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엉망이라 기승전‘문’ 못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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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지지’·민주당 잔류 엇갈린 ‘반명친문’의 현재 심정

대선을 5일 앞둔 지난해 3월 4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핵심SNS조직 디지털전략팀’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 기자회견. 당시 이들은 “불의를 불의라고 말하고 싸우는 것이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이라며 “이재명의 당선을 막기 위해 윤석열을 지지하겠다”고 주장했다. / 이영 의원 페이스북 캡처

대선을 5일 앞둔 지난해 3월 4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핵심SNS조직 디지털전략팀’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 기자회견. 당시 이들은 “불의를 불의라고 말하고 싸우는 것이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이라며 “이재명의 당선을 막기 위해 윤석열을 지지하겠다”고 주장했다. / 이영 의원 페이스북 캡처

“…저는 윤석열을 지금도 지지합니다.” 잠시 뜸을 들이던 인사가 입을 열었다. 익명을 요청한 이 인사는 지난해 대선 직전인 3월 4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핵심SNS조직 디지털전략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 기자회견의 핵심인사다.

SNS 등에서 검색하면 당시 기자회견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의 당 직책과 중앙선대위 결합 전 경선캠프 경력 등을 정리한 리스트가 수도 없이 등장한다. 민주당 성향 유명 방송인인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지난해 6월 19일 해당 사진을 올리면서 “더불어민주당에 묻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 이분들은 출당조치를 했는지요”라고 물었다.

“여전히 나는 윤석열을 지지한다”

2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고 대통령으로 뽑자고 설득한 입장에서, 또 윤 대통령이 훌륭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를 지지했던 사람으로서의 선택”이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했고, 선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대통령이나 공만 있는 게 아니라 과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 중에서 대북문제와 이재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황교익씨가 문제 제기한 당적은 진즉에 사라졌다. 그는 “쫓겨났다. 제명됐다. 내가 리더였기 때문에 본보기로 쫓겨나야 했다”고 말했다.

-유튜브에 보면 대선 직전 국민의힘 유세에 참여해 왜 윤석열을 지지하는지를 연설하는 장면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환호했겠지만, 과거 뜻을 같이했던 민주당 쪽 사람들로부터는 비난을 많이 받았을 텐데.

“지역에서 완전히 끝났다. 인간관계도 전부 끊겼다. 지역이 작으니까. 도당에서도 쫓겨났다. 당시 도당위원장은 이낙연 쪽이었지만 밑의 조직은 이미 이재명 쪽이 장악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래서 정치활동을 하지 않고 조용히 살고 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다.”

지난 대선을 전후로 ‘친문’의 다수 그룹은 이재명 지지, 즉 ‘친명’으로 옮겨갔다. 소수였던 ‘비명친문’ 그룹은 뿔뿔이 흩어졌다. 친문그룹 중 ‘극문(極文·극단적 문재인 지지자의 약칭)’으로 분류되는 강성지지그룹은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다 접었다. 이중 다수는 차마 ‘윤석열 국민의힘에 정권을 넘겨줄 수 없어’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 하지만 끝까지 “이재명과 함께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그룹이 있었다. 대선 막판, 이들 중 일부는 “불의를 불의라고 말하고 싸우는 것이 김대중·노무현의 정신”이라며 윤석열 지지를 택했다.

“지지 선언이라기보다 ‘이재명을 지지할 수 없다’는 선언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때 (민주당에) 등을 돌렸던 사람들은 윤석열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이 사달의 원인은 이재명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악한 이재명보다 덜 나쁘다’고 생각해 최악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지난 대선 시기부터 여전히 반명 입장을 뚜렷이 밝히고 있는 유튜브채널 ‘백브리핑’의 운영자 백광현씨의 말이다. 그는 그렇다고 ‘당을 넘어서 상대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확실히 선을 넘은 것은 맞다. 이재명을 비판했지만 그렇다고 그때 윤석열 지지 선언에는 당연히 참여하지 않았다. 이재명 비판을 넘어 윤석열 지지까지 간 사람은 극히 일부다. 나도 그 사람들로부터 같이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동참 안 했다. 대부분의 문파, 특히 극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주류는 당을 지키자고 했다. 탈당하고 나가서 윤석열을 지지한 사람들은 말하자면 괴물하고 싸우다가 괴물이 된 것이다. 그 사람 중 아직 당에 머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간 사람들이 태반이고 그 숫자도 얼마 안 된다.” 그는 “비유적으로 말한다면 일제강점기에 일본 놈들이 싫다고 나라를 버리고 나간 것과 같은 행위”라고 덧붙였다.

