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문 정부 ‘한국판 뉴딜’과 윤 정부의 ‘재정건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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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조세재정정책(하)

지난 2020년 6월 1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020년 6월 1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는 재정지출을 경제정책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민간의 소비와 투자 위축을 재정지출을 통한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 확대를 통해 보완했다. 2018년 이후 민간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2019년 경제성장률 2.2% 중 정부기여도는 1.6%포인트로, 민간의 성장기여도 0.7%포인트를 크게 상회했다. 2020년에 민간의 마이너스(-) 성장률 1.9%는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에 의해 상쇄돼 전체 성장률은 -0.7%로 마무리됐다. 시기와 경제상황에 요구되는 적절한 정책을 선택해 정부가 국민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라고 판단된다.

다른 한편 그 이전 시기인 2018년까지는 성장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불황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재정의 역할이 취약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했지만, 2018년과 2021년에는 본예산대비 초과세수가 25조4000억원 및 60조원에 달했던 것에 비춰 경기에 대응하는 재정의 역할이 미흡했다. 예산대비 큰 폭의 초과세수는 민간에서 정부 부문으로 자원이 유출된 것으로, 정부가 추경을 통해 이 초과세수를 사용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정부가 경기를 위축시키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판 뉴딜을 설계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기후위기, 분배위기, 저성장의 위기에 노출된 한국경제의 취약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선도적 투자를 통해 민간의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은 현실적이며 올바른 방향이다. 그리고 절박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계획에 그치고 실행은 다음 정부에 미룸으로써 결국 현재까지 진전이 없는 상황을 야기한 것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시대착오적 정책

윤석열 정부는 세수입을 선행조처로 줄여놓고 재정건전성을 주장하며 지출을 줄이려고 한다. 시대착오적이며 경제사회적 상황에 부적합하다.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투자는 단기적인 재정건전성이 아니라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세금과 국가부채 사이에서 결정해야 한다. 재정이 건전성의 틀에 갇혀 운용될 경우 경기침체는 물론이고 성장잠재력도 약화된다.

문재인 정부 후반 2020년에서 2022년까지 3년간 재정은 전년 대비 65조원, 51조원, 82조원 등으로 중폭 이상 확장됐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 증가는 6.1%포인트, 3%포인트, 2.4%포인트 등에 그쳤다. 증가 수준에서 차이를 보인 이유는 뭘까. 2020년에는 GDP 성장이 취약했으나 2021년과 2022년의 경우 견조한 GDP 성장으로 세수입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총지출이 늘어도 성장과 세수입이 좋으면 국가부채비율은 낮은 수준 증가에 그친다. 성장률 제고에 유효한 정부지출이라면 단기적으로 부채가 늘더라도 이행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다.

조세정책은 (그리고 재정지출 중 취약계층에 대한 이전소득의 지급은) 사회에서 계층 간 소득을 재분배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이는 정부의 중요한 역할에 속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계층 간 소득분배는 개선됐으나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소득불평등도를 측정하는 지니계수의 감소비율은 2016년 11.7%에서 2020년 18.3%로 증가했고, 소득5분위 배율의 감소비율은 같은 기간에 35.8%에서 48.5%로, 빈곤율 감소비율은 11.1%에서 28.2%로 증가했다. 그러나 소득재분배 효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크게 낮았다. 2018년 우리나라 조세 및 이전지출에 의한 지니계수와 빈곤율 감소비율은 각각 14.2%와 16.1%이고, OECD 국가 평균은 각각 33.1%와 56.8%를 기록했다. 2018년에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측정된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도는 29개 OECD 국가 중 8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소득주도성장위원회·2022).

문재인 대통령 재임기간에 세제개편을 통해 조세부담률이 증가했고, 조세 부담의 누진성도 높아졌다. 조세부담률은 이명박 정부(2008~2012)에서 1%포인트 감소했다. 박근혜 정부(2013~2016)에서는 0.5%포인트 증가했지만, 문재인 정부(2017~2020)에서는 1.7%포인트가 증가해 2020년에 20.0%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OECD 국가 평균(2019년 24.5%)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 자료를 이용해 산출한 전체 근로소득세의 평균세율 누진도는 2016년 0.035에서 2020년 0.036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고, OECD 국가 평균보다 낮았다. 조세부담률의 증가는 그러나 세제개편의 결과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GDP 증가율에 비해 세수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 만들어지는 수치로서 초과누진세율구조를 가진 직접세 구조에서는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세제개편을 통해 재정지출을 위한 충분한 재원확보와 과세공평성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했으며,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조세부담률과 조세 부담의 누진성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정지출에 비해 세입기반 확충 노력은 소극적이었다. 세입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경제적 귀결은 더 낮출 수도 있었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증가가 이뤄진 것이 그 하나이며, 취약한 분배개선의 효과가 다른 하나이다. 부동산 등 자산 관련 세제에서의 정책의 일관성과 적극성의 부족으로 문재인 정부 재임기간에 부동산시장은 불안했고, 정책에 대한 정부 신뢰도도 낮아졌다. 자산과세의 정책효과와 선거를 의식해 여론에는 민감했으나 자산과세를 공정하게 하는 일, 그리고 그 자체가 양극화된 사회의 격차 완화에 얼마나 중요한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약속을 지켰나

문재인 정부는 선거 과정에서 불평등과 차별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정책실행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권력을 가진 기획재정부가 협조하지 않았고, 국회도, 진보진영도 반드시 대통령 편은 아니었다. 선거일정도 큰 부담이 됐겠지만, 국민에게 약속한 불평등 해소 약속의 이행 노력은 초라하고 부족했다. 편향적 여론지형 속에서 어렵게 노력한 결과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었으나 조세와 재정정책 수단의 잠재력을 담대하게 활용해 시대와 상황이 요구하는 필요한 정책을 충분하게 수행하지는 못했다.

정치집단에 선거는 피할 수 없는 반복적 게임이다. 단기전략으로는 여론과 이해집단 구슬리기가 유리할 것이고, 장기전략으로는 정치집단의 정체성과 가치에 입각한 정책을 선택해야 유리할 것이다. 장단기 전략이 충돌할 때 장기전략을 택하고 선거에 승리한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스러웠던가.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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