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국제우편물…‘브러싱 스캠’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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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일 오전 11시 18분 대전 동구 주산동 한 가정집 우편함에 정체불명의 국제우편물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지난 7월 21일 오전 11시 18분 대전 동구 주산동 한 가정집 우편함에 정체불명의 국제우편물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첩보영화에서나 볼 법한 사건이 발생했다. 정체불명의 노란 국제우편물 봉투가 지난 7월 20일 울산 사회복지시설 앞에 도착했다. 발신지명은 ‘Taipei Taiwan’. 이를 개봉한 직원 3명은 갑자기 어지럼증과 호흡 곤란을 느꼈다.

그로부터 닷새 동안 전국 곳곳에서 노란 혹은 검정 우편물이 매일 같이 도착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7월 25일 오후 5시 기준 수상한 국제우편물을 받았다는 신고가 모두 3021건이나 접수됐다. 오인 신고를 제외하면 총 1045건이 발신지 미상 우편물로 확인됐다. 이 우편물은 대전 동구 식당, 인천 부평, 천안 서북구 주택 등 생활 지역 및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전국 곳곳에서 발견됐다.

우편물에서는 인조손톱, 미니 담요, 호랑이 연고 등이 나왔다. 이를 두고 우편물의 정체가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이란 추측이 제기됐다. 브러싱 스캠은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위로 발송한 뒤 수신자처럼 상품 리뷰를 올려 온라인 평점을 부풀리는 방식이다. 통상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등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자의 평점이나 상품 리뷰를 조작하기 위해 브러싱 스캠이 자주 이용된다. 통상 리뷰 작성 등을 위해서는 직접 상품이 배송됐음을 증명하는 송장번호 등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도 최근 브러싱 스캠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2020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발생한 ‘씨앗 우편물’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미 켄터키와 버지니아 등 9개 주 1000여 가구에 중국발 씨앗 소포가 배송됐다. 보석·장난감 등으로 포장된 우편물 안에는 나팔꽃, 히비스커스 등 식물 씨앗이 담겼는데, 미국 수사 당국은 이 사건을 ‘브러싱 스캠’으로 종결지었다. 중국은 이미 2019년 브러싱 스캠 금지 법안을 마련했다.

국무총리 소속 대테러센터는 7월 24일 “테러와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폭발물 엑스레이 탐지와 생화학·가스농도 확인, 방사선 측정 등의 3단계 검사에서도 테러와 연관된 흔적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우편물 대부분이 중국에서 발송돼 대만을 거쳐 국내에 들어왔다고 보고, 중국 공안에 수사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사태가 확산하자 같은 날 주한 대만대표부도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부서는 문제의 소포가 중국에서 ‘화물 운송’을 통해 발송된 후 대만을 통해 한국으로 전달됐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우본)는 이번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우본은 7월 26일 보도자료에서 부정한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대규모로 발송되는 이른바 ‘브러싱 스캠’이 확인되는 경우 반송 또는 폐기할 것을 당부했다.

현재 국내 반입이 일시 중지된 국제우편물은 안전성이 확인되는 대로 배달을 재개할 방침이다. 우본 관계자는 “앞으로도 본인이 주문하지 않은 우편물 등은 일단 주의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스럽다면 개봉할 게 아니라 바로 정부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원 경제부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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