기-승-전-문(文), 그러니까 ‘윤석열 정부의 전 정권 때리기’ 행태를 보며 떠올랐던 것은 이들 극문성향 인사들이 대선 시기 내놨던 ‘파란을 더하다’는 제목의 포스터였다. 대선 당시 특유의 어퍼컷 포즈를 취하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뒤에 파란색으로 날개를 덧댄 포스터다. 붓으로 그린 날개의 파란색은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이다. 포스터를 그린 이는 ‘더레프트’라는 이름의 유명 문재인 지지자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중의적 뜻을 지닌 ‘파란’(색 이외에도 혁명·변혁의 뜻이 있다)을 매개로 여러 문재인 후보 지지 포스터로 유명세를 얻은 인사다. 실제 2017년 문재인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더레프트가 만든 ‘파란을 이어가자’ 포스터를 직접 공유하며 감사를 표한 바 있다. 대선 후 문재인·윤석열 두 사람이 함께 걷는 사진을 배경으로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 46.7%’, ‘윤 당선인 긍정’ 46%라는 문구를 박은 포스터를 만든 그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트위터를 제외한 다른 SNS 활동을 접은 그가 만든 포스터는 지난해 12월 3일 카타르월드컵 대한민국 축구팀 16강 진출 축하가 현재까지 마지막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트윗 공유 글과 이재명 당대표 비판 포스터는 꾸준한 데 비해 지난 대선 시기와 달리 윤석열의 국정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직장인 더레프트와 교류해온 백씨는 “이재명은 죽어도 안 된다고 생각해 차악을 택한 것이지 윤석열을 좋아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의 전 정권 탓은 열등감 때문”

원래의 주제로 돌아가자. 윤석열 정부의 전 정권 탓, 기-승-전-문에 대해 이들 ‘반명친문’의 입장은 어떨까. 백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열등감이라고 본다. 지지층을 결집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남북평화회담이나 대한민국이 G7 정상회담에 초청된 것과 같은 성과를 못 내니 전 정부의 성과를 헐뜯고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이용하려는 수준 낮은 책략이다.”

그럼에도 그런 프로파간다(선전·선동)가 가능한 것은 반대 측, 그러니까 이재명 민주당의 수준 낮은 저열한 대응 때문이라고 백씨는 주장했다. “사실 이 정도면 대통령 지지율이 박살나고, 탄핵 이야기 나오고 다음 총선은 야당 200석 말이 나와야 정상인데 저쪽(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대진운이 좋은 것 같다. 천운도 따르는 듯하다. 아무리 국민의힘 당대표·비대위와 윤석열 정권이 ‘뻘짓’을 해도 그에 맞선 민주당 지도부나 친명 성향 유튜버들에게 끌려다니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이 정부와 민주당은 ‘적대적 공생’을 넘어 거의 ‘샴쌍둥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것일까.

대표적인 ‘반명친문(극문)’ 매체인 ‘뉴비씨’, ‘정치신세계’를 운영했던 윤갑희씨는 “여야 양당이 유튜브 기반의 포퓰리즘 정치로 양극화돼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합리적 중도세력이 주도하는 정치개혁은 당분간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강성팬덤의 기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친문이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선 “적어도 문재인은 반문세력을 때려잡으라는 메시지를 날린 적은 없는데 이재명은 본인이 좌표를 찍고 지령을 내리는 데 앞장서고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회자하는 것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한 ‘양념’ 발언이다.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한번 그렇게 말씀한 적이 있다. 그 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사한 질문이 나왔고, 문 대통령은 그때마다 매번 팬덤에게 자제하는 요청을 해왔다는 점을 생각해줬으면 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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