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무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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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들의 왕국’ 혹은 ‘이사벨 데스트의 궁정의 알레고리’(1505년경, 캔버스에 유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뮤즈들의 왕국’ 혹은 ‘이사벨 데스트의 궁정의 알레고리’(1505년경, 캔버스에 유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야외 활동하기에 좋은 날씨기도 하지만, 각 지자체는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진행했던 행사를 대면행사로 많이 열고 있다. 다양한 이벤트 행사 중 공연을 빼놓을 수 없다. 공연은 전시와 함께 유명한 예술가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예술적 영감을 주는 사람을 그리스어로 ‘무사이’, 영어로 ‘뮤즈’라고 한다.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아름다운 여인을 주로 지칭한다. 무사이는 제우스신과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에서 9자매로 태어났다.

평화로운 올림포스를 관장하던 제우스신은 지상에서 일어나는 인간들의 일을 알고 싶었다. 신들의 나라에서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제우스신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를 찾아가 고민을 상담한다. 그러다가 그만 그의 아름다움에 빠지고 만다. 결국 두 신은 아흐레(9일) 밤을 함께하며 사랑을 나눈다. 그로부터 열 달 후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는 9명의 무사이 딸을 낳았다.

어머니 므네모시네로부터 기억을 이어받은 무사이들은 신들의 나라와 인간들의 시적 영감과 지적 활동을 주관한다. 신들과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정리하고 기억하면서 두 세계를 이어나간다.

예술적 영감을 주관하는 9명 무사이의 고유 영역이 있다. 칼리오페는 서사시와 트럼펫, 클리오는 역사와 명성, 에라토는 연애 시와 현악기, 에우테르페는 음악과 관악기, 멜포메네는 비극과 연극 가면, 폴림니아는 악기, 테르프시코레는 무용과 시와 현악기, 탈리아는 희극과 희극 가면, 우라니아는 점성술과 천구를 담당한다.

초창기 신화에서는 무사이 같은 예술가들을 무시코스라고 불렀으며, 예술을 무시케라고 했다. 노래와 지혜로운 무사이를 숭배해 무사이의 신전을 의미하는 무사이온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후에 무사이온은 학문을 관장하는 장소로 변했다가 인류가 남긴 유물을 간직하고 있는 박물관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박물관을 뜻하는 뮤지움은 무사이에서 유래했다.

9명의 무사이는 올림포스에서 열리는 신들의 만찬에서는 시와 음악으로 분위기를 돋워 주는 역할을 하지만, 평상시에는 헬리콘산에서 지내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헬리콘산에서 활동 중인 무사이들을 그린 작품이 로렌초 코스타(1460~1535)의 ‘뮤즈들의 왕국’ 혹은 ‘이사벨 데스트의 궁정의 알레고리’다. 호숫가 근처 산 중턱 공원에서 무사이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바닥에 앉아 있는 동물들을 보살피고 있다. 바닥과 나무 둥치에 앉아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은 평상시의 무사이들을 나타낸다.

언덕 위의 나무는 향나무다. 신화에 따르면 헬리콘산엔 유독 향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호수에 정박 중인 배와 언덕 아래의 사람들은 신과 인간들을 연결해주는 무사이들의 역할을 나타낸다. 로렌초 코스타의 이 작품에서 무사이들은 별다른 특징 없이 서로 손을 잡고 있다. 그들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은 과학과 예술의 밀접한 관계를 의미한다.

이벤트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이 사라지는 듯하다. 나가서 이 시간을 즐기자.

<박희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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