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제주 난산리 메밀밭 - 여름, 섬에 피어난 하얀 눈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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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49)제주 난산리 메밀밭 - 여름, 섬에 피어난 하얀 눈송이

한창 제주의 숲을 찾아 떠도는 길이었다. 성산읍에 도착하니 문득 지인이 생각났다. 오래된 차를 끌고 아내와 함께 세계여행을 다녀온 뒤 제주에 자리 잡은 사진작가다. 그가 난산리 마을 안쪽에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은 참이었다. 서울과 제주에 떨어져 있어 쉽사리 얼굴도 보기 힘든 사이기에 마음을 내서 잠시 얼굴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는 수십년 된 구옥을 얻어 손수 하나부터 열까지 고된 공사 일을 해내며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내와 몇몇 지인이 힘을 합쳐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갈수록 입소문을 타고 찾는 이가 늘어가던 참. 보기 좋았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고 한참을 웃다 돌아오는 길, 현무암 돌담 너머로 하얗게 눈이 내린 듯 피어난 메밀밭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는 메밀이 잘 자라는 섬이다. 늘 그렇듯 눈여겨보지 않으면 좀처럼 알아채기 어려운 아름다움. 그 하얀 빛깔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1년에 단 한 번, 이맘때가 아니면 보기 어려운 장관이다. 담장 너머로 메밀꽃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소박한 꽃이 제주의 그 친구를 닮았구나.’ 구태여 꾸미려 하지 않고 온전히 자기 자신의 아름다움을 피워내는 꽃. 그 하얀 눈송이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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