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아스파탐, 알고 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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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게 유해성 논란…WHO, ‘2B군’에 등재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막걸리를 고르고 있다. 막걸리는 아스파탐이 쓰이는 대표적인 주류다. / 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막걸리를 고르고 있다. 막걸리는 아스파탐이 쓰이는 대표적인 주류다. / 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놓고 40년 넘게 벌어져 온 유해성 논란이 최근 ‘일단락’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7월 14일 안전성 평가 결과를 공개한 뒤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에 해당하는 ‘2B군’에 등재했다.

1965년 개발된 아스파탐은 1981년부터 상용화를 시작했다. 설탕을 가장 합리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용화 과정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인체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발암 가능 물질 분류 결정이 옳은지를 놓고도 아직 논란이 있다. 향후 추가 연구에 따라선 과거 사카린(사카린나트륨)이나 커피 사례처럼 결정이 취소될 수도 있다. 다만 유해성 논쟁 속에서 혼란을 겪던 소비자 입장에선 아스파탐에 대해 IARC가 공식적으로 유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결정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숱한 안전성 논란 제기된 ‘인공감미료의 왕’

IARC와 함께 공동 평가를 진행한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아스파탐에 대해 “1일 섭취허용량을 유지한다면 안전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일반적인 식습관에서는 아스파탐 섭취로 인한 발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국내의 경우 해외에 비해 아스파탐 사용이나 섭취가 많은 편도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스파탐의 현행 섭취기준을 유지한다”고 밝힌 배경이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 등은 아스파탐이 일단 발암 가능 물질로 등재된 이상 소비자들의 알권리와 먹거리 선택권 보장을 위해 식품 내 아스파탐 사용량 표시기준 강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설탕을 대신할, 안전하면서도 맛있는 ‘단맛’을 찾는 일은 식품업계의 오랜 과제다. 아스파탐 역시 그 결과물 중 하나다. 1990년대 중·후반 러셀 블레이록 교수 등 미국의 일부 신경학자들은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두고 “뇌를 공격하는 흥분독소(Excitotoxins)”라고 표현했다. ‘MSG’로 대표되는 화학조미료와 아스파탐 같은 인공감미료가 뇌종양이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다양한 뇌질환을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국내에도 언론과 책을 통해 소개돼 아스파탐을 넣은 사탕 등이 한때 불량식품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일각에서 ‘독소’라고까지 지적했지만, 아스파탐은 지금까지 ‘인공감미료의 왕’으로 승승장구했다. 열량은 1g당 4㎉로 설탕과 동일한 반면, 단맛이 설탕의 200배에 달해 일단 많이 쓸 필요가 없다. 비만의 우려가 적고, 체내 인슐린 수치를 높이지 않아 당뇨병 환자들에게 권장되기도 한다. 설탕에 근접한 맛을 내면서도 중독성이 없고, 섭취 후 오히려 식욕을 감퇴시킨다는 연구까지 있다. 아스파탐이 제로콜라, 다이어트식품 등에 먼저 쓰이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상용화 단계에서부터 안전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지금 제기되는 발암 가능성 문제 등은 이미 1970년대부터 제기된 문제들이다. 한국소비자원의 1997년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대한 검토’ 자료를 보면 아스파탐은 1973년에 미국 G.D Searle사가 FDA에 식품첨가물 허가 신청을 해 1974년 조건부 사용허가를 받아냈다. 하지만 Searle사가 제조한 일부 약품 관련 서류에서 허위조작 문제가 발각돼, 이듬해인 1975년 아스파탐 사용허가가 취소됐다.

FDA 조사결과 G.D Searle사가 실시한 원숭이 대상 아스파탐 투여 실험에서 일부 원숭이가 발작을 일으키거나 사망한 사실이 밝혀지자 학계에서 뇌 손상 우려를 제기했다. FDA자문위원회는 1980년 뇌종양 등의 가능성에 대해 장기간 동물실험을 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지만, FDA는 1981년에 ‘건조식품’, 1983년에 ‘대부분의 식품’ 순으로 아스파탐 사용허가를 내줬다. FDA 사용허가 이후에는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스파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1985년부터 식품첨가물로 사용을 승인했다.

‘발암물질’ 아스파탐, 알고 드시나요?

