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갤 3 - 마음 따뜻한 수호자들의 마지막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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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건의 영화에서만 발견되는 개성이 촘촘히 놓여 있다. 일단 괴팍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거침없는 유머가 그렇다. 인류와 자연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연민 또한 그의 모든 영화에서 발견되는 특징이다.

제목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 3(Guardians of the Galaxy Volume 3)

제작연도 2023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50분

장르 SF, 액션, 모험

감독 제임스 건

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카렌 길런, 폼 클레멘티프, 데이브 바티스타, 브래들리 쿠퍼, 빈 디젤

개봉 2023년 5월 3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원래 SF 소설의 하위 장르 중 하나인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는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이나 전쟁을 소재로 삼는 이야기를 지칭한다. 194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인기를 끌며 특화됐다. 1950년대 이후에는 소설뿐 아니라 소재와 분위기를 공유하는 만화나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로 확장됐다.

영화 중에는 <스타워즈>가 기념비적 작품이다. 이후 우주를 배경으로 한 대부분의 SF 영화들은 스페이스 오페라의 범주에 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세계관뿐 아니라 21세기의 스페이스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MCU의 막강한 힘은 이제 더 이상 먹히지 않는가? 이는 근래 미국 영화계와 그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전 세계 영화시장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2008년 <아이언 맨>을 시작으로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으로 이어진 MCU는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정점을 찍었다. 당시 전 세계 박스오피스는 물론 관련 상품 시장까지 장악했고, ‘마블’은 하나의 문화로 해석될 만한 현상이 됐다. 하지만 영화와 TV시리즈를 넘나들며 방대하게 확장된 세계관과 후속 작품들의 들쑥날쑥한 완성도는 서서히 관객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

쇠퇴하는 MCU의 마지막 불꽃

이런 와중이다 보니 앞선 2편의 개별 시리즈가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 3>(이하 <가오갤 3>)의 개봉을 바라보는 관객들 사이엔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개봉 전날 치러진 언론시사회부터 호평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전 세계 최초 개봉으로 영화를 접한 한국 관객들의 반응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이번 <가오갤 3>이 건져낸 모처럼의 선전이 MCU 자체의 회생으로 이어지리라 평가하는 시선은 많지 않다. 긍정적 요소에 있어 제임스 건 감독 개인의 지분을 높이 사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 내내 제임스 건의 영화에서만 발견되는 개성이 촘촘히 놓여 있다. 일단 괴팍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거침없는 유머가 그렇다. 사회적 통념을 아랑곳하지 않으며 불량한 상상의 경계에까지 아슬아슬하게 닿아 있는 그의 농담은 진지한 사람들에겐 불편함을 안기기도 한다.

반면 인류와 자연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연민 또한 그의 모든 영화에서 발견되는 특징이다. 그 대상에는 심지어 자신이 창조한 영화 속의 인물들까지 포함된다. <가오갤 3>가 제대로 된 완결편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낸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이전까지 조연에 불과했던 인물들조차 한 사람 한 사람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캐릭터와 이를 연기한 배우들에게 나눠주는 선물처럼 각각의 존재감이 부각된다.

클리셰를 관통하는 저돌적 창의

이 같은 포석은 감독이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가오갤> 시리즈는 물론 MCU와도 확실한 결별을 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큰 호소력을 갖는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인 라디오 헤드의 ‘크립’은 이 같은 정황을 뚜렷이 상기시킨다. 제임스 건은 영화에 사용되는 삽입곡을 기막히게 선곡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오프닝 곡은 작품의 기조를 부연하는 기능까지 더해 더욱 특별하다.

<가오갤 3>의 해외 홍보에는 유독 인간화된 라쿤 캐릭터인 ‘로켓’이 등장했다. 또 마지막 편인 만큼 멤버 중 누군가가 죽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진위는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2시간 30분이라는 상영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몰입감 있는 전개 와중에도 익숙한 장면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소위 ‘클리셰’로 지칭되는 공식화된 전개나 장면들이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진부하게 나열되지 않고, 장점을 극대화해 활용된다. 바로 이런 지점들이 할리우드의 시스템 영화, 또는 상업영화 작가의 능력을 함부로 폄하할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일 것이다.

MCU와 관련된 전작들을 보지 않아도 즐기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점도 이번 작품의 장점이다. <가오갤> 전작 2편 정도를 미리 챙겨본다면 재미와 감동이 배가될 것이다.

B급 작가에서 A급 거장으로

내한한 제임스 건 감독과 배우들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내한한 제임스 건 감독과 배우들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제임스 건은 1966년 미국 미주리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그는 1996년 공개된 트로마 영화사의 대표작 중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각본에 이름을 올리며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트로마는 1990년대 미국 하위 상업영화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유아적 상상력을 잔혹한 볼거리로 완성해내는 작품의 기조는 애초 저예산 컬트라고 분류되는 특정 소비시장을 겨냥했다. 이들의 전략은 적중해 장르 팬들 사이에 소비됐고, 지금까지도 많은 골수팬을 거느리고 있다.

저예산 영화 제작환경상 제임스 건은 당시 공식적으로는 각본과 제작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 이상의 다양한 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했다는 후문이 있다. 그때의 경험이 이후 연출 활동에 요긴한 밑거름이 됐음은 확실해 보인다.

2000년대 들어 메이저로 진출한 그는 워너 브러더스의 <13 고스트>, <스쿠비 두> 등의 각본을 시작으로 <새벽의 저주>의 시나리오를 통해 주가를 올렸다.

외계에서 온 생명체로 인해 쑥대밭이 되는 작은 시골 이야기를 다룬 첫 연출작 <슬리더>(2008), 슈퍼히어로를 꿈꾸던 한 남자의 가출한 애인 되찾기를 그린 두 번째 연출작 <슈퍼>(2010)는 군더더기 없는 감각과 따뜻한 인간미가 공존하는 그만의 영화 세계를 증명한 과정이라 평가받는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2018년, 트위터에 올렸던 과거의 글들이 구설에 오르면서 마블 스튜디오에서 퇴출당하기도 했으나 발 빠른 사과와 주변 지인들의 옹호로 결국 <가오갤 3>의 연출을 다시 맡았다. 그럼에도 지난해 10월 마블 스튜디오의 라이벌인 DC 스튜디오의 수장으로 영입되면서 마블과는 확실한 결별을 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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