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지구 2-할리우드 위협하는 중국영화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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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엔진을 달아 옮기는 것도 부족해 이번엔 달을 박살 낸다. 일단 2시간 53분이라는 상영시간부터 압도적이다. 영화 속 유랑지구 작전도 장장 2500년 동안 완성되는 초장기 이주계획이다. 말 그대로 스케일이 다르다.

제목 유랑지구 2(流浪地球 2/ The Wandering Earth Ⅱ)

제작연도 2023

제작국 중국

상영시간 173분

장르 SF, 액션, 드라마

감독 곽범

출연 오경, 유덕화, 이설건, 영리, 주안만자, 사일, 왕지

개봉 2023년 5월 10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BoXoo엔터테인먼트

㈜BoXoo엔터테인먼트

20세기 ‘재난영화’ 장르의 선구자는 롤랜드 에머리히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의 영화에서는 하늘을 뒤덮는 크기의 대형 외계 우주선이 백악관과 세계 각국의 랜드마크를 날려버리거나(<인디펜던스 데이>), 핵실험으로 인해 돌연변이 거대 도마뱀이 뉴욕을 초토화시키고(<고질라>), 지구 온난화로 빙하기가 도래한다(<투모로우>). 또 고대 마야 문명에서부터 회자돼온 인류 멸망이 현실이 되고(<2012>), 급기야는 달이 지구를 향해 떨어지기까지 한다(<문폴>). 독일인이지만 대부분 작품을 미국에서 만들어 미국 감독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그만큼 이쪽 장르가 대규모 자본과 첨단기술이 담보돼야 가능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19년 발표된 <유랑지구>의 제목과 로그라인을 보는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대재앙을 맞은 지구를 이동시켜라!” 이제 하다 하다 지구를 옮기는 영화까지 나왔구나 싶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딱지도 애초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하향시키는 데 한몫했다. 막상 영화를 보고 있자니 애초의 괄시가 서서히 무안해진다. 황당무계한 설정을 너무나 진지하게 밀고 나간다. 과학적 상식이나 근거는 깡그리 무시한 난센스의 연속이지만 이상하게 유치하지 않다. 심지어 그것을 구현한 컴퓨터 그래픽의 완성도도 수준급이다.

뻔뻔함의 스케일이 다른 상상력

이번 <유랑지구 2> 역시 영화가 시작되고 1분 만에 그때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래, 어차피 거짓말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지구에 엔진을 달아 옮기는 것도 부족해 이번엔 달을 박살 낸다. 일단 2시간 53분이라는 상영시간부터 압도적(?)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유랑지구 작전도 장장 2500년이라는 기간 동안 100세대를 거쳐서야 비로소 완성되는 초장기 이주계획이다. 말 그대로 스케일이 다르다.

1편은 중국 과학소설의 3대 천왕이라 불리는 작가 류츠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류츠신은 2008년 발표한 ‘삼체(三體)’로 SF계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아시아 국적 작가로는 최초로 수상했다. 영화는 소설의 설정만 가져왔을 뿐 상당 부분 재창작됐다. 이번 작품은 속편이지만 전작의 전사(前史)를 다룬 ‘프리퀄’이다. 별도 원작 없이 순수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개발됐지만, 류츠신이 각본에 참여했다고 한다.

영화에 사용된 기술도 꽤 진취적이다. 많은 장면에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했지만, 완성도는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긴 시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인 만큼 배우들의 젊은 모습은 캡처기술과 인공지능으로 구현했다. 전편을 유작으로 사망한 배우 ‘오맹달’은 100%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돼 짧게 등장한다.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수용할 만하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진취적 도전

<유랑지구>뿐 아니라 한국에서 중국영화는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일단 수년에 걸쳐 경제·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외교 상황과 이에 대한 부정적 국민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중국 내에서 거국적으로 흥행한 대형 화제작일수록 두드러지는 중화민족주의와 소위 ‘중국뽕’ 과잉이 거부감을 증폭시킨다.

그나마 <유랑지구>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중국 제일주의를 상당히 걷어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1편과 마찬가지로 국내 포스터에 배우들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 건 이런 한국시장 분위기를 의식한 수입사의 미봉책이라 이해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자국 내 압도적 흥행에 고무된 중국 제작진으로선 수요가 전 세계로 확장되길 욕심내는 게 당연해 보인다. 새로운 주인공을 연기할 배우로 중화권을 넘어 국제적 인지도를 확보한 유덕화를 캐스팅했다는 건 이런 포석의 일환이 분명하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한국 배우 클라라(이성민)의 캐스팅도 눈에 띈다.

비판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중국영화 역사에 뚜렷한 전환점을 마련한 작품임은 부정할 수 없다. 작품 자체의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이후에 펼쳐질 새로운 도전에 있어서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계가 견제하고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중국의 국민배우 오경

왼쪽부터 이연걸, 견자단, 오경 / 페이스북

왼쪽부터 이연걸, 견자단, 오경 / 페이스북


현재 중국 상업영화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 중 한 사람이 오경(吳京·Wu Jing)이다.

1974년 중국 북경에서 태어난 그는 북경체육대학을 졸업했다. 이연걸과 견자단 역시 이곳 출신으로 동문이다. 1984년부터 1986년까지는 중국무술대회 3연패를 비롯해 다수의 대회에서 우승하며 뛰어난 무술가로서 인정을 받았다.

1993년 선배인 이연걸 주연의 <태극권> 단역 출연을 시작으로 영화배우의 길에 들어선다. 이후 이연걸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태극권 2>(1996)의 주연으로 발탁됐다.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아간다. 간간이 <촉산전>(2002), <살파랑>(2005), <남아본색>(2008) 같은 작품들로 국내 팬을 만났다. 애초 배우로서는 평범하고 선한 얼굴인 데다 대부분 조연이나 악역에 머무는 작품들이어서 그리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그가 출연한 <특수부대 전랑>(2016), <1953 금성 대전투>(2020), <장진호>(2021) 등 애국주의를 내세운 대작 영화들이 크게 성공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까지 더해진 작품들을 기획하면서 오경의 입지는 급격히 단단해졌다. 내수시장만으로도 세계 흥행순위를 좌지우지하는 그들만의 특수한 상황과 규모가 외부에서는 그리 좋아 보일 리가 없다. 국내에서 오경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생기기 시작한 것도 이런 화제와 맞닿아 있는 터라 한국에서는 그를 일단 ‘국뽕배우’로 폄훼하는 시선도 많다.

출연, 연출, 제작까지 손을 대는 작품 대다수가 새로운 흥행기록을 써나가고 있는 황금 손으로서 당분간은 중국 상업영화시장의 중요한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 올해는 거대 상어를 다룬 영화 <메가로돈 2> 출연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한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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