1997년에는 CNN이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암환자 통계를 분석해 아스파탐 사용허가 직후인 1984~1985년 뇌종양 환자가 연간 1500여명 추가로 발생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재차 발암 논란이 일었다. 2년 동안 아스파탐을 투여한 동물(쥐)에서도 높은 뇌종양 발생률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이는 곧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발암 논란으로 확산했다. FDA가 “허가 과정에 문제가 없고, 통계 해석에 오류가 있다”며 안전성을 재확인한 뒤에야 잠잠해졌다.

2007년 6월에는 이탈리아 연구팀이 쥐 실험을 통해 아스파탐이 백혈병, 임파종, 유방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석 달 뒤인 같은해 9월 미국·영국 공동연구팀이 과거 25년간 진행된 500개 이상의 연구결과를 분석한 뒤 “암이나 신경 손상 등의 문제가 없다”고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이 외에도 아스파탐 관련 부작용 보고나 동물실험, 질병 통계 등을 통한 발암 논란 등은 숱하게 많다. 학계에서 “아스파탐만큼 안전성 논란이 많은 화학물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유해성은 확인, “소량 섭취 문제없어”

IARC는 특정 물질의 암 유발 위험 정도를 평가해 4개 군(1, 2A, 2B, 3)으로 분류한다. 1군은 ‘인체 발암성과 관련한 충분한 근거자료가 있는’ 물질로 식품(기호식품 포함)에서는 담배와 술, 햄과 소시지 등의 가공육,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등이 포함된다. 2A군은 ‘인체 자료는 제한적이지만 동물실험 근거자료는 충분한 경우’의 물질로 65℃ 이상 뜨거운 음료 섭취, 고온의 튀김, 적색육 등이 포함된다.

아스파탐이 속하게 된 2B군은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로 피클과 같은 채소절임류가 대표적이다. 3군은 ‘발암성으로 분류할 수 없는 물질’로 발암 논란과는 일단 무관하다. 단맛을 내는 수많은 감미료 중에 2B군에 오른 감미료는 아스파탐이 처음이다. 사카린은 동물실험에서 방광암 유발 문제가 제기돼 1987년 2B군에 올랐다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1999년에 3군으로 재분류됐다.

종합하면 아스파탐 섭취가 어떤 식으로든 인체에 유해하다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아스파탐이 페닐알라닌과 메탄 등의 화합 성분이기 때문에 페닐알라닌 분해에 문제가 있는 페닐케톤뇨증 환자는 섭취가 금지된다는 점 정도다. 여타 다른 물질처럼 아스파탐을 고농도로 집중 투여할 경우 급성독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진 급성독성 발현 수치를 근거로 JECFA는 아스파탐의 1일 섭취허용량(ADI)을 체중 1㎏당 40㎎으로 설정했다. 체중 60㎏의 성인으로 치면 아스파탐의 ADI는 2.4g이다. 유럽식품안전청과 한국이 이 기준을 따른다. 미국의 아스파탐 ADI는 이보다 높은 1㎏당 50㎎이다. JECFA는 아스파탐의 2B군 등재에도 불구하고 ADI는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다양한 종류의 감미료. 설탕을 대체할 감미료 개발은 식품업계의 숙원사업이다. / 픽사베이

다양한 종류의 감미료. 설탕을 대체할 감미료 개발은 식품업계의 숙원사업이다. / 픽사베이

식약처 역시 국내 아스파탐 ADI를 지금처럼 유지할 계획이다. 2019년 식약처의 ‘인공감미료 섭취 실태조사’ 결과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아스파탐 평균 섭취량이 ADI 대비 약 0.12%로 매우 낮게 나타나 현재 기준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같은 조사에서 아스파탐이 함유된 식품을 다소 과하게 섭취하는 경우도 섭취량은 ADI 대비 약 3.3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파탐 외 많이 사용되고 있는 감미료 5종의 평균 섭취량도 ADI 대비 0.2~1.4% 수준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수크랄로스 0.2%, 아세설팜칼륨 0.3%, 스테비올배당체·효소처리스테비아 0.3%, 사카린나트륨 1.4% 등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럽 등 해외의 경우 아스파탐 섭취량이 ADI 대비 7~8% 수준까지 올라가기도 한다”며 “국내 식품 제조 상황이나 식습관 등을 고려할 때 지금 기준도 안정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권대영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식품에 들어 있는 아스파탐을 독성이 나올 만큼 먹으려면 정말 많은 양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음식물 섭취로 인한 문제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인공감미료가 싫다면 설탕을 먹어야 하는데 위험성은 오히려 설탕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아스파탐 발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계에서 엄청난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는 않아 보인다”며 “일상화된 탄산음료 섭취를 그나마 당이 적은 음료로 대체할 수 있다는 효과 측면에서 볼 때, 개인적으로는 계속 제로콜라를 먹겠다”고 밝혔다.

