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지나친 자랑은 화를 부른다 니오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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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오베의 아이들을 공격하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1772년, 캔버스에 유채, 달라스 미술관 소장)

‘니오베의 아이들을 공격하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1772년, 캔버스에 유채, 달라스 미술관 소장)

세상 모든 엄마는 자기 자식이 가장 멋지고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식이 외모, 두뇌, 학교, 직장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 느끼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을 혼자 알고 있기엔 아까워 남에게 강요할 정도로 자랑해서는 곤란하다. 문제는 ‘자랑병’에 한번 걸리면 여간해선 헤어나오지를 못한다는 점이다.

그리스신화에서 자식 자랑이 지나쳐 몰락한 사람이 니오베다. 리디아의 왕 탄탈로스의 딸 니오베는 테베의 왕 암피온과 결혼해 7남 7녀를 낳았다. 니오베는 혈통과 가문, 외모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은 왕비였다. 특히 14명의 자녀는 그의 자부심이었다.

자식을 많이 낳은 그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다. 나아가 사람들에게 자랑을 일삼았다. 특히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아르테미스와 아폴론, 쌍둥이 남매밖에 낳지 않은 레토보다 자기가 자식을 더 많이 뒀고, 똑똑한 자식을 두었다고 오만을 떨었다. 사람들에게 레토 여신을 섬기지 말라고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레토는 니오베가 자신을 흉보는 말을 듣고 분노한다. 당장 두 자녀를 불러 자신이 니오베에게 당한 수모를 갚으라 명령한다. 이에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는 활을 들고 테베 왕궁이 보이는 구름 위에 앉아 니오베의 자녀들이 궁전 마당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니오베의 14명 자녀가 놀기 위해 궁전 밖으로 나왔다. 아폴론은 7명의 아들에게, 아르테미스는 7명의 딸을 향해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화살은 가슴과 목을 관통해 목숨을 잃었다. 니오베는 자식들이 죽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 남은 막내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옷자락에 딸을 숨겼지만, 결국 막내딸도 죽음을 면치 못한다.

막내딸을 구하고자 하는 니오베를 그린 작품이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의 ‘니오베의 아이들을 공격하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이다. 화면 중앙 니오베가 옷자락으로 딸을 숨기고 있고, 아폴론과 아르테미스가 하늘에서 화살을 쏘고 있다. 하늘을 향하고 있는 니오베의 손은 딸을 살려달라 애원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구름 위에 있는 아르테미스의 화살은 딸의 죽음을 암시한다. 바닥에 쓰러진 인물들은 니오베의 자녀들이다. 여자들은 가슴에 화살이 꽂혀 있고, 남자들은 목에 화살이 박혀 있다. 화살의 위치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가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 쏘았다는 것을 뜻한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이 작품에서 앞다리를 들고 서 있는 말과 창을 들고 쓰러진 남자는 니오베의 남편 암피온이 줄줄이 숨진 자식들을 보고 광분해 델피의 신전을 부수려다가 아폴론의 화살을 맞고 죽었음을 드러낸다.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면 적이 많아진다. 적은 내 안에서 자란다. 자랑도 적당히 눈치껏 해야 적이 눈치채지 못한다.

<박희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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