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가속 컴퓨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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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에이스로 생성한 가상 캐릭터 / 엔비디아

엔비디아 에이스로 생성한 가상 캐릭터 / 엔비디아

지난 5월 말 개최된 대만 컴퓨텍스에서 엔비디아(NVIDIA) 창립자이자 CEO인 젠슨 황이 팬데믹 이후 첫 라이브 기조연설을 했다. 젠슨 황이 가장 강조한 내용은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과 AI를 통한 컴퓨팅의 재창조’였다.

원래 가속 컴퓨팅이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계산 능력을 활용해 복잡하고 계산 집약적인 작업을 더 빠르게 처리하자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개념이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접근 방법을 상업화하고 개발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쿠다(CUDA·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라는 프로그래밍 모델을 만들었다.

GPU는 AI 개발에 필수적인 하드웨어이며, 전 세계 GPU 공급의 90%를 엔비디아가 담당하고 있다. 올해에만 엔비디아 주가가 160% 이상 급등한 이유도 최근 AI 붐이 불면서 GPU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쿠다를 이용하면 개발자들이 C/C++, 파이선 등의 언어를 사용해 GPU에 직접 코드를 작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가속 컴퓨팅은 데이터 센터, 연구소, 최신 AI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엔비디아는 현재 4만여개의 대기업과 1만5000여개의 스타트업이 엔비디아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작년에만 2500만건의 쿠다 소프트웨어 다운로드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최근 젠슨 황이 주장하는 가속 컴퓨팅은 기존 개념을 확장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능하게 하고 현재 비즈니스 모델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드는 서비스,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을 자사의 GPU와 AI 기술을 중심으로 구축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컴퓨텍스에서 엔비디아는 궁극의 AI 성능이 필요한 기업을 위해 대용량 메모리 기반 AI 슈퍼컴퓨터인 ‘DGX GH200’을 발표했다. 이 슈퍼컴퓨터는 144테라바이트의 공유 메모리를 제공한다. 이를 이용해 기업은 AI 챗봇을 위한 대규모 언어 모델, 추천 시스템을 위한 복잡한 알고리즘, 사기 탐지 및 데이터 분석에 사용되는 거대 신경망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개발자가 음성, 대화 및 애니메이션을 위한 맞춤형 AI 모델을 구축하고 배포할 수 있는 ‘에이스(ACE·Avatar Cloud Engine)’도 발표했다. 이를 이용하면 대화형 아바타 및 디지털 휴먼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및 배포를 신속하게 할 수 있다.

생성 AI 모델을 로컬 윈도 PC에서 실행할 때 엔비디아의 RTX GPU에 최적화되도록 하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작업을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최적화를 적용한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과 같은 생성 AI 모델의 성능이 두 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또 기업들이 현실의 공장을 가상으로 재현하고, 공장 운영에 대한 시뮬레이션 및 분석을 수행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생성 AI를 활용해 설계 및 제조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내용도 발표했다.

최근 엔비디아의 소비자용 제품이 높은 가격으로 출시돼 일반 소비자들에게 그다지 호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젠슨 황의 가속 컴퓨팅 비전과 기술력을 고려하면 앞으로 엔비디아가 AI 산업에서 선두 주자의 위치를 유지하리라는 전망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류한석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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