아스파탐 사용 및 표시기준 강화 필요

아스파탐의 인체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게 곧 확실한 안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스파탐 섭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 같은 시각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ADI 수치만을 들어 “제로콜라(250㎖)는 하루 55캔, 막걸리는 하루 33병(750㎖) 먹어야 1일 섭취제한량에 도달한다”(식약처)는 식의 극단적인 비유로는 소비자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린이나 고령자 등 아스파탐 섭취 패턴이나 이에 따른 인체 영향 감수성이 일반 성인과 다를 수 있는 연령층에서 ADI만으로 안전성을 단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유해성 입증의 경우 사실상 ‘못 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아스파탐과 같은 식품첨가물의 경우 섭취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간 비교를 통한 ‘코호트 분석’을 해봐야 유해성 발현 여부를 알 수 있다. 섭취하는 음식이 집단마다 워낙 다양하고 천차만별인 탓에 코호트 분석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스파탐이 2A군이 아닌 2B군으로 분류된 결정적인 이유가 이 같은 코호트 분석 자료가 없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학자들 사이에서 “추가적인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오는 배경이다. 아스파탐이 2B군으로 분류되자 대한당뇨병학회는 “비영양 감미료의 고용량 또는 장기적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제로칼로리’ 음료를 시민이 고르고 있다. / 연합뉴스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제로칼로리’ 음료를 시민이 고르고 있다. / 연합뉴스

안전성 또한 입증되지 못한 점을 들어 어떤 식품에 아스파탐이 들어가는지, 얼마나 들어갔는지 등의 정보를 지금보다 더 자세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시민단체 등은 지적한다. 아스파탐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사전에 함유 여부를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섭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 인공감미료 사용기준을 보면 발암성 논란에서 벗어난 사카린의 경우 첨가 기준이 지정된 식품 품목이 30여개가 넘는다. 반면 발암 가능 물질이 된 아스파탐은 빵류나 과자류, 다이어트 식품 등 8개 품목을 제외하곤 첨가 기준이 따로 없다. 국내에서 많이 쓰는 4대 인공감미료 중 첨가 기준 규제가 가장 약한 게 아스파탐이다. 아스파탐을 얼마나 넣었는지에 대한 표시 의무 역시 없다.

아스파탐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은 설득력을 더한다. 식약처 자료를 보면 국내 품목 제조 보고된 식품(약 86만 건) 중 아스파탐을 사용해 생산하는 식품은 모두 3995개 품목에 달한다. 소주와 막걸리 등의 주류에서부터 어린이용 해열제와 비타민, 수입산 김치, 각종 제로 탄산음료, 젓갈 등 알게 모르게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식품이 많다. 중국산 김치의 경우 80~90%가 아스파탐을 쓴다고 한다.

자발적으로 유해성 논란이 덜한 감미료로 아스파탐을 교체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섣불리 감미료를 교체할 경우 식품의 맛이 변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랑드 사이다’의 경우 2018년 주 감미료를 아스파탐에서 수크랄로스로 변경했다가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맛이 달라졌다”는 불만을 사기도 했다. 한 막걸리 제조업체 관계자는 “극미량의 아스파탐이 들어가지만 (이조차 불안해하는) 소비자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업체 개별의 움직임이 아닌 막걸리협회나 탁약주중앙회의 방침 등을 보고 공동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공감미료 개발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설탕 가격 변동 등 시장 여건이나 유행에 따라 사용이 급증하는 인공감미료 역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참에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감미료로서 자일리톨과 함께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당알코올의 한 종류인 에리트리톨이 대표적이다. 식약처 자료를 보면 2015년 630t이던 에리트리톨 수입량은 2021년 3046t으로 5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설탕 수입량은 19만4932t에서 10만3701t으로 크게 감소했다.

김삼수 소비자주권회의 정책실장은 “대체(인공)감미료의 안전성을 실험하고, 면밀히 검토해 소비자의 먹거리 안전을 지켜야 한다”며 “식약처는 모든 식음료에 아스파탐 안전기준을 수립하고, 대체감미료의 안전성 검증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2024년 중 인공감미료 사용실태를 조사해 섭취량 등을 전반적으로 재평가할 예정”이라며 “당장 사용·표시기준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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