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라는 미스터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언어학자 놈 촘스키는 인간의 무지를 두 종류로 나눴다. 하나는 우리의 인지능력으로 풀 수 있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인지능력의 한계를 넘어선 ‘미스터리(신비)’이다. 개미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에게도 이해의 범위 너머의 세계가 있다. 문제와 달리 미스터리는 애초에 이해가 불가능한 대상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규명의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요즘 대한민국에는 ‘MZ세대’라는 거대한 미스터리가 있다. 심지어 당사자들도 그게 뭔지 모른다는 점에서 이 시대의 가장 의문스러운 존재라 할 수 있다.

[오늘을 생각한다]‘MZ세대’라는 미스터리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이 나타나면 과장된 생각을 품는다. 새로운 세대에 대한 어른들의 생각이 그렇다.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MZ세대의 성질들은 과거 ‘X세대’나 이집트 피라미드에 새겨진 ‘버릇없는 세대’의 성질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X세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충격적으로 등장한 세대였지만, 이제 와서 그들에게 남은 특징은 ‘피터 팬 콤플렉스’뿐이다.

어째서 기성세대는 불편하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XX세대’를 자꾸만 만들어내는가. 그것은 자신의 낙후를 받아들이기보다 새로운 미스터리를 만들어내는 쪽이 심정적으로 더 편안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흐름에서 탈락한 건 본인인데, 무언가 괴상한 존재가 등장했다고 호들갑을 떤다. 내가 뒤처진 것이 아니라 이전에는 없던 신비로운 생명체가 나타난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자기가 여전히 세상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자신을 위로하는 것, 그것이 세대론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세대론은 등장의 기록이 아니라 낙후의 기록이다. 어느 날 세상에 ‘XX세대’가 등장했다면 주목해야 할 것은 XX세대가 아니라 그걸 보고 놀라워하는 세대의 낙후성이다.

MZ세대는 이제 정치권의 주요한 ‘문제’로 인식되는 것처럼 보인다. 무언가 신비의 영역에서 문제의 영역으로 넘어올 때는 반드시 규명의 책임을 동반한다. ‘MZ정치’는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볼수록 아리송하다. MZ세대가 좋아하는 주 69시간제, MZ세대의 미래를 위한 강제동원 합의, MZ부부를 위한 가사도우미 수입 법안…. 정치인들의 말에 따르면 MZ라는 건 온갖 후진 것들의 종합선물세트 같다. 그중 정작 MZ세대의 지지를 받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정치권이 그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말해준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MZ세대의 실체는 흐릿해진다. 그들이 뭘 좋아하는지,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도대체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정책을 MZ세대의 관점에서 보라”는 엄명을 내렸다. 대통령의 지시는 마치 표적 없는 사격 같다. 알 수 없는 존재를 위한 정치란 얼마나 혼란스러운가. MZ세대의 미스터리는 끝내 풀리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XX세대’라는 말은 그것을 이해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정주식 ‘토론의 즐거움’ 대표>

오늘을 생각한다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