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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시작하면서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오전 5시 45분쯤 집을 나선다. 꽤 이른 시간인데도 길거리엔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운동하는 어르신들, 일하는 노동자들 등. 아침을 여는 이들을 관찰하는 일이 요즘 소소한 즐거움이다. 미처 몰랐던 풍경을 볼 수 있어서다.

가장 많이 마주하는 건 온라인 유통업체 배송 차량이다.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등 회사 로고를 대문짝만하게 붙인 차들이다. 양옆 대로변에 줄지어 서 있는 배송 차량을 보는 건 흔한 아침 풍경이다. 코로나19로 가속화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온라인 유통업체 규모를 키웠다. 변화한 산업의 흐름을 아침 풍경으로 확인한다.

이들 업체는 ‘로켓 배송’, ‘새벽 배송’을 내세우며 홍보전략을 구사했는데, 실로 명성에 걸맞은 풍경이라는 생각도 한다. 이는 주문자들이 잠에서 깨 바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도록 일찍부터 움직인 노동자들이 있어 가능했으리라. 대부분의 배송기사 노동자는 주변에 눈길도 안 주고 물품 박스를 나르느라 여념이 없다. 조금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는 업무 강도 때문일 거다. 그 때문인지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지난해 태풍에도 ‘역대급 빠른 배송’을 홍보하다 여론의 비판을 받은 일이 늘 불편하게 겹친다.

최근엔 오토바이를 타고 신문 배달하는 노동자를 봤다. 우리 집에도 신문을 받아보기에 뒷모습을 보고 한눈에 알아봤다. 순간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신문이 늦게 온다고 불만을 갖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보통 신문은 오전 8시 20분쯤 온다.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오전 7시쯤 신문을 받아봤던 기억을 떠올리면 너무 늦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배달 노동자는 이미 이른 시간부터 오토바이 뒤에 신문지를 가득 싣고 배달 중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디지털 시대라 종이신문을 보는 독자가 줄고 있다. 그게 현실이다. 아마 신문 배달 노동자도 과거엔 한 구역을 3명이 돌았다면, 지금은 1명이 담당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시간에 쫓기듯 뛰어다니며 신문을 배달하는 노동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헌팅캡 모자를 눌러쓴 중년의 노동자로, 출근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다. 변화하는 사회에서도 바뀌지 않는 풍경이 있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제 위치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아침엔 부지런히 길거리를 청소하는 분들도 자주 만난다. 이들의 얼굴을 보면 괜히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 사람들로 붐비는 시간 행인들이 깨끗한 거리를 거닐 수 있게끔 빗질하는 모습에서 ‘배려하는 마음’을 느껴서 그렇다. 그러한 이유로 이른 아침 집을 나서는 걸 더 좋아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가을을 지나는 요즘엔 달라진 바람의 공기와 냄새가 좋다. 곧 낙엽을 쓰는 노동자들의 손이 바빠질 것이고, 꽁꽁 언 차도를 달리느라 배달 노동자들의 하루는 더 빨리 시작될 것이다.

오늘도 일찍 집을 나선다. 노동자들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작은 여유가 허락됐으면 좋겠다. 오늘은 어떤 풍경을 보면서 아침을 열게 될까. 감사하는 마음으로 맞는 아침이다.

<유선희 플랫팀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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