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위기론은 과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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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인터뷰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이 지난 9월 1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서성일 선임기자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이 지난 9월 1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서성일 선임기자

‘8월에는 망할 것처럼. 9월에는 제재를 뚫고 혁신을 이뤄낼 것처럼.’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천변만화하고 있다. 부동산 발 경제위기로 국가위기를 겪을 것만 같던 중국이 애플을 제재하고, 새로운 스마트폰을 발표했다. 이쯤 되면 국내에 유통되는 중국 관련 정보가 오염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섣불리 중국경제 위기론을 말해놓고 또 섣불리 미국의 기술제재가 뚫린 것 같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고 있으면 한숨만 깊어진다.

여전히 중국경제 비관론이 득세 중이지만, “중국이 망했다”는 소리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 번 균형을 잡아 볼 필요가 있다. 비관론과 대척점에 서 있는 견해도 알아야 객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주간경향은 중국경제 위기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8월부터 ‘꾸준히’ 반대 해석을 내놓는 전문가를 찾았다. 이 중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에서 문제가 된 부동산 회사의 규모, 부채 등을 근거로 “중국경제 위기론은 객관적 데이터를 도외시한 주장”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해온 전문가다. 지난 9월 11일 경향신문사에서 그를 만났다.

곧 망할 것 같던 중국경제가 “왜 아직 망하지 않았는지”부터 물었다. “그건 월스트리트 저널, CNN, 블룸버그 등을 팩트체크 한 번 하지 않고 인용한 국내 언론사들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각종 중국경제 위기 기사들의 공통점이 떠오른다. 모두 ‘~에 따르면’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2022년 중국 부동산업체 1위였던 비구이위안(벽계원·컨트리가든)의 이자 지급 유예사태를 시작으로 부동산 문제가 중국경제를 뒤흔들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가.

“과장됐다. 이 위기가 정말 중국경제 전반을 흔들 정도인가는 2021년 발생했던 헝다그룹 부도 사태 때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헝다그룹의 부채가 2조5000억위안이었다. 반면 벽계원 부채는 1조4000억위안 정도다. 차입금은 헝다는 6017억위안, 벽계원은 1625억위안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의 은행 총대출이 올해 기준 230조위안이다. 헝다의 차입금은 총대출의 0.26% 수준, 벽계원은 0.07% 수준이다. 헝다그룹이 2021년 부도가 났지만 2021~2023년 중국에서 헝다발 경제위기가 있었나. 부채 규모가 헝다의 55%, 차입금은 26% 수준에 불과한 벽계원이 부도가 난다고 중국이 경제위기를 겪을 것 같나.”

-중국경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중국경제를 흔들 수준이 아닌가.

“부동산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12% 수준이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부동산 비중이 30%를 넘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철강, 시멘트, 건자재, 가구, 가전, 자동차 등 부동산 연관 산업을 총망라하면 그렇다. 그런데 이들 산업은 부동산과 경기 주기도 다를 뿐더러 2차, 3차 하는 식의 산업 분류도 다 무시하고 묶어 둔 것이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 공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 수준이다. 부동산이 국가 경제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겠나.”

중국 100대 부동산업체 매출추이 / CRIC,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중국 100대 부동산업체 매출추이 / CRIC, 중국경제금융연구소

-부동산과 엮인 은행이 부실해지면 위기가 확산될 수 있지 않나.

“중국 은행은 대부분 국유은행이다. 은행부실을 중국 정부가 책임지는 구조인데 부도날 가능성이 있을까. 중국은 미국처럼 부동산 파생상품이나 레버리지 상품도 없다. 그냥 담보 잡고 대출해주는 단순한 구조다. 이자 지급 부도나 원금상환 부도가 나면 은행이 인수해서 출자전환한 뒤 부채를 없애고 기존 주주지분을 소각한다. 이후 전략적 투자를 유치해서 회사를 살리는 식의 구조조정으로 마무리한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대우조선의 구조조정 과정과 유사하다. 게다가 중국은 외환시장, 금융시장이 개방돼 있지 않아 설사 금융부실이 있어도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유출로 인한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청년실업률도 중국경제 위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인용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6월, 청년실업률 21.3%를 발표한 후 더 이상 통계치를 발표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나.

