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3-덩치 키웠지만 몸은 사린 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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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지점은 3편과 4편이 거의 동시에 기획돼 연이어 촬영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3편은 애초부터 15세 관람가를 목표로 했다. 기분 탓일까? 전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을 사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목 범죄도시 3 (The Roundup: No Way Out)

제작연도 2023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05분

장르 범죄, 액션

감독 이상용

출연 마동석, 이준혁, 아오키 무네타카, 이범수, 김민재, 이지훈, 전석호, 고규필

개봉 2023년 5월 31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시작을 되짚어 보자. <범죄도시> 1편이 등장했던 2017년 당시 한국영화 시장은 한참 꽃길을 걷고 있었다. 다양한 장르영화와 더불어 야심 찬 독립영화가 다양하게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범죄물은 국내에서의 성공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장르로 대접받았다.

이후 보편적 사회의식에 묵직한 액션을 접목해 진지한 분위기로 풀어낸 범죄물이 꾸준히 바통을 이어가듯 발표됐다. <범죄도시> 역시 이런 연장선상에서 공개됐다. ‘통쾌한 영화’보다는 ‘센 영화’란 뒷맛이 강했던 1편의 등급이 ‘청소년 관람 불가’였다는 사실은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하는 증거 중 하나다.

당시 <범죄도시>의 성공을 예상했던 사람(제작에 관여했던 몇몇 관계자는 예외로 하고)은 많지 않았다. 그만큼 고만고만한 영화가 많았다. 하지만 시사회 공개 직후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돌았다. 그리고 그해를 대표하는 흥행작으로 당당히 등극했다.

더 큰 이변은 5년 뒤 공개된 <범죄도시 2>에서 벌어졌다. 코로나19로 개봉을 1년이나 미뤄야 했지만, 이런 뒤늦은 공개가 되레 3년 가까이 유지돼 오던 국가적 통제에 다소 숨통이 틔던 시기와 절묘하게 맞물렸다. 1200만 관객 동원이라는 대기록으로 이어졌다.

15세 관람가를 염두에 뒀던 기획과 달리 제작과정에서 1편과 마찬가지인 청소년 관람 불가로 계획이 변경됐지만, 영등위 심의 결과가 15세 관람가로 나온 것도 호재였다.

새로운 무대 위에 선 익숙한 주인공

앞선 2편의 영화가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3편은 특별히 이런 강조가 없다.

과거 금천서 강력반 소속으로 가리봉동 조선족 범죄조직과 베트남 여행객 실종사건을 시원하게 해결했던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 7년 뒤 서울 광역수사대로 이동해 여전히 자신만의 무식한 방법으로 불의와 맞서 싸운다.

이번 <범죄도시>의 속편이 흥미로운 지점은 3편과 4편이 거의 동시에 기획돼 연이어 촬영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시작부터 2부작이나 3부작으로 제작해 순차적으로 개봉하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별도의 속편을 이렇게 한꺼번에 제작하는 것은 근래 한국영화에서는 드문 경우다.

전작에 참여했던 제작진 대부분이 다시 모여 의기투합했다. 감독은 3편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한 화두로 ‘새로움’을 언급한다. 전작의 그림자를 벗어나긴 쉽지 않지만 과감하게 변화를 꾀했단다. 일단 주인공 마석도가 근무처를 옮기고 시간이 꽤 지난 설정인 만큼 전작에서 친숙해진 주요인물의 상당수가 이번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 자리를 채운 배우들의 생경함이 신선함으로 다가갈지는 두고 봐야겠다.

추억을 소환하는 흥행 속편의 정겨움

액션 구현도 이전에 비해 상당히 섬세한 공을 들였다. 이전보다 액션장르 본연의 재미를 높이려고 노력했다.

시리즈 최초로 2명의 주요 악당이 등장한다. 그중 1명은 일본 야쿠자로 설정해 출연진의 다변화도 꾀했다. 영화의 숨통을 터주는 코믹 캐릭터 역시 2명으로 늘었다. 전반적으로 몸집을 키운 요소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이번 3편은 애초부터 15세 관람가를 목표로 했다. 관람등급이 영화 성공의 중요한 성패 요인임은 당연하다. 기분 탓일까? 전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을 사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런 새로운 시도가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차후 새로운 이야기들을 펼쳐나가기 위한 확장성을 확보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고 보니 한국영화 시장에서 흥행에 힘입어 양산되는 시리즈물이 사라진 지 꽤 오래다.

어쩌면 지금처럼 한국영화의 위기론이 득세해 우울한 시기에,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용감한(?) 시리즈물 기획을 시도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작품성을 떠나 아무쪼록 하반기 공개될 4편과 함께 적당히 성공해 꾸준히 이어지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시퀄·프리퀄·패러퀄·리퀄…‘속편’ 종류도 가지가지

영화 <국가의 몰락> / IMDb.com

영화 <국가의 몰락> / IMDb.com


영화 역사상 최초의 속편은 D. W. 그리피스가 자신이 연출한 대작 <국가의 탄생>(1914)의 속편으로 찍은 <국가의 몰락>(1916)이라 기록돼 있다. 사실상 속편의 역사는 영화역사 자체와 다르지 않다.

영화의 본고장을 자처하는 미국에서는 속편을 지칭하는 말도 다양하다. 일단 원전에 이어지는 뒷이야기는 시퀄(sequel)이라 칭한다. 자연스레 ‘2년차 징크스’라고도 하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 또는 소포모어 슬럼프(sophomore slump)라는 용어가 연상된다. 성공적인 첫 작품이나 활동에 비해 두 번째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런 속설을 보기 좋게 타파한 사례도 적잖다. <대부 2>, <터미네이터 2>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뒤에 만들어졌지만, 전작의 과거사를 다루는 작품을 프리퀄(prequel)이라 부른다. 주로 더 이상 만들어낼 이야기가 없을 때 많이 등장한다.

스핀오프(spinoff)는 원작의 인물이나 사건 일부를 곁다리로 파생시켜 새롭게 전개하는 이야기로, ‘번외작’이라고도 한다. 원작에서 등장하지 않았거나 소극적으로 다뤄진 이야기를 깊이 다루는 ‘외전(外傳)’과는 구분하는 시선도 있다.

인비트윈퀄(inbetweenquel)은 말 그대로 원전, 또는 속편과 속편 사이의 이야기를 뜻한다.

패러퀄(paraquel)은 앞선 이야기와 동 시간대에 벌어진 다른 사건을 다룬다.

최근에는 리퀄(requel) 또는 레거시퀄(legacyquel)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이미 뒤이은 속편들이 있음에도 무시하고 원전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속편을 일컫는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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