측면에서 모든 품질의 철강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입증됐다. 현재 사브제로 제품의 경우 올해 약 4만t 정도 공급을 목표로 잡고 있다. 충분한 바이오가스 확보가 가장 큰 제약이 되고 있다. 현재 HYBRIT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스톡홀름 남쪽 옥셀뢰순드에 전기 아크로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첫 번째 단계로 이곳에 있는 용광로 2개를 개조하고 스웨덴 룰레오와 핀란드 라헤에 있는 용광로도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전환할 계획이다. HYBRIT 파일럿 플랜트에서 현재 화석연료 사용 없이 만든 해면철을 시간당 1t 생산하는데, 그다음 단계로 연간 135만t 규모로 확장하려 한다.”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시행 후 수입 철강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유럽 철강 회사들에 기회가 될까.

“CBAM은 유럽연합 외부에서 생산되는 철강에 대해 탄소 배출 비용의 차이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체제다. 중국,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에 있는 회사가 유럽에 철강 제품을 수출하려면 탄소국경세를 내거나 자체 기술로 유럽과 같은 수준으로 배출량을 낮춰야 한다. CBAM은 유럽 역내는 물론 역외 기업들에 탈탄소에 나설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한국사회에 조언해준다면.

“권고하기보다는 최선의 전략적 선택을 하도록 우리가 배운 것을 공유하고 싶다.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HYBRIT 시험 시설로 초대하겠다. 이 기술이 전 세계에 확산돼 더 많은 기업이 이 기술을 활용한다면, SSAB 홀로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투자자들의 탈탄소 압박도 작용하고 있나.

“수많은 NGO와 투자자, 주주, 우리 직원과 자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탈탄소화를 더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의 이런 인식이 SSAB가 탈탄소를 추진하는 주요 동기였고, 우리가 더 빨리 움직이도록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철강 분야 탈탄소화가 중요한 이유는.

“첫 번째는 철강 생산 자체가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철강이 없으면 현대사회를 구축할 수 없다. 산업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다. 철강 산업이 탈탄소화를 할 수 있다면 볼보그룹과 같은 고객들이 제품을 만들 때 스코프3 배출을 탈탄소화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감축이 어렵다고 간주되는 철강 부문이 탈탄소화를 한다면, 다른 많은 산업도 과감하게 탈탄소화에 나서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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