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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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일부인 사람들의 눈에는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더불어민주당이 처한 근본적 곤란함이다. 코인 투기 논란으로 민주당에서 탈당한 김남국 의원은 지난 5월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가 실정들을 덮기 위해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며 억울해했다. 그와 ‘영혼의 단짝’인 김용민 의원은 “민주당은 서민이 계속 서민으로 남길 바라는 당이 아니다”라는 궤변으로 김남국을 옹호했다. 최악의 직업윤리를 보여주는 저들을 보며 궁금해지는 것이다.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됐을까.

[오늘을 생각한다]김남국의 자격

민주당 21대 국회 공천의 특이점은 열성 지지층의 요구를 당이 그대로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난 총선 두 달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갑작스러운 발표를 한다. 서울 강서갑에서 후보자를 추가공모하겠다는 소식이었다. 이곳은 조국 인사청문회에서 쓴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열성 지지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였다. 여기만 콕 집어 추가공모를 하겠다니 특정 후보 찍어내기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공관위는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전국 87곳 지역구에서 후보자를 추가공모하겠다 발표했다. 그러자 동작을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김남국 변호사가 강서갑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의 유튜브 채널에는 “매일밤 조국 장관님을 위해 기도한다”는 내용의 영상이 올려져 있었다.

금태섭 찍어내기 의혹에 김남국 유튜브까지 논란이 되자 민주당 지도부는 기이한 결단을 내렸다. 김남국을 아무 연고도 없는 안산 단원을에 전략공천했다. 강서갑에는 또 다른 친조국 인사 강선우가 출마해 경선에서 승리한다. 금태섭의 낙마와 김남국, 강선우의 당선. 결과적으로 열성 지지층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수용한 셈이었다. 유사한 기준으로 이른바 ‘조극기 부대’가 대거 공천을 받는다. 그중에는 서초동 집회를 주도하다 남양주병에 공천을 받은 김용민과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대전 중구에 공천을 받은 황운하 등이 있다. 밝혀진 것처럼 김남국의 코인 투기는 2018년부터 이뤄졌다. 이미 당내에 소문이 파다했지만 팬덤의 입맛이 공천의 결정적 기준이 된 상황에서 코인 투기 같은 것은 애초에 검증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조국의 임명은 ‘조국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그런 인사 실패는 어느 정부에나 있다. 그 일이 ‘사태’가 된 까닭은 인사 실패의 관리를 팬덤에 위임했기 때문이다. 그중 핵심적인 사건이 김남국으로 상징되는 민주당의 21대 국회 공천이었다. 그들은 무슨 일을 했는가? ‘추·윤 갈등’을 부추겨 윤석열을 대권주자로 밀어올렸고, 지방선거 당헌 개정 등 당의 몰락을 가져온 이벤트마다 선봉에 섰다. 요약하자면 이들은 민주당 집권 실패의 원인이다. 한명의 ‘코인 투기꾼’을 쳐내는 일은 쉽다. 하지만 그를 밀어올린 시스템은 보지 않고 개인을 단죄하는 일만으로 과연 무엇을 극복할 수 있을까.

<정주식 ‘토론의 즐거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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