“부분을 전체로 확대해석할 때 생기는 오류다. 중국의 16~24세 인구는 10.5%다. 이들 인구 실업률이 21.3%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위기라면 같은 기간 16~59세 전체인구 실업률은 오히려 낮아졌는데 이는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청년실업률 관련해서도 이유가 있다. 첫째로 중국은 9월 학기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7월에 졸업을 한다. 그래서 6~7월에 청년실업률이 높아지고 8월부터는 내려가는 특성이 있다. 일단 7월에 학교는 졸업했는데 공부를 더 하는 것이 예정돼 있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로 예정돼 있든 한두 달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 이들은 실업자인가, 아닌가.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이 ‘노동 통계를 좀더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 졸업 전에 구직에 나선 학생들을 노동 통계에 포함해야 하느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고 한 말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뜻한다. 두 번째로 코로나19 확산으로 3년여간 봉쇄됐던 기업들이 재개하며 조기 생산 정상화를 목표로 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경력자 중심의 채용을 우선했기 때문에 기술, 실력, 경험이 없는 사회적 약자인 신입사원들의 취업난이 심각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2022년 4월에서 2023년 6월 사이 25~59세까지의 실업률은 5.3%에서 4.1%로 하락했다. 마지막으로 2021년부터 중국은 ‘공동부유’를 말하면서 그 적으로 부동산업, 플랫폼업, 사교육업을 상정하고 대대적 규제와 압박을 가했다. 문제는 이들 업종이 중국 MZ세대의 최선호 직종이었다는 점이다.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가 발생하고,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해당 업종으로 진출을 희망했던 사람들이 취업을 연기 혹은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중국 청년실업률 문제는 이러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있다. 단순히 중국경제 위기를 나타내는 지표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부동산, 청년실업률 문제는 인재, 기술이 아닌 노동력, 자본에 기대 성장하려고 한 중국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러한 주장의 대표적 근거가 중국이 두 자릿수 성장을 하다가 이제 한 자릿수 성장으로 떨어졌다고 하는 것 아닌가. 이를 침체라고 하는데 오해가 있다. 절대수치로만 보면, 5%대 성장을 목표로 하는 2023년이 13%대 성장을 달성한 장쩌민 시대와 비교해 최악의 해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2023년 시진핑 시대 GDP 1%는 장쩌민 시대의 31배다. 즉 시진핑 시대 1% 성장이 장쩌민 시대 31% 성장과 맞먹는 규모라는 뜻이다. 지금 미국 GDP의 10%가 넘는 국가 중 성장률이 2%가 넘는 곳이 한 곳이라도 있나. 중국은 미국 GDP의 73% 수준인데 5% 성장한다면 이는 저속성장이 아니라 과속성장이다. 당장 미국이나 일본이 현재 중국만 한 경제 규모였을 때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더욱 확연히 비교된다. 현재 중국의 성장률이 비슷한 규모일 때 미국과 일본 성장률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중국경제 위기론은 과장됐다”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리라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중진국 함정은 과거 저소득국가였던 나라가 중간소득국가로 올라서는 단계에서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퇴행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세계은행은 3년간 평균 환율을 적용하는 아틀라스 환산 방식 기준으로 1인당 소득이 1만2696달러를 넘지 못하는 경우를 중진국 함정에 빠진 기준으로 제시했다. 먼저 역대 성장률이 최소 5% 이상인 나라 중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경우는 없었다. 또 중국은 이미 2022년 1인당 1만2814달러의 소득을 달성했다. 수치를 본다면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이미 빠졌다거나 빠질 것이라는 주장은 펴기 어렵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이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성장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중국 성장률이 미·중 경쟁이 본격화된 2018년 이후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영향력 측면에서 보자면 2020~2022년까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봉쇄가 더 컸다고 추정된다. 실제로 중국 성장률을 미국 성장률로 나눈 상대 성장률을 보면 2019년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그나마 일본은 비교 대상은 될 수 있지만 여러 상황 측면에서 다르다. 일본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1985년 플라자 합의 당시와 현재의 중국을 비교해 보면, 10가지 정도가 차이가 난다. 중국이 일본과 같은 길을 가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알 수 있다.”

-최근 화웨이가 신형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의 제재가 먹히지 않는 것인가.

“화웨이의 5G 스마트폰 발표는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방중에 맞춰 의도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미국 통제에 중국이 굴복하지 않겠다는 점을 알리는 일이 목표다. 현재 반도체 관련해서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칩이 핵심인데 이미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SMIC가 7nm 공정칩을 생산해 공급 중이다. 그런데 이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의 심자외선(DUV) 노광기를 활용해 쿼드러플 패터닝 기술(QPT)로 수율이나 원가와 상관없이 만든 것이다. 결국 ASML이 9월 1일부터 14nm 이하 공정에 사용되는 노광기 공급도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이미 7nm 공정의 제품을 생산했다고 발표했다고 볼 수 있다. 제재를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7nm 이하 공정은 현재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제재를 뚫고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공급했다 정도의 의미 이상은 없다고 본다.”

-중국도 애플 아이폰 사용에 제재를 걸었다. 애플 주가가 곤두박질쳤는데.

“중국 인민의 경우 정부 의도를 눈치로 안다는 점이 변수다.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대(對)중국 매출과 수익 비중은 19%, 20% 수준이다. 바이든 정부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강화할수록 애플에 대한 제재는 계속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미·중이 상대를 향해 실질적 보복을 하는 형국이다. 한국은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보나.

“한국이 미국의 탈중국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인 소득 1만3000달러대의 중국에서 인건비 감당이 안 되는 품목은 당장 ‘탈중국’해야 한다. 반면 이전보다 영업환경이 나빠지고는 있지만 아직 돈을 벌고 있는 철강, 기계, 조선, 전자부품, 화학은 탈중국보다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감(減)중국’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세계 최대의 자동차, 휴대전화, 사치품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소비시장에는 최대한 빨리 들어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진(進)중국’ 전략을 써야 한다. 문제는 한국이 이를 제대로 구분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는 점이다. 한국에 늑대(중국)는 가까이 있고, 늑대와 앙숙인 독수리(미국)는 멀리 있다. 땅에 사는 한국은 가진 것들에 레버리지를 걸어서 더 큰 것을 얻어내야지 하늘에 떠 있는 독수리가 조언하는 대로만 따라가면 먹을 것이 없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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